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 2014. 9. 29

 올 한해는 교육 분야의 많은 변화와 갈등이 있는 시기이다. 그 가운데서 9월 12일 박근혜 정부는 전국 초, 중, 고등학교에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학습과 시험을 금지하고 대입에서도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내용을 논술이나 면접에서 낼 수 없는 선행학습 금지법을 발효하였다. 이러한 선행학습 금지법은 그간 공교육과 대입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는 선행학습을 금지하여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선행학습 금지법이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선행학습 유발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행학습 금지법이 공교육의 정상화를 추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공교육의 정상화를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는가?
 나는 선행학습 금지법이 공교육의 정상화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비효율적인 법안이라 생각한다. 우선 선행학습 금지법이 규제하고 있는 주요한 대상은 공교육이다. 사교육분야는 단순히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의 금지만을 규제하고 있다. 실제적으로 선행학습 금지법 발효 이후 다양한 이유로 만난 아이들에게 선행학습에 대해 물어보았다. 중, 고등학교의 한 반 30명을 기준으로 절반이 영, 수 선행학습을 학원을 통해 하고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받는 아이들은 이미 해당학년을 넘어서는 교과지식을 배웠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의 수준이 낮다고 판단해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등 공교육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을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은 공교육의 선행학습만을 규제하는 선행학습 금지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사교육에서의 선행학습을 금지한다고 해도 학원이 아닌 과외와 같은 가정 등에서 이루어지는 개인교습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효과적으로 선행학습 금지를 위해서는 선행학습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을 살펴야한다고 본다. 선행학습을 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부모의 권유 또는 강요이다. 실제적으로 부모를 만나 선행학습을 자녀에게 시키는 이유를 물으면 지인의 자녀가 선행학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 자녀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선행학습을 시킨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행학습이 실질적으로 학업성취향상에 효과가 없는 것인 줄 알더라도 내 자녀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시키는 것이다. 즉, 경쟁사회가 비효율적인 학습형태인 선행학습을 학생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경쟁은 학생 상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은 상호간의 능력향상을 넘어 학생 서로를 라이벌로 인식하는 관계의 파괴를 낳고 나 스스로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로 변질되어 학생의 도덕성과 인격형성에 크나큰 폐해를 낳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공교육의 정상화를 낳을 수 있을까? 나는 우선적으로 한국의 경쟁사회의 체질개선이 선행되어야한다고 한다. 사실 선행학습은 무한경쟁 한국사회의 문제가 교육에서 드러난 한 사례이다. 단순히 선행학습을 금지한다고 해서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의 공동체성이 회복되어야 한다. 한국사회의 공동체성의 회복은 이 사회가 개인만이 살아가는 것이 아닌 서로 함께 협력하며 살아가는 곳이며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한 가치를 회복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동체성의 회복은 구호를 외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와 타자를 경쟁적 관계가 아니라 협력적 관계이며 나아가 공동체성 함양을 위한 다양한 가치를 학교와 가정에서 가르쳐야 하며 학교에서는 공동체 교육과 도덕교육이 다양한 형태의 학습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은 한 개인의 인격을 올바르게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선행학습 금지법은 정부가 선행학습의 금지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선행학습 금지법은 선행학습의 근본적 원인을 다루지 못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선행학습의 주요한 원인은 무한경쟁을 추구하는 한국사회에 있으며 무한경쟁 사회가 지속된다면 한국사회는 도덕성을 상실한 사회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와 가정에서의 공동체성 회복을 통해 한국사회가 공동체성을 다시 회복해야 할 것이다. 경쟁이라는 가치가 한국사회의 양적 발전을 낳았다면 앞으로의 한국사회는 공동체성의 회복을 통해 질적인 발전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 발전의 시작이 바로 교육이며 도덕교육을 통한 공동체성의 회복인 것이다. 한국사회의 공동체성의 회복이 교육에서 이루어져서 공동체가 회복된 그리고 도덕성이 회복된 사회가 우리의 눈 앞에 나타나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날이 속히 오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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