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을 듣지 않을 권리와 배제되지 않을 ‘권리’는 정말로 동등한가요?
며칠 전 SNS를 비롯한 언론 상에서 한 11살 동화작가의 글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해당 글은 작년 11월 18일 작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작가 본인의 경험담을 실은 일기장 형식이었다. 작가의 가족은 동생의 생일을 맞아 1시간 거리에 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으로 향하기로 한다. 하지만 레스토랑 바로 앞에서 작가와 동생은 가게가 노키즈존이라는 이유로 입구부터 등을 떠밀린다. 작가의 어머니는 당황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 사장과 이야기를 나눠보지만 끝끝내 들어올 수 없다는 답변만을 듣는다. 글은 “어른들이 편히 있고 싶어 하는 그 권리보다 아이들이 가게에 들어올 수 있는 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작가의 생각으로 끝맺음 된다.
2017년 11월 24일, 인권위는 이미 노키즈존이 아동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의 결정문을 선고한 바가 있다. 2016년 한 제주도의 이탈리안 식당에서 안전사고 등의 이유로 13세 이하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자, 그 가족이 인권위에 진정을 요청한 것이다. 이 결정문에서 인권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상업시설 이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배제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를 골자로 하여 해당 이탈리안 식당에 13세 이하 아동을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노키즈존 사업장의 수가 줄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인터넷 노키즈존/키즈존/키즈카페 지도에 의하면 2019년 1월 기준 노키즈존의 수는 408개에 달하지만 키즈존의 수는 49개에 불과하다. 49점의 키즈존 중 노키즈존에서 키즈존으로 전환한 점포는 단 4곳이다.
◇ 노키즈존에는 아이의 입장이 들어가 있나?
노키즈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노키즈존이라는 용어가 법‧제도적으로 실효를 가진 사례가 없을뿐더러 노키즈존을 규제할 법적 기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2항 1호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행위”의 ‘상대방’을 아동을 포함한 전 연령층 이용자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견해에서 이 조항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차별적 거래를 시행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상대방’에 다른 소비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인터넷상에서는 노키즈존의 문제를 가시화하려는 조짐이 보일 때마다 찬성하는 편과 반대하는 편이 나뉠 뿐이다.
노키즈존이라는 용어가 사업장에서 직접 사용된 이래 노키즈존의 논점은 늘 이용자의 불편함 또는 업주의 업장 관련 손실 차원에서만 머물러 왔다. 2016년 경기도 공존사회연구실에서 발표한 『노키즈존 확산, 어떻게 볼 것인가?』 보고서는 시사점을 제기하기에 앞서 쟁점을 종합할 의도로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제시한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노키즈존은 업주의 영업상 자유에 해당하며 ▲과잉조치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고객의 행복추구권이 아이의 기본권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노키즈존이 아이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그렇다는 의견보다 많이 집계되었다. 이에 보고서는 연령대에 따른 노키즈존의 모습, 기본권의 사회적 정의보다 양육자의 육아 스트레스로 쟁점을 선회한다.
◇‘제주도 노키즈존 리스트’, 블랙리스트 아니냐구요?
2017년 9월, 한 블로거가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제주도 노키즈존 식당, 카페“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자 이에 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일이 있었다. 블로거의 의도는 부모들이 사전 정보를 알지 못한 채 갔다가 허탕 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기존 찬성 측은 ‘블랙리스트 같다.’, ‘오지 못하게 해서 사업장에 금전적 손실을 일으키려는 거 아니냐.’, ‘명예훼손이다.’는 식의 반응을 이어갔다.
하지만 방해하지 않기 위해 리스트를 만드는 행동이 어떤 논리로 금전적 손실을 입히냐는 주장 또한 힘을 입었다. 한 SNS 이용자는 “애들은 나가라고 노키즈존을 걸어놓으면 보호자는 당연히 안 가려고 하지 문전박대 당하러 찾아가는 사람은 없다.”며 “사람은 내쫓김 당하려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며 반박했다.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게시판에 올라온 한 글은 “아시다시피 아이를 데리고 식당에 방문했을 때 다른 곳을 또 찾아 가기란 무척 힘들다. 아이는 배고픔을 참기 어렵고 어른보다 체력이 약해 쉽게 지치며, 여행지에서 문전박대 당하는 기분을 아이도 느끼게 되어 상처가 된다.“며 노키즈존 지도를 제작해 관광 안내소에 배포해 주기를 요청했다.
어떤 지면들은 노키즈존보다 키즈존이 가져오는 금전적 이익에 관해 지론을 펼치기도 한다. 어린이 전용 좌석 실례를 들거나, 노키즈존을 할 경우 저 연령 아동을 거느린 소비자들이 오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수익에 손실이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그런 계산보다도, 저연령 소비자가 소비 현장에 들어섰을 때 감내하게 될 대우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카페나 식당은 물론이고, 어린이 전용 시설에서도 양육자들은 조그마한 주의나 소음에도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조그마한 소음에도 (특히 도서관 같은 곳에서) 이용객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이용하지 못하게 할 것을 부탁하며 ‘이용할 권리’를 주장한다.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자신의 양질적 서비스를 위한 권리와 배제되고 거부당하지 않을 권리를 마냥 같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 한 마디만 해도 죄송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의 권리와 몇 번을 목소리를 내어도 거부당하는 사람들의 권리가 정말 같은 것일까? 쟁점의 한계를 감안할 때 유의미한 방법이 과연 무엇일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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