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독교인이 ‘新MB' • ’이슬람채권법 절대 반대‘는 아냐

상당한 세월동안 한국사회에서 ‘기독교’는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것들 중 한 가지였다. 처음에는 ‘예수님을 믿지 않고는 구원받지 못한다’라는 원칙으로 대표되는 배타성에 대한 논쟁과 같은 것들로 시작된 비기독교인들의 기독교 비판은 이제 기독교의 정치적 연루에 관한 문제 제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사회에서 ‘정치와 종교와의 관계,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라는 논의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 “이슬람채권법? 잘 모르겠는데요”
최근 들어 기독교와 관련된 논란의 중심이 된 주제는 이른바 ‘수쿠크법’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슬람채권법이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된 계기는 지난 2월 조용기 목사의 발언 이후다. 조용기 목사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신임 회장 취임예배 자리에서 “이슬람채권법이 통과되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현 정부와도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었다. 그 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길자연 대표회장 등이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 나가면서, 비기독교인들과 언론 등 사회 일반은 이것을 ‘기독교계 전체가 이슬람채권법을 반대한다’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과연 목회자들이 아닌 일반 기독교인들도 그러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을까. 우리학교에 다니는 여러 기독교인 학우들에게 의견을 구했으나, 대부분 학우들의 반응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교회에서 그런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라거나 “얼핏 들어는 보았으나 자세한 사항은 모른다”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기독교 동아리 회장들에게도 질문해 보았다. 반응은 엇갈렸다. 이슬람채권법에 대해 알고 있고, 입장이 분명한 경우도 있었지만 이슬람채권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동아리 회장도 있었다. 우리학교 CCC 회장 한지은(초등교육•08) 학우는 “이슬람채권법 제정에 반대한다. 이슬람 자금이 들어오면 당장은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향후 이슬람 측에서 자금을 무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학교 IVF 대표 허단비(초등교육•09) 학우는 “이슬람채권법에 대해 들어 보기는 했으나 자세한 사항까지는 알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기독교인들 중에도 이슬람채권법에 대해 모르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 왜 기독교와 이명박 정부는 친하다는 인식이 생겨났는가
많은 기독교 목사들과 신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가 당선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독교 장로라는 점 때문에 기독교계의 큰 지지를 받았다. <중앙일보>가 대선 직전인 2007년 11월 28일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당시 이명박 후보의 전체 지지율은 41,2%였지만, 개신교 신자의 지지율은 52.6%로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이 때는 이른바 ‘BBK 논란’으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타격을 입었던 상황이었다. 특히 교계에서 발언권이 강한 대형교회 목사들이 정권의 친구가 되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있던 당시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와 전광훈 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은 노골적인 이명박 후보지지 활동으로 인해 여러 차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제재를 받았고, 김진홍 목사도 선관위에 고발당한 바가 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후보가 출석하고 있던 소망교회는 주일 예배시간에 이 후보가 당선되도록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기도했다가 선관위의 경고를 받았다. 이 밖에도 설교를 통해 이명박 후보를 지원했던 목회자들은 영락교회의 이철신 목사, 새문안교회의 이수영 목사,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역으로 이명박 대통령 역시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 봉헌’ 발언 등 ‘친기독교적’이라고 보일만한 언행을 계속해 왔다. 특히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많은 현재 상황에서 자신의지지 기반을 기독교인들에서 찾으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모든 기독교인들이 그런 것이 아닌데도 ‘기독교=친이명박’이라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자리잡게 되었다. 오히려 이슬람채권법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기독교계의 ‘밀월관계’가 끝난 지금의 상황은 흥미롭게 보일 정도다.

◇ 종교의 사회 참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렇게 종교의 정치 개입에 대한 논란이 많다면 종교는 사회정치적 사안에 대해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일까. 기독교인 학우들과 비기독교인 학우들에게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들은 사회정치적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물었다.
우리학교 CCC 회장 한지은 학우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사회 문제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학교 IVF 대표 허단비 학우도 “기독교가 사회정치적 현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에서 발생하는 잘못된 일들을 바로 잡는 것은 종교인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다만 사회적 영향력이 큰 종교인들은 사회정치적 발언을 할 때 신중해야 하며, 특히 특정 정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한 역할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는 김상훈(가정교육•10) 학우는 “종교계가 정책적•사회적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자신들과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치가에 대한 낙선 운동이나 퇴진 운동을 벌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천주교인인 강나연(독어교육•10) 학우는 “종교의 본질은 사랑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공격적인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허단비 학우는 “최근 조용기 목사의 일본 지진 관련 발언은 경솔한 면이 있었다고 본다. 또한 조용기 목사의 의견이 기독교인 전체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천주교나 불교가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하고, 기독교인 일부가 이슬람채권법에 반대하는 것과 같은 정책 사안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할 수 있다고 보지만 특정 정당과 똑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이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이슬람 사회에서는 이자 지급이 금지되어 있다. 그렇다고 금융활동을 전혀 안 할 수는 없다. 불로소득인 이자에 대한 대안으로 고안된 방법이 투자와 배당금 개념이다. 즉 이슬람 자본의 운영 원리는 기본적으로 투자를 하고 그것에 대한 배당금을 받는 방식이다.
수쿠크는 이슬람 사회에서의 금융 활동을 위해 고안된 채권이다. 수쿠크를 발행할 땐 우선 조달할 자금으로 투자할 실물자산을 미리 지정한 뒤, 투자자를 모집한다. 투자 대상은 부동산에서부터 기계 설비, 비행기, 크루즈선 등 다양하다. 수쿠크 투자자는 이자를 받는 대신 이 실물자산 운용에서 나온 임대료나 매매차익 등을 배당금 형태로 지급받게 된다. 물론 이러한 실물자산을 운용하는 사업자가 파산할 경우 배당금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수익을 얻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세금이 이 채권의 배당금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슬람 자금을 끌어들이려는 여러 나라들은 이슬람채권에 대한 각종 면세 혜택을 줌으로써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한다. 이러한 국제적 추세를 따라 한국 국회에서도 지난 2009년 9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었다. 이 개정안은 이슬람채권에 대해서도 다른 외화표시채권과 마찬가지로 양도소득세, 법인세, 취득세 및 등록세,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제21조에 의하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내국법인이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의 경우 소득세와 법인세가 면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많은 반대에 부딪쳐 일단 좌절된 상태다. 일부 기독교계 및 문화적 보수주의자들은 이슬람 채권의 수익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유입될 수 있고, 이슬람교와 이슬람 문화의 확산이 우려된다며 반발했다. 또한 이슬람의 종교적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자금의 무기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한 현재 한국 금융시장의 외화유동성이 이미 충분해 과열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굳이 이슬람 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있겠냐는 회의론도 부상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이슬람 채권을 통해 최근 한국전력이 공사를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원전 건설 자금을 손쉽게 대출해주려는 ‘이면계약 특혜’를 제공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이슬람채권에 대해 세금 혜택을 주는 비 이슬람 국가로는 영국, 싱가포르, 아일랜드가 있으며, 도입을 준비하거나 특수성을 인정하는 국가로는 일본, 프랑스, 미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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