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청람원>
지난 3월 10일부터 3박 4일 동안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NSTA 컨퍼런스가 열렸다. NSTA는 National Science Teachers Association의 약자로 미국의 과학교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다. 한국에도 과학교사들이 모여 만든 여러 단체들이 있고 전국과학교사연합이라는 형태로 각 단체들이 모여서 교수-학습에 대해 자료를 나눈다. 내가 NSTA에 참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서울•경기 지역의 초•중•고 과학교사들이 모여 과학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신과람)을 통해서이다.
첫 발령을 받고 무엇인가 모자란 내가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더 배우고 싶다는 열망에 주변 지인의 도움으로 신과람을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함께 한 것이 인연이 되어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하나 둘 경험하게 되었다. 이번 NSTA 컨퍼런스 참석도 사실 내가 먼저 가기로 결정했기 보다는 신과람에 계신 선생님들이 함께 가보지 않겠냐고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NSTA에 참석하기 위해 가는 길에는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함께했다. 신과람 출신 교수님 3분과 가족들, 현재 고등학교 근무중인 선생님 2분, 서울대 박사과정으로 휴직 중인 선생님 1분, 서울대 6개월 파견중인 선생님 1분, 그리고 나까지 무려 15명이 움직였다. 아마도 현장에 있었다면 3월 초 이맘때 학교를 비우고 학회에 참석하는 것은 초등학교에서는 전담교사가 아닌 이상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현장에 돌아가면 또 가볼 기회가 있지 않을 것 같아 교원대 파견을 나온 올해를 이용하기로 결심을 했었다.
교수님과 선생님들의 수업이 있기 때문에 일정은 3월 6일 출국하여 13일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3월 6일 저녁 6시에 출국하여 3월 6일 오전 10시에 도착했다.(미국과의 시차를 생각하지 않고 나는 저녁 6시에 출발하여 저녁 10시에 도착하는 줄 알고 ‘요새 비행기는 빨리도 가네.’라는 많이 모자란 생각을 했다.)
3월 6일부터 9일까지는 학회 전에 시간이 있기에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기로 했다. PIER39라는 유명한 항구도 가보고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가기위해 왕복 8시간동안 차를 타고 이동하고, Exploratorium(과학관), Academy of science(과학관), 현대미술관, 시차 적응을 못해 새벽 버스를 타고 이동한 Cliff House(태평양 연안에 바닷가 레스토랑) 주변 공원, 걸어서 왕복한 금문교 등이 주요 방문지였다. 주로 버스를 이용했고 바트를 타고 UC버클리에도 다녀왔다.
버스를 이용하며 든 생각은 체크무늬처럼 가로길과 세로길이 있어서 거리 이름만 알면 쉽게 장소를 찾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변경된 거리이름 주소제도가 과연 적합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매우 좋다고 했는데 오가는데 힘들고 날씨도 흐리다 눈도 와서 생각만큼 감흥은 크지 않았다. 과학관 두 곳은 너무도 모습이 달랐다. Exploratorium은 마치 목공소 같은 느낌(?)으로 주로 물리 관련 전시물이 있었고 모든 것이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다. Academy of science는 잘 정돈된 느낌의 자연사박물관 이었다. 생물을 좋아하는 나에겐 후자가 더 좋았다. 현대미술관에는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많았다. 시차적응을 못해서 다녀온 곳은 낯선 지역을 여행하다 보물을 발견한 느낌처럼 다가오는 곳이었다. UC버클리에서의 종탑, UC버클리 내에 있는 로렌스과학관, 과학관을 올라가려도 잘못 간 UC버클리 LAB, LAB옆의 동산(?)도 기억에 남는다. 여행을 하면서 잘못 들어간 길에서 얻는 또 다른 기쁨도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본격적인 학회 이야기로 가면 NSTA는 모스콘센터(우리나라 KOEX와 비슷)와 주변의 호텔에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환경, 일반과학 등에 대한 기조강연, 워크샵, 포스터, 주변 관광지 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4일 동안 이루어졌는데 매일 한 권의 책자로 프로그램이 소개되었다. 그 중에 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부분을 찾아 가서 듣는 형태로 진행된다. 잘만 찾으면 기조강연이나 워크샵에서 과학 키트와 교육 자료들을 무료로 주는 경우가 많다. 또, 식사시간에는 식사나 만찬을 주면서 이루어지는 강의들도 있다. 코엑스몰에서 박람회를 할 때처럼 전시장에서는 각종 업체와 교육기관이 들어와 자신들의 교육관련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이곳에서는 무료로 주어지는 자료가 상당하며 때론 뽑기를 통해 사이언스 키트를 주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도 토요일 날 가장 가지고 싶던 700달러 상당의 인체골격모형에 당첨이 되었으나(생물을 공부한 사람에게 인체골격모형은 왠지 소유하고 싶은 물건이다.) 한국으로 가지고 오는 것이 어려워 아쉽지만 미국현지 교사의 제안으로 디지스코프(TV에 연결해 관찰중인 생물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현미경)로 바꾸었다.
함께 간 선생님 중 한 분이 왜 우리나라는 이런 학회를 하나 못 만드는지 안타까워하는 모습에서 세계에서 누구나 찾아오고 싶어 하는 대한민국의 학회 모습을 그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