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나 극을 통해서도 치유 가능해

현대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등은 대표적인 정신질환들이다. 이 중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남성의 5~12%, 여성의 10~25%가 겪고 있을 정도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질병이 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가입 국가 중 10년 연속 1위로 최근 10년사이 우울증 환자가 77%나 증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를 치료할 때, 약물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각광을 받고 있다.
◇ 예술치료
어렸을 때의 기억을 되짚어보라. 정신병원을 ‘언덕위의 하얀 집’이라고 부르며 이곳에 가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현대사회에서 정신병은 더 이상 흉이 아니다.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듯 흔한 질병이 돼가고 있다. 치료법도 다양해져, 상담뿐만 아니라 예술치료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음악․무용․연극․사진 등 10여개의 다양한 분야가 예술치료로 활용된다.
예술치료가 점점 자신의 영역을 넓어지게 된 주된 이유는 비언어적인 방법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흡수하는 감각에 기초한 경험은 언어로 전달하는 것보다 시각적․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소통을 할 때 방해와 왜곡이 덜하다. 이러한 표현은 무의식으로부터 직접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치료는 자신의 마음을 잘 열지 않는 내담자(상담을 받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그만큼 치료가 힘들기 때문에 마음을 여는 것이 치료의 제1차 과제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예술치료는 예술을 통해 자연스레 내담자와 소통하기 때문에 내담자가 마음을 열기 쉽다.
이에 정부는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소외계층에게 예술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22일에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2015년 예산안을 10억 4400만 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와 복지부 정신건강증진센터는 2015년부터 학교폭력·재난사고·성폭력 등 마음의 상처를 가진 국민을 위한 ‘맞춤형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예술치료 중 음악이나 미술치료는 많이 들어봐서 익숙하지만, 사진이나 극을 통해서도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생소하다.
◇ 사진치료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러 가기로 결심하거나 예전에 찍은 사진을 다시 볼 때 사진이라는 매체가 제공하는 자기탐색과 개인적 성숙이라는 과정과 마주칠 때가 있다. 이것이 사진치료의 과정이다. 사진치료는 좋은 사진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직접 사진을 찍는 과정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사진을 이용하면 우리가 거울 앞에서 자신을 보는 방식, 즉 좌우가 뒤바뀐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비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자신의 옆모습과 뒷모습과 나아가 더 큰 집단인 가족이나 친구들의 일원인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자신의 심리적 맹점에서 벗어나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고 이에 관한 적절한 문제 해결책과 통찰을 얻기 쉬워진다. 내담자는 자신을 직면하고 이에 대한 성찰과 반영을 통해 자신에 대한 타당성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경상북도 칠곡 교육지원청은 지난 6월에 몇 학교에서 사진을 활용한 심리치료 프로그램 ‘사진치료학교’를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친숙한 사진을 통해 학생의 자기 표현력을 증진하고 자존심을 향상하는데 목적이 있다. 다양한 주제의 사진을 직접 촬영․감상․공유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는 자기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다.
◇ 심리극치료
심리극은 관객은 있지만 시나리오가 없는 즉흥극이다. 관객들은 극을 보고 극에 참여하거나 이에 감정이입하면서 각자의 심리적 장애를 치료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것은 일종의 집단심리요법이다.
심리극은 극의 주제가 공적인 문제일 때에는 소시오드라마라 하고 사적인 문제를 다룰 때에는 사이코드라마라고 한다.
특히 사적인 문제를 다루는 사이코드라마는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로 연극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말할 수 없었거나 될 수 없었던 것들이 사이코드라마의 세계에서는 가능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내담자는 스스로의 진솔한 모습을 만나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4일,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사이코드라마를 상연했다. 이날 사이코드라마에 온 관객들은 눈을 감고 자신의 상처나 아픈 기억에 대해 떠올린 후, 이를 다른 관객에게 털어놓으면서 자신의 상처나 아픈 기억을 공유했다. 관객들은 이에 공감하거나 응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또 상대방의 입장이 돼 연기를 해보거나 다른 이들이 연기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이날 사이코드라마를 통해 치유를 받았다는 한 학생은 “신체적 결함이 있는 것을 외면하면서 살아왔는데 사이코드라마를 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집중하면서 그 상처를 직시하게 됐다. 또한 관객에게 나의 상처를 말하고 그들이 여기에 공감해주면서 이제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참여소감을 밝혔다.
발행: 2014. 11.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