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학교는 다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모두 교육이 아니다. 학교는 교육뿐 아니라 사회화 등, 결코 교육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교육 이외의 세계가 혼잡한 삶의 양태일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는 훈육, 교과학습, 입시 등 다양한 활동과 함께 이데올로기가 섞여 있으며 이것이 모두 교육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오히려 교육은 학교 밖에서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교육과 학교태가 다르다면 서로 구분되어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상식에 의해서 또는 종종, 제시된 정책안에 의해서도 역시 교육은 학교와 혼동되는 듯하다. 예컨대, 교육개혁안이라 하면서 학교 안팎의 교육보다는 학교 안에서의 교육을 주로 다루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주로 학교에서의 교육을 다루는 정책이라면 학교교육개혁안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린다.

교육과 학교의 혼동에는 순수학문과 응용학문의 차이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겠지만, 교육이라는 단어 개념에서의 적절한 합의가 부족한 원인도 있다. 일상 세계는 학교제도 등의 세속적인 세계와 함께 교육적 세계 등 다양한 세계의 복합적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특히 교육에 관하여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것이 모두 교육이라는 식의 정의와, 이와 함께 교육 목적 달성을 위한 일련의 작용이 모두 교육이라는 식으로 교육의 의미가 규정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규정은 단어의 외연을 한없이 넓혀 단어의 필요성을 위협하고, 합의되지 않은 개념의 사용으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교육을 연구하는 학문이 교육학이라면, 교육학은 교육현상 자체를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철학, 교육사회학, 교육심리학 등 교육학의 다양한 분과학문 학자들은 교육학의 통일된 입장으로서 제시될만한 교육에의 합의된 개념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교육학자의 전문성이 발휘되어야 할 분야이지만, 그 과정이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작업일 수 있다. 하지만 진정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교육의 적절한 의미 합의가 꼭 필요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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