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문장’은 구병모의 단편 소설집으로, “실재하는 위협과 공포”라는 설명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이 책은 단 한 줄의 끔찍한 묘사 없이도 독자를 덜덜 떨게 만든다.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겪는 위험과 고난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을 듯 현실적으로 묘사되어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에서는 시골에 내려가 온 마을의 관심을 받는 임부가 나온다. 온 마을의 주민들은 그의 집에 들락거리며 집안사정을 물어보고, 택배기사든 가게주인이든 남자를 만나기만하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타인의 개인사는 묻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알고 있는 그에게 지나칠 정도의 관심과 전근대적인 사상의 발언들은 거북하기만 하다. 하지만 모두가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거북한 것이 죄다.

이것이 무섭게 다가오는 것은 오롯이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좁은 사회 안에서라면 한번쯤 겪거나, 들었던 이야기이다. 좁은 사회 안에서 개인은 개인일 수 없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는 집단으로 퍼져나가고, 그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과장되기도 한다. 사생활이 존재하지 않는 공포를 겪어본 독자는 등장인물이 느끼는 두려움을 똑같이 느낀다. 구병모 작가가 대단한 이유는, 이렇듯 허구 속에 실재하는 현실의 공포를 끌고 오기 때문이다.

이는 다소 비현실적인 소재에도 적용된다. ‘미러리즘’ 에서는 약물 테러로 여자가 된 남자가 나온다. 그가 겪은 일은 현실에서 겪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여자가 된 이후, 생물학적 ‘여성’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배제당하는 것은 현실의 이야기이다. 판타지와 다큐를 적절하게 버무린 소설은 비현실 속에서도 현실의 공포를 보여준다.

‘단 하나의 문장’은 허구속의 현실, 비현실 속의 현실을 보여준다. 소설이 현실감을 가진 순간, 독자는 책에 몰입하고, 작가는 독자를 책으로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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