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 2014. 9. 29

  넓은 캠퍼스 속 우리는 수많은 이성들을 보고, 그들은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마주친 이성이, 스쳐 지나간 사람이 나의 이상형과 완벽히 부합한다면 혹은 첫눈에 반했다면 그대로 스쳐지나가게 내버려둘 수 없을 것이다. 이름도, 나이도, 전공도 모르는 상대이지만 어떻게든 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모두의 공통된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 청람광장 ‘아침햇살을 기다리며’ 게시판에도 ‘찍돌’, ‘찍순’이라는 제목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이 글의 작성자는 이성을 만난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 장소와 상대의 외형 묘사를 하면서 연인의 유무나 이름, 학과 등을 묻곤 한다. 다른 대학 역시 이러한 글만 올리는 게시판이나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어 비슷한 글이 실린다. 그 예로 서울시립대학교, 부산대학교, 한국해양대학교가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그여누(그 여인이 누군지요)’와 ‘그남누(그 남자는 누군지요)’ 코너가 있다. 보통 일주일에 대여섯 개의 글이 올라온다. 제목은 ‘오늘 밤 10시경 21번 버스 타신 분’과 같은 형식이며, 내용은 ‘사실 아까 용기내고 싶었는데 못 내고 이제 찾아본다’로 시작해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등을 묘사하면서 ‘짧은 순간에 확 빠졌어요. 혹시 아시는 분?’으로 끝을 맺는다. 찾는 상대가 연인이 없을 경우 댓글로 연락처나 이름, 학번 등을 공유한 뒤 실제로 만나서 밥을 먹거나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연인이 있을 경우 ‘그(그녀)는 taken’라고 댓글이 달린다. 신정화(중국어문화학‧11) 학생은 “스쳐 지나칠 수도 있는 이성인데 이런 코너가 있어서 연락도 되고, 재미도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하지만 “요즘 성격이 변질되어 학생회관에서 담배 핀 사람 누구냐는 식의 글도 올라온다. 그여누‧그남누 코너가 욕으로 도배돼 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부산대학교 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마이피누’에는 ‘반짝이’라는 게시판이 있다. 익명 게시판으로 하루에 10개 정도의 글이 올라오는데, 수업을 같이 듣거나 학내에서 우연히 본 이성을 찾는 글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러한 글들을 통해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박지원(식품공학‧13)학생은 “대부분 이성친구의 유무를 묻기만 하고 그 이상의 연락을 한다거나 만나는 일이 잘 없다”고 말했다.
  한국해양대학교 학생들끼리 이야기를 공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해양대학교 대나무숲’에는 하루에 50~70개의 글들이 올라온다. 이 중 ‘심장쿵쾅’이라는 제목의 글은 우연히 마주친 이성을 찾는다. 어딘가에서 본 사람의 연락처를 알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면, 그 사람를 아는 지인들이 태그를 한다. 이에 대해 김보경(해사법학‧13)학생은 “요새는 그러한 글들이 자작인 경우가 많고 친구가 장난으로 올리기도 한다”며 “주위에서 커플이 된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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