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의 가치인식과 대중화를 위한 노력
발행: 2014. 11. 3.

다채로운 색감과 고운 선,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우리의 고유의 의상 ‘한복’이 기성복에 밀려 이제는 특별한 날에조차 잘 입지 않는 옷이 됐다. 명절이나 결혼식에서도 온 가족이 한복을 입는 모습은 이제 보기 힘들다. 이렇듯 한복이 사람들에게 외면당하자 한복을 되살려보자는 노력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복의 아름다움과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다시금 인식시키거나, 한복을 대중화해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한복은 다시 우리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 한복을 입어 보는 축제
한복데이는 잊혀져가는 우리 옷에 대한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재인식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특정한 날에 지정된 장소에서 한복을 입어 보는 축제다. 지난달 4일 부산․전주․울산․대구․대전 등 5개 도시에서 행사가 개최됐으며, 전통문화콘텐츠연구소와 한복진흥센터 주최 하에 각 지역 대학생들의 기획으로 진행됐다. 2년 전 전주 한옥마을을 하루 동안 우리 옷으로 물들여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 어느덧 올해로 3회째를 맞이했다.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복 입은 모습을 카메라에 담거나, 플래시몹과 전통놀이 등 준비돼있는 다양한 행사를 즐겼다. 신혜민(거제․19) 씨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고 친구와 함께 참여하고 싶어 오게 됐다. 한복을 입는 과정이 불편하기는 했으나 너무 예뻐서 새삼 우리 전통의 미를 깨달았다”고 한복데이에 참여한 소감을 말했다.
하지만 5개 도시 중 성황리에 축제가 진행된 곳도 있었지만 미숙한 진행으로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부산에서는 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으나 현장관리나 스탭교육이 미흡해 축제를 즐기러 온 많은 이들이 불편을 겪었다. 본인의 한복으로 축제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주최 측은 축제 당일 한복 대여를 위한 사전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대여부스와 탈의부스를 합쳐 6개밖에 설치돼 있지 않아 사람들은 몇 시간동안 모래바람을 맞으며 기다려야했다.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에 많은 비난 글이 쏟아지자 관리자는 개선방안이 담긴 사과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내년에는 더 발전된 한복데이를 기대해본다.
◇ 한복의 날
지난달 25·26일 양일간에 걸쳐 서울역에서 2014 한복의 날 행사가 개최됐다. 매년 문화의 달인 10월에 개최되고 있는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복진흥센터가 주관한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은 한복의 날은 '한복 꽃피다: 입어야 하는 옷에서 입고 싶은 옷까지, 세계가 입는 옷'이라는 주제를 통해 8명의 한복 디자이너들이 개발한 64벌의 신(新)한복을 패션쇼를 통해 선보였다. 신한복은 만화 캐릭터 무늬가 담긴 한복에서부터 여성이 입을 수 있는 바지 형식의 한복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행사장에는 전통형식의 한복부터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신(新)한복까지 다양한 한복이 준비돼있어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또한 ▲한복 입기 체험▲한복 프리마켓 ▲전통 배냇저고리 만들기 교실 ▲한복 댄스파티 등 다양한 한복 체험 프로그램들이 함께 진행됐다. 한복 입기체험 통해 관람객들은 직접 한복을 입어보면서 우리 전통 의상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또한 한복 댄스파티에서는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춤을 추자, 몸짓에 따라 한복의 곡선이 아름답게 움직였다.
◇ 한복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
한복의 대중화를 꿈꾸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생활한복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체크무늬나 줄무늬의 천으로 저고리를 만들거나, 민소매나 무릎 위로 껑충 올라오는 길이의 원피스 등 현대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생활한복은 퓨전한복이나 개량한복보다 일상복에 더 가깝다.
지난 8월 서울 홍익대학교 앞에서는 ‘나는 한복입고 홍대 갈 수 있다’라는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응답자의 70%이상이 ‘있다’라고 답변했고, 젊은이들은 생활한복을 입고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학교, 영화관 등의 일상생활 공간에서 생활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한복을 청바지처럼’을 목표로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을 출시한 황이슬(28)씨는 생활한복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평소에 입어도 창피하지 않은 한복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재 월 매출 2,500만원을 기록하며 ‘입고는 싶었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망설이던 젊은 세대 소비자층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그녀는 “한복이 특별한 경우 입어야만 하는 부담스런 의상이 아니라 청바지처럼 아무 때나 그냥 입고 싶어서 입게 되는 날을 꿈꾼다”며 앞으로의 소망에 대해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