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제정 후에도 성평등센터가 안고 있는 한계점 커 … 구조적인 개편과 지원 필요

지난 9월 10일, 우리학교 ‘성문제 예방 및 대책에 관한 규정(이하 ‘구규정’)’이 폐지되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이하 ‘신규정’)’이 제정됐다. 이에 따라 ▲기존 ‘성문제 상담실’은 ‘성평등센터’로, ‘성문제 대책위원회’는 ‘성희롱·성폭력 대책위원회’로 변경 ▲‘제5장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및 재발방지’ 조항 추가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처리 규정 수정 등의 변경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성평등센터는 입학학생처 산하에서 운영되며 ▲담당 전문인력 부재 ▲예방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 신규정 제정 배경은?

지난해 우리학교는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성희롱·성폭력 관련 조직문화 개선 컨설팅’을 받았다. 이때 성희롱·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 및 향후 개선계획으로 ▲실태조사 실시 조항 추가 ▲교수·학생·강사 예방교육 의무화 ▲임명직 위원 구성에 성희롱·성폭력에 관한 외부 전문가 2인 추가 ▲고충상담원에 지속적인 전문교육 지원 등의 내용이 제시된 바 있다. 성희롱ㆍ성폭력 관련 조직문화 개선 컨설팅 결과와 2020년 폭력 예방교육 운영지침서 변경 등이 주된 이유가 되어 제정된 규정이 지금의 신규정이다.

 

◇ 신규정에서는 어떤 내용이 변경됐나

구규정과 신규정을 비교했을 때 주요 변경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실태조사 및 예방교육 관련해서는 ‘제5장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및 재발방지’ 조항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우리학교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매년 각 1시간 이상 실시하되 최소 1회는 대면교육으로 실시할 것이 명시됐다. 또한 교수, 학생, 직원별 교육 및 인사 담당부서는 대상자에게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성평등센터(구 성문제 상담실)는 교육 계획 및 실적 보고 등의 총괄 업무를 진행한다(제20조). 재발방지와 관련해서 성평등센터는 성희롱·성폭력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성희롱·성폭력 실태 또는 인식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제21조). 구규정에 위와 같은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고, 우리학교가 2019년 교육기관 폭력예방교육 4개 분야에서 모두 고위직 참여율 기준 하위 10개 대학으로 선정된 것을 고려해보면 제5장의 추가는 이번 제정에서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성희롱·성폭력 대책위원회(구 성문제 대책위원회) 구성에도 임명직 위원으로 외부전문가 2명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성희롱·성폭력 대책위원회는 당연직 위원으로 입학학생처장(위원장), 성평등센터장(부위원장), 임명직 위원으로 위원장이 추천하는 교원 3명, 직원 2명, 외부전문가 2명, 총학생회가 추천하는 재학 중인 학생 2명(학부 및 대학원 각 1명)으로 구성된다(제12조). 이 외에도 신규정에서는 ▲기존 ‘성문제 상담실’은 ‘성평등센터’로, ‘성문제 대책위원회’는 ‘성희롱·성폭력 대책위원회’로 변경 ▲총장의 책무 추가 ▲고충상담원의 전문교육 지원 ▲신고사건의 조사 및 처리 기간의 단축 등의 수정이 이루어졌다. 제정된 신규정은 우리학교 홈페이지(www.knue.ac.kr) ‘현황 및 규정’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 … 앞으로의 방향은?

신규정 제정으로 우리학교 성 관련 문제점이 일부 개선됐으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성희롱·성폭력을 비롯한 학내의 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학내 기구의 구조적인 개편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현재 성평등센터는 담당 전문인력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에 정여주 심리상담센터장은 “현재 성평등센터의 업무는 심리상담센터에서 겸임하고 있는데, 심리상담센터의 주 업무는 심리상담이라 성평등센터의 업무를 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 업무인 학생 상담, THC 프로그램만 해도 업무가 과다해 성평등센터의 업무는 부수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성 문제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전담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인력 문제와 더불어 예방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았다. 신규정에 교수, 학생, 직원별 교육 및 인사 담당부서가 예방교육을 실시한다는 조항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여기서 ‘담당부서’가 어느 부서를 가리키는지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정여주 심리상담센터장은 “입학학생처에 소속되어 있는 성평등센터의 권한으로는 교수와 학생들에게 예방교육 이수를 의무화할 수 없다. 담당부서에서 의무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협조해주지 않으면 예방교육 목표 이수율을 달성하기 힘들다”라고 어려움을 드러냈다. 현재 직원의 경우에는 예방교육이 의무화되어있지만, 교수와 학생의 경우에는 예방교육이 의무로 규정되어있지 않다.

위와 같은 문제의 핵심은 성평등센터가 여전히 미비한 지원과 권한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학내 기구의 구조적인 개편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 중 하나가 총장 직속 독립기관으로서의 ‘인권센터’다. ‘인권센터’는 학내에서 벌어지는 인권문제를 상담·조사·교육하는 전담기구로 성 문제도 포괄하여 담당한다. 성평등센터가 안고 있는 담당 전문인력 부재의 문제는 우리학교 갑질신고센터에서도 드러난다. 우리학교 갑질신고센터도 담당 전문인력 없이 총무과에서 그 업무를 겸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 문제, 갑질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인권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권센터 설립과 같은 구조적인 개편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 우리학교 폭력예방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지난해, 우리학교는 낮은 폭력예방교육 이수율을 보였다. 그렇다면 신규정이 제정되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및 재발방지 관련 조항이 추가된 지금, 우리학교에서 폭력예방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먼저, 가장 이수율이 저조했던 교수 폭력예방교육은 ▲성폭력 예방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가정폭력 예방교육 ▲성매매 예방교육 총 4가지 항목 이수율이 75%로, 달성해야 하는 이수율인 70%를 넘겼다. 학생의 경우 90%를 넘겨야 하는데 현재 학생 폭력예방교육 이수율은 16%로 참여학생 비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20.10.14. 기준). 이와 더불어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평가 항목에 ‘학생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 실적’ 항목이 추가되면서 폭력예방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에 박형우 입학학생부처장은 “이번 학기에는 성적 예비 확인 단계에서 폭력예방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성적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라며 올해 폭력예방교육 학생 이수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밝혔다. 따라서 이번 학기 학생들이 성적 예비 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기말 강의 평가와 폭력예방교육 이수 두 가지를 마쳐야 한다. 이어 “내년부터는 2학기 수강신청을 할 때 폭력예방교육 이수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1학기에 학생들에게 이를 안내하고 이수를 독려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는 부담을 적게 할 예정이다. 1년에 한 번만 이수하면 되기 때문에 그나마 부담이 적은 2학기를 골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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