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 2014. 9. 15.
2014년은 본교 설립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다양한 행사 준비가 예정되어 있으며, 나름 의미 있는 행사가 되리라 기대한다. 그럼에도 30주년 행사가 구성원 모두의 축복 속에 준비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구조조정과 종합교원양성기관으로서의 본교의 위상에 대한 걱정에 기인한다. 물론 고등교육기관의 구조조정은 비단 우리만의 당면 문제는 아니지만, 본교 위상 제고의 문제는 우리 자신의 문제라는 점에서 구조조정의 문제보다 우리로 하여금 더욱 심각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요, 본교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자부심과 관련되는 정체성의 문제인 것이다.
본교는 단순히 우리나라 교원 수급의 문제만으로 설립된 대학이 아니다. 1984년 당시 설립 취지는 ①기존의 교원양성기관 운영 방식을 개선하여 교사교육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것, ②교원양성 및 재교육의 획기적 질 개선을 통해 전국적 확산을 유도하는 것, ③직전교육, 현직교육, 교육여구, 교육현장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 ④교과교육 전문가 양성과정을 설치․운영하여 교육대학, 사범대학 교수의 자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 ⑤교육행정전문가의 양성으로 교육행정의 효율화․전문화․민주화를 촉진하는 것 등이었다. 이는 유초중등 교사가 부족하여 설립된 대학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 교원수급 정책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원양성기관의 구조조정은 본교 입장에서 보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설립 당시 본교는 종합교원양성교육기관이라는 유일무이한 새로운 체제의 교육기관으로서 교원양성교육에 있어서 하나의 선험적 실험대학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특히 기존 초등양성교육기관인 교육대학교와 중등양성교육기관인 일반 사범대학을 통합하는 모형으로, 초등교사와 중등교사를 분리 양성하는 기존의 교원양성체제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교원양성체제의 변화를 위해 설립된 대학이다. 기존의 고등교육법 제43조에 설립된 대학과는 달리 대통령령인 ‘한국교원대학교설치령’에 근거해 설립된 대학으로, 본교의 위상은 또 하나의 교원양성대학의 추가 설립이 아닌 미래 교원양성의 새로운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주기 교원양성기관평가에서 본교는 이러한 독특한 구조적 특징으로 인해 사범대학도 아닌 그렇다고 교육대학교도 아닌 오히려 평가지표 자체가 잘 맞지 않는 대학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일반 교원양성기관 평가에서 제외되거나 아니면 별도의 평가지표로 받았어야 했지만, 교육대학교 유형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현실이야 말로 본교 위상에 대한 교내외적 상황을 절실히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제주교육대학교가 제주대학교와 통합된 현 시점에서 본교의 종합교원양성체제라는 독특한 구조적 특징은 상당히 퇴색될 수 있다. 또한 교대와 사대의 통합이라는 교육당국의 정책이 본교의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 생각해 보면 본교의 위상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교대와 사대의 통합이라는 연장선상에서 볼 때, 이후 우리나라 교원양성체제의 새로운 변화를 선도해야 할 실험대학으로서의 본교의 모습이 앞으로 어떠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구성원 모두의 고민과 합의가 필요할 때이다.
미래 사회를 선도해야 할 교원양성체제의 변화는 일종의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 shift)로 기존에 공유해 온 체계에 새로운 체계가 수용되어 그 체제를 점진적으로 수정하거나 융합함으로써 생기는 단순한 변화가 아닌 혁신적인 총체적 질적 변혁이어야 한다. 즉 기존의 틀 속에서의 변화를 전제하지 않는 것이며, 새로운 구조적 틀 속에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구조적 변화는 반드시 조직 갈등의 과정을 겪게 된다. 물론 변화의 갈등은 상당한 정도의 혼란과 동요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변화의 노력 여하에 따라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변화의 과정에서 그 갈등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먼저, 구성원 모두를 참여하게 하고 헌신하게 만드는 동인이 있어야 하며, 구조적 변화가 연속적인 과정의 결과로 지속적으로 추구될 수 있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결국 변화를 위한 갈등의 해소는 지도자의 리더십에 달려있다는 점은 당연한 귀결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교원수급 정책에 의한 구조조정이 아닌 우리나라 교원양성체제의 새로운 모형을 위한 구조조정으로 접근하는 일이야 말로 본교의 위상 제고에 부합되는 일이다. 실험대학으로서의 본교의 구조적 변화야말로 우리나라 교원양성체제를 선도하는 길이요, 구조적 변화를 위한 선험적 노력이야 말로 기존 교원양성대학의 평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결국 본교의 위상 제고는 설립 취지의 정신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변화의 방향 역시 설립 취지의 정신으로 재설정할 때가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