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우(컴퓨터교육·17) 학우

▲ 출처 / 유튜브영화 <테슬라>의 한 장면

창밖에 비가 내리는 어느 어둔 밤, 창고처럼 생긴 가건물 안에 한 여인이 앉아 있습니다. 18세기 드레스를 입은 이 여인은 노트북으로 검색을 하며 관객에게 앞으로 영화에 나올 인물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는 니콜라 테슬라, 에디슨이라는 당대의 사업적 거물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 한 과학자입니다.

영화 <테슬라>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범죄의 제국> 등을 만든 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이 오랜 페르소나인 에단 호크와 모처럼 다시금 협업한 작품입니다. 에단 호크는 이 영화에서 니콜라 테슬라를 연기했으며 <블루 벨벳>, <쇼걸> 등으로 유명한 카일 맥라클란이 토마스 에디슨 역을 맡았습니다. 극중에서 테슬라는 늘 자신의 연구만 생각하고 남들과의 신체접촉을 꺼려해 악수를 하지 않으며, 장갑을 끼고 다닐 정도로 결벽증을 지닌 자폐성 인물로 묘사되는데, 에단 호크는 우수에 젖은 표정과 최대한 절제된 손동작만으로 캐릭터의 특징을 알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국내에 개봉되기 전 <테슬라>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적 있으며 (노벨 화학상 후보로 잠시나마 거론되었던) 현택환 교수의 추천 영상 등으로 입소문을 탄 바 있습니다. 그러나 개봉 이후로는 심각할 정도의 혹평에 시달렸는데요. 확실히 <테슬라>는 일반적인 전기영화나 과학을 좋아하는 공학도의 마음으로 보기에는 영 지루하고 따분한 영화임에 다름없습니다. 사실 어느 누가 보아도 한번쯤은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할 만한 영화입니다.

<테슬라>는 여지껏 우리가 영화에 바라왔던 여러 기대들을 배반하며 시종일관 실험영화에 가까운 스타일을 구축해나갑니다. 기본적으로 맨 첫 장면의 여인이 영화의 80%를 내레이션으로 설명해주며, 18세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1980년대에 유행했던 팝송이 가감 없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일부인 듯 보여주다가 실제로 일어난 일은 아니라며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장면을 삭제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런 장치들은 어떤 면에선 고전적이라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면에선 시대착오적이라고도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연극적인 장면들, 커다란 풍경화 앞에 인물을 세우고 그 사람만이 실질적인 연기를 시도하는 행위는 더욱 (연극적 요소가 뚜렷했던) 고전 영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듯합니다.

이전에도 <커런트 워>처럼 테슬라와 에디슨 사이의 갈등을 다룬 영화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직류-교류 전쟁으로도 언론에서 주목받은 하나의 사건, 전기의자형을 비롯한 다양한 사건 사고들을 주로 다뤄왔습니다. <테슬라>는 이런 영화들에 전면으로 도전장을 내미듯, 산업 혁명이 한창 진행되던 시대의 기류와 누구의 도움도 마다했던 고독한 천재의 모습을 대조하여 나열합니다. “그에겐 좀 더 똑똑하고 기민한 사람이 필요했어요. 자본주의 사회로 그를 한 걸음 데려가게 해 줄 그런 사람 말이죠.”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그가 하는 연구와 실험은 일종의 수행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도움과 돌봄의 손길이 오갔음에도 늘 사회의 장벽 앞에서 자기만의 충동적인 선택을 지켜왔던 니콜라 테슬라. <테슬라>는 어느 비운의 과학자에게 바치는 괴상하고도 기이한 모험 같은 영화입니다. 10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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