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14. 5. 6.
올해 4월은 참으로 잔인했다. 아니 아직도 참 잔인하다. 우리 모두는 똑같은 악몽을 매일 꾸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꿈에서 벗어나면 악몽보다 현실이 더 지옥일 것 같아 걱정이다. 지난 4월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그중 우리 대학 내부적으로는 구조조정 문제가 있었다. 교수회의 결과 이번에 우리 대학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렇게 올해의 구조조정 문제는 일단락이 되었다.
그럼 이제 구조조정은 끝난 것일까? 그런데 왜 난 저 구조조정이 좀비처럼 되살아날 것 같을까? 물론 이 생각은 내 개인적인 예언이 아니라 이미 예고가 되었고, 예정되어 있는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정권이 바뀌고, 사회적 상황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도 한다.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주변 여건을 보면 앞으로의 구조조정에서 국립대학이 제외되거나 우리 대학만 빠질 확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대학이 앞으로의 구조조정 문제에서도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우리만의 저항으로는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가 했던 대학 정원 축소 방법은 대단히 간단했다. 교육대학과 우리 대학 초등교육과에서 진행했던 정원 감축 사례를 보면 그냥 정부는 몇 퍼센트를 언제까지 줄이라고 하면 “끝”이었다. 한때 160명이나 되던 초등교육과의 정원은 현재 111명으로 줄었다. 이러한 구조조정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우리 대학 수준 이상의 더 큰 조직과의 연대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방식도 교육대학이나 국립대학 전체와의 연대를 통한 대응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벌써 교육대학과 국립대학 중 일부는 이번 구조조정에 참여하고 있으니 앞으로 다가올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이러한 연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런 방안이 있다면 우리의 힘을 최대한 집중하여 조직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런데 내게는 아직 그런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누가 그것을 우리 내부에서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 주변은 구조조정이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다시 예전의 평안함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만약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우리 대학 나름대로의 대비가 필요하다. 구조조정은 결국 자신의 일부를 끊어내는 일이다. 그러므로 그에 따른 고통이 없을 수 없다. 그럼에도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끊어 내야 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고통을 견뎌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찾기 위해서이다. 단순히 자신의 일부를 덜어내는 것이 목적인 구조조정을 하면 그 고통으로 피해를 본 부분에게도, 남아 있는 부분에게도 별다른 의미가 없다. 까닭도 없이 스스로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도마뱀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니까.
구조조정의 방향은 우리 모두 예상하는 바와 같이 학부 정원 감축과 학과 통폐합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이러한 방향에 대해서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조정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불만이 생기게 된다. 모두가 만족하고 피해도 없는 구조조정 방안을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최대한 공감할 수 있는 구조조정 방안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학과는 포기하더라도 정원만은 지킬 것인지, 정원을 축소하더라도 학과를 유지해야 하는지, 만약 정원과 학과 일부를 모두 포기해야 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내부적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지난번에 제시된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서 혹자는 비민주적이고, 혹자는 불합리하다고 비판을 했다. 이런 비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대학 구성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관련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왜 확실하지도 않은 구조조정에 대비해야 하느냐고 질문할지도 모른다. 혹은 왜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반목을 조장하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한 준비는 여유가 있는 이른 봄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지난겨울이 따뜻했다고 이번 봄에 파종을 미뤄도 될까. 위협 자체를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그 위협이 실재(實在)할 가능성이 있다면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비는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런 것이 마련되고 준비되어 있는 국가가 선진국이다. 위협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지금 우리 사회가 맞이한 것과 같은 참담한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구조조정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준비하는 일은 중요하며, 설사 그것이 쓸모없게 된다고 해도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는 필요하다. 이제 우리도 체계적인 대응이 제대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사건이 터지면 재난 사항에 대해 빠르게 전파하고, 준비된 행동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처럼 당연한 얘기가 요즘은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세월호에서는 재난 사항이 전파되지도 않았고 책임자들은 지침에 따라 행동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보아야 하는 현실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하필이면”이라는 말은 그만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 이런 말은 그만 듣고 싶다. “그나마”나 “간신히”도 이제 좀 벗어나서 가능하다면 “덕분에”라는 말을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