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은 우리 정부의 가치지향이나 철학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새로운 경제-국제 질서라고 말하며, 탄소중립을 향한 움직임이 국제사회의 흐름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탄소중립 선언이 실질적인 대책이 되지 않고 말 뿐인 선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더욱 과감하고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더불어 탄소중립을 위한 논의를 넘어,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세계는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다
최근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작년 9월 기후정상회의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한 65국을 포함해 총 70여 개의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최근 중국은 2060년까지, 일본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최근에서야 일어난 것은 아니다. 2018년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발표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르지 않으려면 인간 활동에 의한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이 2050년경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IPCC의 이러한 경고에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과 관련해 유럽연합(EU)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스웨덴은 EU 국가 중 탄소배출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1973년, 스웨덴 전체 에너지 수급의 76%를 차지했던 화석연료 비중은 2017년을 기준으로 26%로 감소하였다. 스웨덴은 탄소세 및 탄소배출거래와 같은 경제 정책적 수단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오랫동안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인 탄소세는 이산화탄소 1톤당 한화로 약 15만 5,890원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스웨덴은 전체 사용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며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에너지 전환지수 2020’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산림과 수자원이 풍부한 스웨덴의 지리적 이점도 무시할 순 없지만,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정책과 대체에너지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온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은 눈여겨볼 만하다.
◇ ‘공허한 선언’이 되지 않기 위한 정부와 국민의 역할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에 국내 환경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부가 탄소중립 추진과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처음이며,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에너지 전환의 원칙도 확인됐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언 그 자체로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45% 감축하지 못하면 2050년 탄소중립은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의 계획과 행동을 보여주지 않은 채 2050년만 이야기하는 것은 말 그대로 선언으로 그칠 수 있다”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에서 발표한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와 충전소 건설 및 급속 충전기 증설에 대한 투자에 관련해서는, “단순히 탄소배출이 적은 친환경 차 보급을 늘린다는 접근은 곤란하다”라며 “내연기관차 시장은 그대로 둔 채로 ‘보급’ 중심의 친환경차 정책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하다”라고 밝혔다. 친환경차가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구조가 조성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자동차를 많이 이용해온 우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라며 환경정책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기존 교통문화에 대한 점검도 필요함을 밝혔다. 녹색연합은 “궁극적으로 탈탄소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중심으로의 전환, 도보 중심 라이프 스타일로의 전환 등의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운송수단의 수요를 관리하고 조절함으로써 탈탄소 사회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환경정책의 성패는 정부의 확고한 정책 집행 의지에 달려있다. 이러한 의지가 강력하게 실행으로 이루어지게 하려면, 이를 주시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환경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실생활에서의 실천들이 환경정책이 ‘공허한 선언’으로 끝나지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