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새해가 되자마자, 그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일이 시작되었다. 결코 변화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사회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이 지역의 이미지는 침체된 분위기, 실업, 자살폭탄 테러, 여성 탄압 등 부정적인 것들로 대표되었고, 사회적 모순은 영원히 해결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왕 또는 군사 독재자들이 통치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나마 석유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은 ‘오일 머니’를 이용한 주택, 의료, 교육 등의 복지를 통해 시민들을 달랬다. 석유조차 풍부하지 못한 나라들의 시민들은 독재와 더불어 가난에까지 시달려야 했다. 맨 처음 봉기가 일어났던 튀니지와 이집트는 후자에 속했다.
그런데 이 지역의 문제는 단순한 독재와 부패, 경제적 미발전의 문제 이상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매우 복잡한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 지역에 분쟁을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석유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은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확보하고 이 지역의 세력 균형을 관리하기 위해 독재자들을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후원해 왔다. 물론 이라크의 후세인과 같이 자신들의 이해와 결탁하지 않으려는 독재자는 제거했다. 지금 미국‧영국‧프랑스를 비롯한 다국적군이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것 또한 리비아의 석유 채굴권에 자유롭게 접근하기 위한 의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리비아 공격에 반대하는 국가들은 그들대로 카다피 정권으로부터 석유를 공급받고 리비아에 여러 재화와 서비스를 수출하던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들 역시 카다피 정부로부터 수많은 건설 프로젝트를 발주 받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터라 지금의 상황에 난처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어쨌든 최근의 자유화‧민주화 운동으로 이슬람 사회의 보수 기득권 세력은 위기를 맞은 듯 하다. 그들은 이슬람의 이름으로, 율법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여 근대적 인권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법률을 만들어 인권을 탄압해 왔다.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에서 동성애자는 사형을 당할 수 있으며, 여성의 사회 참여와 직업 활동이 많은 부분 제약된다. 명예살인 같은 악습도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를 고위 성직자들과 부족 지도자들, 아니면 군부나 관료 집단이 독점하고 있다.
독재자를 일단 몰아낸다고 하더라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시민들은 이러한 기득권층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 ‘민주 정부’로 간판만 바꿔단 채 구 세력이 다시금 정권의 실질적인 구성원이 되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 알카에다와 같은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혼란을 틈타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이들은 마치 서구와 기득권층으로부터 시민을 해방시키는 것처럼 자신들을 포장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자발적으로 일어난 시민 세력에게 밀려 조용히 있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서구 국가들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시민들의 삶을 좌지우지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민 세력이 자립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능력을 갖추어서 서구가 개입할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서구가 초기 이집트 민주화운동에 대해 침묵했던 것은 ‘무슬림형제단’과 같은 반서구 색채를 가진 집단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이슬람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든 근대 자유 민주주의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든 그들 스스로의 삶의 행복을 찾고, 자립된 경제구조를 세우고, 좀 더 관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은 독재자를 타도하고 살아남은 이들 앞에 놓인 과제다.
- 기자명 김진우 기자
- 입력 2019.01.0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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