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윤리강령 제정·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언론 자정의 움직임 이뤄진다

지난 3일, 조선일보가 유가족이 공개를 원치 않았던 故박지선 씨 어머니의 메모 내용을 ‘단독’을 붙인 제목으로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선 추측성 표현으로 유서 내용을 짐작했을 뿐, 유서 내용보다는 생전 인터뷰가 주 내용이었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조회수 늘리기, 소위 말하는 ‘클릭 팔이’는 유가족의 아픈 가슴에 새로운 상처를 추가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언론에서는 비윤리적인 자살 보도나 정파성에 휘말린 오보 등 대중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사건들이 여럿 있었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한국 언론의 낮은 신뢰도와 그 이유를 분석하고, 더욱 윤리적이고 품질 높은 언론이 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 낮은 한국 언론 신뢰도, 이유는?

▲ 사진 /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한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리포트를 토대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0월 30일에 발행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한국’(이하 ‘디지털뉴스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조사대상 40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7년부터 한국은 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에서 뉴스 신뢰도가 낮은 이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19 언론수용자 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총 5,040명을 대상으로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물었을 때 ▲28.1%는 편파적 기사 ▲25.6%는 허위·조작 정보(가짜뉴스) ▲13.1%는 속칭 ‘찌라시’ 정보 ▲10.7%는 낚시성 기사가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간접적으로 그 이유를 살펴보기는 했지만, 한국 뉴스 신뢰도의 위기에 대해 단순히 원인을 하나 지목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도래한 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뉴스 신뢰도는 언론 매체에 대한 신뢰도와 맥락을 같이 한다. 최근 뉴스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한 신뢰를 상당 부분 하락시킨 원인으로 손꼽히는 것은 ‘뉴미디어의 등장’이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대중들은 여느 때보다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보를 생산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뉴미디어 시대의 대중들은 정보를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소비하고 또 쉽게 생산한다. ‘디지털뉴스리포트’에서 이봉현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언론의 신뢰도 하락에 대해 “우선 미디어 환경 변화로 세상에 대한 사실과 해석을 독점적으로 제공하던 언론의 역할이 도전을 받게 됐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기자보다 뛰어난 전문가가 수만, 수십만의 독자를 쉽게 만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인터넷이 이른바 ‘전문가 죽음’을 부른 것처럼 언론 역시 무언가를 독점함으로써 누릴 수 있었던 권위와 그에 따르는 신뢰를 내주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존 위기에 직면한 언론은 윤리적이고 정확한 보도보다는 속보와 단독, 조회수를 높여주는 자극적인 기사에 몰두하게 된다.

‘2019 언론수용자 조사’로 비추어 볼 때, 대중들은 주로 텔레비전(53.2%) 혹은 인터넷 포털(39.1%)을 통해 뉴스 및 시사 정보를 습득한다. 문제는 인터넷 포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현재 인터넷을 통한 뉴스 접근은 대부분 각 신문사 사이트가 아닌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재단법인 미디어연구소의 연구위원 조수선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접속한 이용자의 94.7%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접한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거대 포털사이트는 기사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다만 중계할 뿐이다. 종이신문 시절에는 부수가 곧 수익이었다. 각 신문사 사이트가 정보의 주류였을 때에는 고정 독자가 많고 부분 유료화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가 정보 제공의 주류인 현재는 조회수가 곧 수익으로 직결된다. 이러한 환경에선 조회수를 많이 얻기 위해, 포털 대문에 기사를 올리기 위해 언론사 간 경쟁이 과열된다. 언론사 간 경쟁은 생존 위기에 직면한 상황과 마찬가지로 언론이 공정하고 좋은 품질의 기사보다는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열중하게 한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디지털뉴스리포트’를 통해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이 이용자의 뉴스 편향성 때문일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응답자가 44%로 40개국 평균인 28%를 크게 웃돈다. 또한, 정치 성향이 극단적인 이용자일수록 뉴스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종합해보면 한국인의 정파적 뉴스 소비는 뉴스의 정파성을 강화한다. 이 과정을 거쳐 언론에는 ‘2019년 언론 수용자 조사’에서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던 편파적 기사가 많아진다. 그리고 다시 이 정파성은 언론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에 이봉현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한국 언론의 정파성이 저널리즘의 원칙을 벗어난 정파성이라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며 공정함이나 사실을 외면하는 기사는 더 이상 정파적인 기사가 아니라 편파적인 기사라고 주장했다. 미국 대선에서 한 후보를 지지하는 ‘뉴욕타임스’처럼 정파성을 띠더라도 신뢰를 잃지 않는 언론이 있는 반면, 정파성을 넘어서 진실을 앞에 두고도 눈을 가리는 편파적인 언론도 있다. 편파적인 상황이 지속되면 사실 자체가 왜곡되거나 해석의 차이도 커져 결국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한국 언론의 움직임

한국기자협회는 기자들이 준수해야 할 윤리강령으로 ▲언론자유 ▲공정보도 ▲품위유지 ▲정당한 정보수집 ▲올바른 정보사용 ▲사생활 보호 ▲취재원 보호 ▲오보의 정정 ▲갈등·차별 조장 금지 ▲광고·판매활동의 제한을 제시한다. 이러한 윤리강령이 현 언론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가 있지만, 2006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됐던 이 윤리강령이 현 사회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디지털화가 이루어진 후, 시간을 들여 가공된 정보보다는 실시간으로 날 것의 정보가 공유되는 현 사회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윤리강령이 요구된다. 이에 국내 언론계는 올해 윤리강령 개정 작업 등 기자윤리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기자윤리제정위원회(가칭)를 운영한다. 또한,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인편집인협회는 신문윤리강령을 제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언론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서도 언론 개혁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법무부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타당한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기업이 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발생한 현실적인 손해배상 외에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기업에게 요구하는 제도다. 미디어오늘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짜뉴스 보도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한다는 의견이 81%로 나타났다. 반면, 언론계에서는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과잉규제이자 민·형사상 이중처벌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대체로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사대상 40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한 한국의 뉴스 신뢰도, 계속해서 등장하는 윤리강령 제정의 필요성이나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논란 등은 현재 한국의 언론계의 자정과 개혁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언론만 자정한다고 해서 한국 언론이 지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 긴급 토론회’에서 이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언론 개혁은 ▲언론계의 자정 ▲법과 제도의 개선 ▲시민 대응 지원 등 삼박자가 이뤄져야 완성될 수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리포트’에도 나타났듯이 낮은 뉴스 신뢰도의 배경에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그리고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편파적인 뉴스 이용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윤리적인 한국 언론을 살리기 위해 언론사들과 기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올바른 뉴스 이용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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