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5일, 서울교대에서는 교육부가 개최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 추진에 따른 교과용 도서구분 기준 정책연구 토론회'에서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검토를 주제로 찬·반 토론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토론회가 진행되기 전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토론회가 진행되는 대학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082명이 참여한 ‘한국사 국정화 반대 교사 선언’을 발표했다. 전교조는 “학생들에게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옹호하는 교육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이에 맞서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국정화추진시민단체협의회’ 회원들도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교학사 교과서 외 검정 교과서 7종은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를 과장해 영웅화하는 등 이념 편향적인 교과서”라고 목청을 높였다.
요 몇 년 사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이처럼 여러 단체들에 의해 논쟁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작년 교학사에서 집필한 한국사 교과서가 무수한 오류와 표절, 생소한 학설, 그리고 역사왜곡 등으로 역사학계에서 비판을 받은 파동이 일어나자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 그리고 여러 보수단체 측에서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뒤이어 이러한 분위기 속에, 올해 8월에 실시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역사교육은 통일되고 일관된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하여 장관 취임 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찬성하는 태도를 내비쳤다, 결국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안이 황 장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로의 전환 찬성’이라는 교육정책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측의 주장은 검정교과서의 이념 편향적이 서술로 인한 더 이상의 오류를 막기 위해, 더 나아가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사실로서 규명된 정사(正史)로 서술된 국정교과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얼핏 보면 굉장히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러 분야 중에서, 특히 교육부분에서 국가가 간섭까지 해가면서 교과서를 집필하려는 궁극적 의도는 무엇일까? 다음 세대들에게는 지금처럼 8종의 다양한 교과서로 인해 발생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혼란을 없애주기 위해서? 남북 분단의 현실에서 더 이상의 국론을 막기 위해서? 과연 그럴까? 역사란 과거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 여러 가지 주장이나 학설이 제기되고 이러한 주장과 학설들이 오랜 시간 상호 비판·견제·보완 등의 과정을 거쳐 더욱 더 성숙해 지는 학문이다. 하지만 이런 자유로운 과정을 짓밟은 채 국가가 개입하여 ‘현 정권’의 입맛대로 그들만의 잣대를 가지고 역사를 서술하려는 것은 자율성 침해이며, 오히려 역사를 서술하는 데 있어 정치적 중립성에서 벗어 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김한종 교수님은 4월 19일, 한국역사연구회·한국역사교육학회의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검정 파동과 발행 제도 개선방안’ 심포지엄에서 "역사적으로 교과서 검정제도는 교과서의 다양성 확대나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국가나 지배 권력의 이데올로기를 교과서에 반영하기 위한 것 이었다"라고 주장하였다.
1973년 6월, 박정희 정부는 해방 이후부터 그 당시까지 유지되어 왔던 11종의 검정교과서 집필 체제를 전면적으로 국정화로 전환했다. 하지만 국정체제에서 발행된 교과서는 유신체제와 5·16 군사정변을 정당화하는 형태를 보였다.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국정화와 과거 박정희 정부가 추진했던 국정화 추진의 모습은 매우 비슷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고 이를 통해서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가는데 교훈을 얻고 동시에 반성하며 다시는 과거에 그러했던 옳지 못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발전의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과거의 옳지 못한 체제 돌아가려는 모습은 역사적으로 퇴보하고 있고, 심지어는 과거(역사)를 ‘망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1세기의 현 정부가 과거의 ‘옳지 않다.’고 평가되는 국정체제로 회귀하려는 시도가 20세기로의 시대역행적인 움직임의 시발점이 되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 기자명 이관우(역사교육14)
- 입력 2015.02.04 15:59
- 수정 2015.04.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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