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자유화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 vs 제재가 없으면 학생의 탈선 우려
이르면 내년 2학기부터 서울 모든 중·고등학생들은 학교구성원들이 합의할 경우 장발은 물론 염색·파마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학생 두발 자유화’를 공식 선언하고 학교들이 이를 반영하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27일 서울 종로구 교육청 201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학생 두발 자유화를 향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조 교육감은 “두발을 자유롭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것”이라면서 “또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12조에 해당하는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구현하려는 구체적 조치이기도 하다.”라고 주장했다.
◇ 두발 자유화의 배경과 논쟁
‘귀밑 3cm’, ‘깔끔한 스포츠형 머리’ 전형적인 두발 규제의 예시이다. 여학생의 경우는 단발머리를 유지하되, 셔츠 옷깃에 머리가 닿으면 안 된다거나 일정 길이 이상이면 머리를 반드시 묶어야 하는 등의 규정이 있다. 대전의 모 고등학교는 두발 검사 시 교사가 학생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잡아보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오는 머리카락이 있으면 안 되는 암묵적인 규정이 있다고 한다. 우리학교 익명의 학우는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엄격한 두발 규제를 받으며 생활했다. 규정에 맞지 않는 학생이 있으면 점심시간에 외출증을 줘서 미용실에 보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두발 자유화에 관심은 2012년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결과 서울 소재의 전체 중·고등학교의 84%에서는 이미 두발 자유화가 이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의 두발 자유화 선언은 실효성 측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많은 학교가 두발 자유화를 했는데 굳이 교육청에서 선언까지 할 정도의 안건이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서울의 나머지 16%의 학교는 머리길이, 염색, 파마를 엄격하게 지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발표는 다른 지역교육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건이다. 그렇기에 현재 두발 자유화에 대해 크게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의견으로 나뉘어 찬반 논쟁이 격렬하게 이뤄지고 있다.
◇ 두발 자유화는 학습에 방해된다는 주장
두발 자유화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머리를 관리하는 데에 높은 비용이 들어 비효율적인 소비를 할 수 있고, 많은 시간이 들어 공부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학생과 성인의 구분이 어려워져서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고 말한다. 두발 자유화를 찬성하는 학생들은 학업과 머리 모양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한 고등학생 학부모는 “자율적으로 조절을 잘하는 학생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그게 안 되는 학생은 더 반항적이고 나쁜 쪽으로 휩쓸려가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는 두발 자유화가 학교 자율권을 침해하는 부분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학생 생활지도 규정은 학교 내부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정하는데, 그것을 교육부가 개입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말한다. 덧붙여 “전적으로 개별 학생들의 완전 자유에 맡기거나, ‘인권’이라는 잣대로만 교원이 행하는 학생지도를 판단할 경우, 교원의 교육활동에 많은 위축이 초래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공동체적 정신과 학습 분위기 저해 등 교육적 부작용이 우려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두발 자유화는 학생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일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에 근거하여 두발 제한은 헌법에 명시된 신체자유권에 위배되며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다고 본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강제 이발을 진행한 학교에 대해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에 규정된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규제한 사례도 있다. 흔한 두발 자유 반대 측의 견해 중 머리가 화려하면 학업에 방해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서울의 모 고등학교 이상연 학생은 “내 머리를 마음대로 할 권리는 학생의 자질과 능력과는 별개로 주어져야 한다.”라고 반박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나 서울시 교사노동조합 등은 두발 자유화가 학생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공론화 과정이 학생들의 숙의 민주주의 체험과정이라는 차원에서 환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두발 자유화 관련 공론화를 선언하면서 “학교구성원 의견 수렴 시,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존중하면 학생들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민주적 효능감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 나아가야 할 방향
핀란드에서 살아온 안애경 작가가 쓴 <소리 없는 질서>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핀란드에서는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을 겉모습으로 평가하거나 제재하지 않는다.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화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내는 표현 방법에 대해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것이 예의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없는 이상 어떤 경우든 외모 같은 문제로 거론하는 일은 상대방을 당황하게 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어떤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이들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고 표현의 자유를 열어놓는다는 뜻이다.”
이 글은 학생지도 시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기보다는 아이들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라고 말한다. 현재의 논쟁들은 학생지도를 ‘학생다운’ 용모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학생다운’의 절대적인 기준이란 있는지, 정작 중요한 교육의 본질을 잊은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 모든 법이나 규칙은 영원하지 않다. 시대에 따라 바뀌어 가는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수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의 잣대를 전통이라는 이유로 포장하여 강요하기보다는 현시대의 상황에 맞춰서 반대 측과의 이견을 조율하여 바뀌어 나가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