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청람원>
원총에서 추진하는 나의 고향 ‘전라도 맛기행’이건만, 정들었던 지혜관 305호를 퇴소해 여름방학 10주 동안 묵게 될 사임당관으로 이사를 하는 날과 겹쳐 마음을 접어야 했다. 더구나 1박 2일의 주중 행사인지라 돌아오는 날도 꼭 참여해야할 종강모임이 겹쳐 도저히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다.
하지만 과학영재교육과 단체 모임으로 협의가 끝나 입소를 하루 미뤄두고, 다음날 6시 이전 도착 일정을 확인받은 후 참여하게 된 것이 꿈만 같았다. 학생회관 앞에 대기 중인 스쿨버스에 올라 1박 2일 아름다운 여행을 떠난다는 기쁨에 설레며 매주 운전으로 오가는 전주까지의 길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여행 가이드로서, TV에서 소개된 ‘구두 종합병원’ 명인의 소개를 시작으로 경기전, 어진박물관, 전동성당, 한옥마을 체험관, 오목대를 돌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줬다. 아담한 찻집 [고신]을 눈여겨 봐둔 홍유미샘으로 인해, 푸짐하고 맛있는 [마패] 비빕밥을 먹은 후 전통차를 맛볼 여유도 즐겼다.
교원대에 최근 입사하신 기사님도 자리를 함께 하며 전통차를 맛보시고 여유롭게 남원으로 향했다. 남원지리산 둘레길 구룡폭포 1코스를 택해 조아라 부회장은 ‘쪼리’ 신발로도 잘 올랐지만, 우리 조는 미끄러운 신발 탓에 7곡까지 올라 시원한 폭포수에 발 담그고 쉬었다.
대신 세찬 계곡물 소리 넘어 들려오는 판소리 연습생에게 [사랑가]를 신청해, 흥겨운 추임새로 함께 하는 영광을 누렸다. 좁은 세상임을 실감하듯, 군산 출신 국악신동의 스승이 그 분 어머님이라는 소개도 받게 되었다.
한참 산행을 마친 듯한 노곤함에 찾은 조용한 [심원첫집]의 산채정식은 우리의 눈과 배를 행복하게 해줬다. 작은 연못의 금붕어와 큰 장독들, 유난히 아름답게 핀 송엽국을 감상한 후, 켄싱턴 호텔로 가서 여장을 풀었다. 바로 앞 광한루원까지 아름다운 곡선의 다리를 건너 7시~8시 무료 입장 시간을 기분 좋게 활용했다.
고고한 자태의 왜가리가 연못 위를 날고 큰 돌에 괴언호은 왕버들의 건재함이 놀라기도 하며, 남원여고 재직 시절 광한루에 얽힌 과거 아이들의 ‘춘향제’ 가장행렬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춘향이가 되어 그네를 타본 은희샘은 유미샘의 방자 같은 괴력을 칭찬했다. 늦게 피는 꽃분홍 앙증맞은 산철쭉 소개를 듣고 나와 다리에 발을 올리려던 순간, 우리 일행을 환영하듯 다리의 아름다운 조명이 환하게 밝혀져 기분이 더욱 좋았다.
323호로 모여 각자 자기소개를 마쳤는데, 익산 남중에 근무하는 최훈샘과 유미샘이 내 의도에 잘 따라줘 돌아가며 모두 노래를 즐겁게 부를 수 있었다. 결코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던 분들도 결국 소박하며 정겨운 분위기에 동화되어 가장 자신 있는 특징적인 노래를 재미있게 불러줬다. 따뜻한 시골 남자란 의미의 ‘따시람’으로 소개를 한 최주훈샘을 비롯해, 참석하신 분들의 이름도 모두 외우고 장점이 될 특징들도 잘 새겨둔 의미 있는 밤이었다.
다음 날 새벽 5시 20분 저절로 눈이 뜨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곤히 잠을 청하는 상희, 은희샘을 생각하면 그냥 자리에 누워있어야 했건만, 내 첫 발령지인 남원의 켄싱턴 호텔 322호에서 무의미하게 잠을 더 청할 수 없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창밖으로 보이는 남원 시내를 내려다보며 옛 추억에 잠겨보았다.
8시 30분 [새집] 추어탕과 튀김을 시작으로 점심은 담양 떡갈비 정식을 먹어 포만감에 시달려야 했지만 모두 만족스러워하는 전라도 음식에 어깨가 우쭐해졌따.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보행로는 황토 길로 교체하느라 공사 중이었지만, 달인 코너에 소개된 못난이 도너스를 먹으며 실컷 다양한 포즈로 함박웃음 담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최훈-박호열 체육과 샘은 촬영기사로 봉사를 해주었고, 가는 곳마다 식물에 관심을 가져준 국어과 오미선-한태희-전경희샘, 왕언니로 대우해준 한문과 성낙연-신덕수샘, 늘씬한 신혜민-김향숙샘, 조아라 부회장을 잘 돕던 박지영-황현숙-고은정샘, 영어과 김바다-성민-권은희샘과 아름다운 죽녹원-소쇄원-식영정을 돌아볼 수 있어 행복했다. 유미샘은 ‘하늘-광주호-술잔-그대 눈 속’에 뜬 네 개의 달 소개를 하며 식영정의 운치를 더해줬다.
학생들 현장체험 장소로 양산보의 소쇄원은 몇 번을 돌아본 곳이지만, 죽녹원의 정자에서 편히 쉬어가며 실컷 맑은 대숲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여산 휴게소에서 10분만 쉰다고 하더니 마지막 커피까지 대접하는 진행 팀의 여유에 기사님은 30분은 족히 기다린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모두 행복한 기행이었노라며 다음 총학의 행사에 기꺼이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남원 추어탕 ‘새집’ 정원에서 본 로즈제라늄, 설악초, 톱풀, 메리골드부터 담양 떡갈비집 정원의 초롱꽃, 어성초(약모밀), 사랑초, 식영정의 마삭줄까지 흥미롭게 다시 복습하며 휴게소를 떠나온 미선샘이 특히 사랑스러웠다.
매 순간 가장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하며, 결국 자신이 있게 된 자리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는 노력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새긴 소중한 여행이었다.
겹친 일정을 핑계로 그냥 스칠 수 있었던 원총 행사였지만,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생의 자부심을 다시 한 번 새겨준 알찬 행사로 기억되기에 시간 계획을 잘 세워 다음 원총 행사에도 꼭 함께 하리라 다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