사측, 1심 판결에 순응할 수 없다
발행: 2014. 10. 20.
지난 9월 18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원으로부터 정규직이라는 직위를 확인받았다. 4년에 가깝게 이어진 재판 끝에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현재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정문에는 아직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 출입에 제재를 받으며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한 2012년,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으로 정규직직위를 인정받은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 씨는 아직도 정규직 발령이 나지 않았다.
◇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조합
2003년 3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는 월차를 쓰기 위해 자신의 상사를 찾은 한 하청 노동자가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미리 예약을 해야만 월차를 쓸 수 있는, 일명 ‘예약월차’를 사용하기 위해 과장을 찾아갔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그는 뇌진탕 증세로 2주간 입원해야했다. 이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도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을 자행했던 과장이 병실에 찾아와 이 노동자의 아킬레스건을 두 번이나 찌르며 또 다시 상해를 입힌 것이다.
이 사건은 비정규직 노동조합(이하 비정규직노조) 결성에 큰 동기를 부여했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구호와 함께 2003년 5월 2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위원회가 발기됐다. 그들은 ▲사내하청 노동자 요구안 완전 쟁취 ▲6개월, 1년 단위의 재계약 관행 철폐와 상용직 근로계약 전환 ▲직업병과 산재사고에 대한 산재요양과 고용보장 ▲노동강도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해 여유인력 확충 ▲연·월차의 자유로운 사용 ▲4대 보험 전면 가입 ▲작업복·안전화·마스크를 정규직과 동일지급 ▲부당해고 남용 등 모든 비인간적 대우 완전 철폐 ▲2·3차 하청 노동자에 대한 이중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의 시작
노조의 대대적인 활동은 2010년 7월 22일의 일을 계기로 시작된다. 이 날은 바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 최병승 씨가 대법원에서 정규직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은 날이기 때문이다. 2004년 노동부는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9,000여명을 모두 불법파견이라 판결내린다. 따라서 노동부는 현대차에 시정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당시 현대차는 이에 대해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에 노동부는 현대차를 울산지검에 넘겼다.
2005년 노동부의 판결에 최병승 씨와 다른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 소송의 핵심에 세 가지 법조항이 근거가 됐다. 첫 번째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이다. 이를 보면 ‘근로자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기술·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즉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업에서는 파견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같은 법률 제6조 2항이 있다. 이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파견사업주·사용사업주·파견근로자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 경우 1회를 연장할 때에는 그 연장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하며, 연장된 기간을 포함한 총파견기간은 2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마지막으로 제6조의2의 1항을 보면 ‘사용사업주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돼있다. 이 각 호에 해당하는 제6조의2의 1-3항을 보면 ‘ 제6조 2항을 위반하여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라고 쓰여있다. 당시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이에 해당했으므로 그들은 정규직으로서 자격이 있었다.
이러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최병승 노조원이 대표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결국 2012년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최종확정판결을 받게된다.
◇ 단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최종적으로 확인받은 후, 모든 노조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사측은 “원고 1인에 대한 개별적 사실관계에 기초한 제한적 판단이므로 작업조건, 근로형태 등이 상이한 다른 근로자에게 일괄 적용될 수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2010년 11월 3일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900명이 모여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과 더불어 2010년 11월 15일부터 12월 9일까지 25일에 걸친 긴 공장 점거 농성이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수백 명의 조합원이 해고되고, 수백 억 원의 손·배가압류로 고통받았다. 이후 어떤 조합원은 분신을 시도해 목숨을 잃고, 어떤 조합원은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송참가자는 1,900명에서 1,100명으로 줄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3년 10개월이 지난 2014년 9월 18일, 19일 1심 판결이났다. 정규직 지위 확인, 불법파견 판결. 법원은 다시 한번 비정규직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 지금의 현대차
1심판결 이후 현대차 울산공장 내에서 비정규직노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있다. 비노조원이들이 비정규직노조의 승소 소식에 노조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해 노조는 공장내에서 비노조원들을 노조원으로 받아들이는 집단조직화 사업을 위한 설명회를 실시했다. 이에 관해 비정규직노조 김성욱 지회장은 “판결 이후 비조합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크고 놀라운 변화다. 함께 싸우겠다는 동지들에 대해서는 막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소송만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것은 반기지 않는다. 투쟁을 해서 자기 권리를 쟁취하고자 하는 동지들과는 함께 싸우겠다”며 노조의 입장을 대변했다.
하지만 사측의 반응은 싸늘하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결이 아닌 1심의 결과이므로 판정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지회장은 “우리는 판결에 얽매이지 않는다. 지금 소송은 1심 판결이 난 것이지만, 최병승 동지의 최종심 확정 판결이라는 판례가 이미 존재한다”며 정규직 전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