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14. 5. 6.
“기다리래”
진도 관제 센터는 사고 접수 후 11분이 지나서야 세월호와 처음 교신했고, 해경의 경비정은 신고 후 40여 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그 배에 승객보다 먼저 올라타는 선장. 전문 구조대는 차량으로 이동하느라 2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그 사이 선박 내 구조는커녕 탈출 안내방송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채, 학생들이 들은 유일한 안내, “기다려라”
세월호 사태가 발생한지 2주 여의 시간이 흘렀다. 눈으로 빤히 보면서 소중한 생명들을 잃었다. 항공기를 비롯하여 선박사고에 이르기까지 침몰 초기는 승객을 살릴 수 있는 소위 ‘골든타임’이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현장을 가장 잘 알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 즉 세월호를 예로 든다면 선장이나 승무원이 반드시 첫 대응을 맡고 지휘의 선봉에 서야한다.
하지만 사고 초기 대응에 있어 주요한 역할과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하는 세월호의 선장과 대부분의 승무원은 아비규환 속에 판단불능 상태의 승객들을 선실에 묶어두고, 그들을 저버린 채 구조됐다. 과연 그들에게 선장과 승무원이라는 직함에 따른 책임을 다할 생각이 있었는가? 그들에게 소명이식이 있었는가? 선내에서는 승무원들이 탈출하고 전문 구조대가 출동하기까지 걸린 2시간 여, 골든타임 동안의 구조 기회를 날려버린 완벽한 초기 대응 실패다, 사건 현장이 조류가 세 접근이 어렵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사고 초기 대응이 전적으로 실패했으면 이후의 행보라도 사사로운 실수가 없어야 하거늘, 이후 재난 대처 경험이 전무한 행정관료 중심의 안전행정부 주도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졌다. 안전행정부는 지난 2월 당초 소방방재청 소관의 인적 재난 업무를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이유로 자신들의 담당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인적 재난 대책 업무가 손에 들어온 지 채 2달 밖에 지나지 않았고, 그로 인한 전문성 부족이 실종자 수조차 오락가락하는 그들의 행보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즉, 안전행정부는 안전에 대한 행정만을 자신들에게 옮기고, 그 기능에 대해서는 숙지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초기 대응과 그 이후의 대응에 있어 세월호 선원들과 안전행정부는 그들은 실종자 가족 혹은 유가족들의 실낱같은 희망을 저버린 채 그들의 치부를 백일하에 드러낸 꼴이 됐다.
물론 인재가 일어나면 필연적으로 부처별 혼선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부처 간 혼선을 조율하는 것 역시 사고 대응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의 경우, 안전행정부가 전문성 부족으로 스스로 신뢰를 잃는 와중에 해양수산부와 교육부는 세종시에, 해양 경찰청은 인천·목포에,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우후죽순으로 대책본부를 수립했다. 현장 중심에서 구조를 전두지휘 할 부처가 실질적으로는 유명무실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일원화 되지 못한 채 어지럽게 난립한 상부 기관은 도리어 구조에 차질만을 야기했다. 또한 부처 간 혼선을 조율하고 현장에 힘을 실어줘야 할 정부와 대통령 역시 현장의 판단에 구조를 맡기는 대신 특공대 투입을 직접 지시하고, 이 과정에서 눈치를 보는 공무원은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며 엄포를 놓는 등 사태 해결에 혼란을 불어넣었다.
그사이 사건 현장에서는 해경과 민간 잠수부가 연일 마찰을 일으켰고, 비애와 인고의 시간만이 흘렀다. 그렇기에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는 다른 안내방송은 안 나와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세월호의 “기다리래”가 선장과 승무원이 자신들이 직함에서 오는 책임을 던져버린 채 살기위해 안내한 것에 불과하다면, 캔터스 AWE1549편의 “기다리래”는 그와는 대립된다.
지난 2009년 1월 15일 US에어라인 소속 캔터스 AWE1549편이 새떼와 충돌해 두 개의 엔진 모두가 추진력을 잃고 이륙한 지 채 3분이 되지 않아 허드슨 강 위로 불시착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불시착으로 인하여 반쯤 잠긴 비행기에서 155명의 승객은 ‘기다리라’는 안내 방송을 듣는다. 그사이 기장은 기체 전면부에 위치한 비상구를 열어 기체가 가라앉기 위한 시간을 늦춘다. 그리고 승객은 기장의 요구대로 번호를 외치며, 기체 양 날개로 나와 균형을 맞춰 탈출한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단 1분이다.
거의 동시에 사고 비행기를 둘러싸는 근처를 지나던 수많은 페리들과 사고 접수 후 ‘단 3분’ 만에 도착하는 구조선과 헬기. 뉴욕항만청은 상부 보고 승인의 절차를 생략한 채 구조선과 헬기를 곧바로 투입한다. 이후 뉴욕항만청은 현장상황에 맞게 재난구조를 총 지휘한다. 선 조치 후 보고의 재난구조를 통해 한 시간 만에 승객 155명은 전원 구조된다.
인적 사고 대응에 있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해당 부처의 행보는 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사고 대응이 빠른 시간 내에, 정리된 모습으로 이뤄져야하는 것이다. 허나 세월호 참사로 본 우리나라의 인적 재난 구조는 오히려 관료적 성격이 강하며, 하나의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절차’가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또한 여러 부처가 난립하는 꼴은 대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장 중심 재난 대처’가 필요하다. 사고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장 책임자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는 것이 우선이며, 중앙 관련부처들은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지 않기 위해 이를 따라야 한다. 썩은 살은 도려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재난 대응 매뉴얼은 재수정돼야 할 것이며, 관료적 성격 역시 타파돼야 한다. 아울러 선박, 기차, 비행기 등 안전점검 방식 역시 전면 재수정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