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후배의 입시 고민을 듣던 중, “언어와 매체 시험 공부가 제일 어렵다”는 후배의 탄식을 들었다. ‘언어와 매체?’ 다소 생소한 과목이었다. 일상생활 언어와 인터넷, SNS 등 실제적이고 생동감 있는 내용을 다루는 과목이 아닐까 상상했다. 하지만 이 과목을 어떻게 배우는지 묻자, 후배는 우리가 흔히 경험한 국어 ‘문법 수업’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의 삶과 연관지을 수 있는 언어와 매체 과목에서 문법 수업이 주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문법 수업은 ‘딱딱한’ 틀을 벗어나 학생들의 실제적인 역량을 길러줄 수 있는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 속에서 교사는 어떻게 효과적인 언어 수업, 매체 수업, 나아가 모든 수업을 실현해나갈 것인가? 궁금해졌다. 이는 국어교육과 김혜인 학우와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김혜인 학우는 ‘눈과 입을 학생들에게 맞추는, 이론과 활동이 조화로운 국어 수업’을 제안했다.
◇ ‘언어와 매체’를 다루는 전공 강의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과목은 어떤 과목인가?
현재 국어과 교육과정 중 ‘언어와 매체’에 중점을 둔 전공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이 과목이 낯선 분들도 많으실 것 같다. 간단하게 ‘언어와 매체’는 문법을 다루는 내용인 ‘언어’와, 매체 자료 및 매체 언어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매체’, 이 두 가지를 묶어놓은 과목이라고 보시면 된다.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설 과목이다.
◇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언어와 매체 수업이 문법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부분 학생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내용이 ‘문법’이지만, 그에 반해 문법 수업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국어에서 ‘문법’은 음운 체계나 단어 및 문장의 형성 원리 등 배우고 이해하고 익혀야 할 내용 요소가 많은 과목이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내용을 이해하고 암기하여야 할 부분이 많은 문법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교육과정이 개편되어 문법과 매체 교육이 하나의 과목으로 묶였고, 정해진 수업 시수 안에 두 가지를 모두 가르쳐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상대적으로 매체는 학생들의 친숙성과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교육에 큰 어려움은 없는 반면, 여전히 문법은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측면이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문법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추가적으로 설명을 하거나, 학생들의 이해를 위해 꼼꼼히 설명하다가 문법 진도를 놓쳐, 아이러니하게 더 문법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교사들이 점점 매체 보다는 문법에 초점을 맞춰 수업을 진행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이론만 전달하는 문법 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면 국어교사와 인터넷 강사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두 주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인터넷 강사와 학교 교사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과 교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강사는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오직 시험에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이해도를 기준으로 빠르게 수업을 진행해 나간다. 모두가 수업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거나 개인에게 맞춤 피드백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교 교사는 이와 다르다. 학교 교사는 정보를 그저 전달해주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설령 인터넷 화면 속에서 학생들을 만난다 하더라도, 교사의 눈과 입은 학생들 모두에게 맞추어져 있다. 모든 학생이 문법 수업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분위기를 확인하고, 적절한 형성평가나 확인학습을 통하여 학생들의 이해도를 평가하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맞춤 피드백을 제공하여야 한다. 학급의 학생 모두에게 시선을 맞추는 것. 그리고 상황별로 학생들의 이해도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고 수업을 재구성하는 융통성을 보일 수 있는 것. 이것이 인터넷 강사와 구별되는 학교 교사의 가장 큰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비대면 수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역량을 길러주는 활동적, 실제적인 수업이 어려워 보인다. 이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현재 듣고 있는 수업 중 하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비대면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보통 화상채팅 앱을 이용하게 되는데, 한 화상채팅 앱에 ‘소그룹으로 나누어 토론을 할 수 있는 방’을 만드는 기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활용한다면 일방적으로 교사가 지식을 전달하는 딱딱한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서로 모여 생각을 공유하고 활동할 수 있는 수업 설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떠오르는 수업 방식을 말씀드리자면, 교사의 기초적인 이론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을 소그룹으로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방을 열어 학생들을 참가시킨다. 그리고 문제중심학습을 접목시켜 하나의 문제를 그룹원들이 서로 상의하고 오늘 배운 것을 곱씹어 보며 답을 내보는 학습활동을 계획한다.
◇ 언어와 매체 과목이 학생들의 역량을 길러주는 실제적이고 활동적인 과목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장 교사라면 이 과목을 어떻게 가르치고 싶은가?
현장 교사라면 ‘언어와 매체’를 이론 설명 50%, 문제해결 학습활동 50% 정도의 비율을 맞춰 수업을 운영하고 싶다. 먼저 ‘언어’ 부분을 수업하게 된다면, 문법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원활한 학습을 위해 욕심내지 않고 문법 요소 하나씩을 찬찬히 예시를 들어가며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교사의 설명이 끝나면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한 실제적인 문제를 제시하여 이를 해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때 혹시라도 이해를 완전히 못 하였거나, 이론 적용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개별적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다. ‘매체’ 관련 수업을 진행하게 될 때에도, 교사의 기초적인 이론 설명이 끝난 후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문, TV, SNS 자료 등을 수업에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자료를 기초로 개인 활동 혹은 모둠 활동을 통해 함께 오늘 배웠던 내용을 실제 자료에서 확인해보고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어떠한 과목이든 그러하겠지만, 특히 우리의 국어 생활에 필수적인 ‘언어와 매체’ 과목은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줄 실제적인 활동 학습이 더욱 중요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