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 2013. 11. 11
지난 9월 10일 2년 임기의 교수협의회(이하 ‘교협’)가 새롭게 출범했다. 환경교육과 문윤섭 교수가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이후 부의장, 사무총장, 각 대학을 대표한 대의원님들도 구성되었다고 한다. 이전의 교협 총무(지금의 사무총장)로서 축하드리면서(솔직히는 ‘고생하시라’는 의미이지만) 어렵지만 임원진 교수들에게 우리 대학의 교협에 대해 염치없지만 부탁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교협의 의장님 이하 임원진 교수들은 사실상 ‘봉사직’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요구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이 아주 부담스럽다. 누구의 말처럼 “그러면 너가 하던지.” 하지만 일단 우리 평교수들을 대표하는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인 만큼 교협 회원으로서 부탁 정도는 할 수는 있지 않겠나!
먼저, 우리 대학 교협이 무엇보다 평교수님들과의 대화를 최대한 많이 했으면 한다. 말이 쉬워 많은 대화를 하라고 하지, 언제,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사실 정말 어렵다. 이런 저런 본부 일에 대해 평교수들은 각자 불만과 의견이 있을 때, 이를 본부에 전달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를 때 부담없이 만날 수 있는 교협이되어야 한다. 교협이 평교수와 본부와의 의사소통에 있어 효과적인 연결 고리가 된다면 본부에서도 훨씬 일 하기가 쉬울 것이다. 본부는 본부대로, 평교수는 평교수대로 서로의 진심을 몰라 괜히 오해 아닌 오해가 생기고, 쉽게 풀릴 일들도 마음의 상처를 남기면서 어렵게 처리되는 일들을 많이 보아 왔다. 교협 차원에서평교수들과의 대화를 통한 소통을 최대 역점사업으로 고려했으면 한다.
두 번째로, 신임 교수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평교수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신임 교수는 특히 힘들 것이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매일 매일 강의 준비, 논문 쓰기, 학회 일, 학교 적응 등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보낸다. 이들 신임 교수들도 임용될 때의 기쁨이 클수록 우리 대학에 대해 실망도 크질 수 있다. 그렇다고 신임 교수들이 딱히 하소연하거나 물어볼 상대도 임용 초기에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적어도 교협이라면 이들 신임 교수들에게 충분히 다가갈 의무가 있고 책임이 있다. 최소한 한 학기에 한 번 정도라도 이들과 식사라도 하면서 애로 사항 정도라도 들어주려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교협에 대한 신임 교수들의 신뢰도와 충성도(?)는 하늘을 찌를 것이다. 신임 교수들의 역량 강화를위해서라도 관심 꼭 부탁드린다.
세 번째로, 평의회와 관련하여 교협의 향후 방향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주길 바란다. 임의 기구라고는 하지만 교협은 우리 대학내에서 평교수와 본부와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실질적이고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이다. 조만간 어떤 형태로던 우리 대학에 평의회가 발족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때 가보아야 알겠지만 어떤 방향에서건 교협은 평의회의 성공적 출발과 운영을 주도할 학교 내 평교수의 대표 조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교협에서 평의회 구성과 조직을 주도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교협 총무를 할 때 가장 아쉽고 제대로 못해서 지금도 여러 평교수님들께 죄송한 점은 ‘본부’와 어쩔 수 없이 대립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 생겼을 때, 교협이 보다 건설적인 비판을 통해 대안 제시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때의 한계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건설적인 비판과 더불어 대안 제시를 통해 본부와의 갈등 요소를 최소화했으면 한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지금까지의 교협보다 한 차원높은 교협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번에 출범한 교협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 같아 의장님 이하 임원진 교수님들께 죄송할 따름이다. 안 그래도 성과연봉제, 대학구조조정 같은 최근의 이슈들로 인해서 여러 모로 고민이 많으실 줄 안다. 그래도 교협 임원진 교수님들께서 잘 하실 것으로 믿는다. 사실 사적인 자리를 통해서 나의 의견을 전달하려 했는데, 이렇게 공개적인 공간에서 글로 남기면 일단 내 글에 대해 내 자신이 책임감을 느낄 수 있고 다른 평교수님들도 교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않을까 하는 의도도 있다. 무엇보다 교협의 위상이 친목단체 수준으로 보여진다면 전임 교협 총무로서 무척이나 가슴 아픈 일이 될 것이다.
이번 임기의 교협 임원진들은 내가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고 자부한다. 끝으로 이 글로 인해 내가 “너나 잘 하세요.”라는 소릴 듣지 말아야 할 텐데 솔직히 걱정된다. 그래도 믿는 곳은 교협밖에 없다. 요즘같이 답답한 시국에는 역시나 비빌언덕이 교협말고 또 있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