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교육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학급당 학생 수를 조정하여 학습의 질을 개선하고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충남교육연대 등 교육 단체에서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명운동을 하는 등 적극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기회를 동등하게 보장하고, 더 나아가 공교육의 결여로 인한 학습격차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전국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원 및 등교 인원 확대돼
지난달 19일부터, 전국의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의 등원 및 등교 인원이 3분의 1 이하에서 3분의 2 이하로 확대되었다. 또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하향되며 지역·학교 여건에 따라 밀집도 조정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전교생이 30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는 전면 등교가 가능해져, 전국 4,794개의 소규모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전면 등교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과대학교, 과밀학급에는 등교 인원 제한 3분 2 이하 기준이 엄격히 적용된다. 과밀학급의 경우 오전·오후반으로 나누어 등교하거나 등교 홀짝제를 도입하는 등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 지역 및 고등학교 유형에 따른 학습기회의 격차 … ‘수도권 학교’, ‘일반고’ 등교 제한 커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 이상인 과밀학급은 전국 667개교(5.6%)의 2만 2,375개 학급(10.1%)으로, 과밀학급의 68.3%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과밀학급 수를 차치하고서라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학급 인원 차이는 상당하다.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 이상인 학급 비율이 수도권은 교당 평균 56%, 비수도권은 평균 40%이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학교와 수도권 학교의 등교일수 차이가 발생하고, 학습기회의 격차가 발생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수도권 학교 대부분 초등학교 1학년을 제외하고는 주 2~4일 등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학교생활 적응, 돌봄 공백을 이유로 매일 등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서울시교육청 및 인천시교육청은 초등학교 1학년 매일 등교를 권고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초1 매일 등교 원칙을 세우지 않았으며, 서울시 및 인천시 내에도 초1 매일 등교가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 유형에 따라서도, 전면 등교가 가능한 학교 비율에 상당한 차이가 드러났다. 10월 18일 교육부에서 제공한 ‘학생 수별 학교 수 현황’에 따르면, 전면 등교가 가능한 학교의 비율은 일반고의 경우 17%인 반면, 과학고는 82.1%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고가 과학고에 비해 전면 등교에 심각한 정도의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올해 교육부에서 제공한 ‘고등학교 유형별 학급당 학생 수’에 따르면 일반고의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24.2명, 과학고는 16.4명이다. 일반고는 고등학교 유형 중 학급당 학생 수가 가장 많으며, 특히 과학고와는 학생 수 차이가 상당하다. 실제 과학고 내의 학급은 학생 수가 적어 등교 인원 제한 완화 전에도 과학고(영재학교 포함) 28곳 중 18곳은 전면 등교를 실시하였다. 반면, 일반고의 대부분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된 상황에서도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번갈아 가며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든 학생은 지역 및 학교 특성과 상관없이 동등한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마다 등교일수 차이가 발생하며, 학생들의 동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열악한 학교의 등교 수업 가능성을 확보하고, 학습 공백을 메워 학교 간 학습 기회의 격차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의 핵심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 커지고 있는 것이다.
◇ 현실적인 예산 여건 우려되지만 …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교육법시행령 제51조에 따르면, 현재 학급당 학생 수는 시행령이 아닌 교육감이 결정한다. 전교조는 이런 구조가 심각한 지역 편차를 불러온다고 문제를 제기하였다. 전국 모든 학생은 동등한 교육 환경에서 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안정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자 노력해온 것이다. 전교조는 9월 22일부터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법제화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을 진행하였다. 9월 23일, 학급당 학생 수 적정 수준을 20명 이하로 제한하는 교육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대표 발의로 국회에 상정되었다.
한편, 법률안 통과를 기대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여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교원과 교실 수를 줄이자는 방향이 제시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학급당 학생 수 감축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예상하는 것이다. 예산정책처 측은 2025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13조가량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전교조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재난 상황에서 기존의 방식으로만 대응하려고 하면 답이 없다. 교육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은 학급당 학생 수를 15명 이하로 줄이고 있다. 외국에서도 그만큼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한 예산이 들었을 텐데, 이 과정이 중요하고 절실하다고 느끼기에 진행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정책을 마련할 때 지금 상황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우선순위를 만들어야 한다.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급당 학생 수이므로 그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하여 예산을 배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외환위기 때에도 학급당 학생 수를 대폭 줄이면서 예산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덕분에 과거보다는 나은 학습 환경이 조성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린스마트 스쿨에 투자된 예산은 15조 원 정도이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정말 시급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하게, 그리고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학급당 학생 수 조정이고, 한정된 예산 안에서 이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전교조는 “만약 법안이 통과된 후 일시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기 어렵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등 원격 수업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학년부터 계속 등교를 재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첫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밝히며, 향후 학급당 학생 수를 단계적으로 조정해나가는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 대면 수업의 확대를 넘어 소외 없는 교육에 대한 고민 필요해
학습격차를 일으키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교육의 결여이다. 이는 특히 공교육에 의존하는 학생들, 그리고 취약 계층의 학생들에게 치명적이다. 올해 9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지난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했지만 2~3등급 비율은 지난해 9월보다 줄었고, 5등급 이하 비율은 지난해 9월보다 증가했다. 즉 중위권에서 하위권으로의 이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를 통해 공교육에 비교적 의지하는 중위권 학생들이 느끼는 학습의 어려움이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학교의 보살핌이 절실히 필요한 초등 저학년의 경우는 기본적인 언어학습에도 어려움에 처해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한글을 익히지 못하면 다른 교과목 혹은 내년 교육과정 학습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언어학습의 공백은 치명적이다.
공교육의 결여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아이들, 공교육에만 의존하여 기본적인 학습을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전교조 대변인은 “공교육의 손실이 일어난다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의 경우 사교육을 통해서 어떻게든 보충이 가능하지만 경제적 취약계층의 학생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방치가 일어나며 친구들과의 교류, 학습 경험의 결여로 심각한 교육적 손실이 발생 한다”라고 말하며 취약계층의 교육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강조했다.
공교육의 결여를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라고만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학습격차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개선 방안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취약계층과 같이 교육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의 교육 공백은 어떻게 채워줄 것인지,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교육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전교조 대변인은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은 단순히 공부가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학습에 전혀 집중할 수 없는 가정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라며 학생이 처해있는, 학습이 불가능한 환경을 먼저 살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학생이 처해있는 환경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교육지원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어떠한 요인으로 인해 학습격차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구분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정과 같은 환경적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다른 교육적 지원보다 정서적 지원, 심리적 서비스의 제공이 우선이며 더 절실한 부분이다”라며, 소외된 학생들이 교육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전교조 대변인은 “미래교육으로 토론수업, 학생참여 수업이 필요하다며 강조하고 있지만 과밀학급이라면 이러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라며 “교사 한명이 학생들에게 쏟을 수 있는 에너지와 시간이 확보가 되어야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과밀학급은 교육의 질을 저하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며,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그 첫 걸음은 학급당 학생 수 감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