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 속 어두운 이면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그중 2020년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 급속도로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이후, 이전과 같이 강의실에서 강의를 들어야 했을 우리는 코로나19의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 컴퓨터 너머로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발표와 토론 또한 모니터 속에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이어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큰 스크린으로 보아왔던 영화는 곧 거실과 책상, 침대에서의 영화가 되었으며, 식당에서의 주문은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끝이 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축소시켰다는 부분에서, 코로나19 이전과 현재의 모습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 언택트 시대? 그게 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긴 신조어 중 하나인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에 ‘반대’를 뜻하는 ‘un-’을 붙여 '비접촉'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최근 교육, 경제, 비즈니스, 문화 등 다양한 부분에서 ‘언택트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많이 보시고 또 참여해보셨나요? 일명 방구석 콘서트라 불리는 TV 프로그램이나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여러 행사들을요. 최근엔 콘서트류를 넘어서 뮤지컬, 포럼, 대회, 박람회, 심지어 팬미팅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온라인 개최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2일과 3일, 삼성은 '삼성 AI 포럼 2020'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개최했으며 순천시 문화예술회관에선 지난 10월 8일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유튜브로 생중계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문화생활 외에도 ‘카카오 뱅크’와 같은 오픈 뱅킹의 성장, 무인 단말기 ‘키오스크’의 적극적인 도입과 같이 코로나19는 언택트 시대의 도래를 보다 빠르게 앞당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동전의 어두운 뒷면을 바라볼 수 있다면?
언택트 시대에 익숙해질 무렵, 문득, ‘우리는 오늘날의 모습들을 생각보다 단편적으로 보고 있진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시각을 조금 달리하여 사회의 이면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언택트 시대라는 상황 속에서 누군가가 소외당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수많은 삶의 영역들이 편리하게 디지털화되어가지만, 그 어두운 이면이 존재하지는 않을까요?
가장 먼저 떠올랐던 취약계층은 '고령층'입니다. 현재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직원 대신 무인단말기 '키오스크'가 음식점과 병원 등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한국 소비자원에서 지난 7월에 발표한 '고령소비자 비대면 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은 키오스크 사용 난이도 점수 100점 만점에 67~68점 정도의 점수를 보였습니다. 고령층 소비자분들이 키오스크 사용을 다소 어려워하시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주문 단계가 복잡하다‘, ’조작이 어렵다’, ‘뒷사람의 눈치를 보게 된다’ 등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언택트 시대에 다가가는 고령층이 겪는 어려움과 심리적 부담감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어떨까요? 현재 비대면 수요가 커지면서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가 속속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편의 기준이 없는 무인매장, 부실한 온라인 교육 콘텐츠 등 장애인이 당연하고 편리하게 언택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름'이 곧 '차별'과 '소외'로 이어지는 낡은 모습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더욱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이 외에도 언택트 시대를 쉽게 누릴 수 없는 농어촌 지역과의 격차 문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겪는 문제, 사각지대에 놓인 열악한 노동 문제 등이 붉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채롭게 가속화되고 있는 언택트 시대. 하지만 화려함 이면의 어둠으로 시각을 돌려본다면,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 변화가 놓치고 있는 소외와 차별을 마주하게 됩니다.
◇ 비판적인 시각은 ‘어두운 세상을 비출 수 있는 밝은 등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언택트 시대의 도래가 가속화되면서, 사회 여러 분야에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소외되고, 새로운 문제점들은 다시 싹트기 시작합니다. 변화의 바람이 불 때, 그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변화에도 주목할 수 있는 시각을 갖춘다면,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소외되고 방치될 위험성을 인지하는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더욱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가장 어두운 곳이 밝아져야, 사회의 진정한 적응과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곳을 인지할 수 있는 비판적인 시각과 넓은 시야를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