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운동과 학생집회 진행, 관심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L교수 성범죄 사건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가운데, L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학내 곳곳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학과 L교수 사건대책위원회(이하 ‘사건대책위’)는 학내 여러 단체와 연대하여 1273명의 학교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하였으며, 학부생 외에도 여교수회,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등의 단체가 현수막을 통해 L교수를 파면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반면 사건에 대한 일반 학우들의 적극적 관심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사건대책위와 총학생회는 지난 11일과 12일 ‘L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집회’를 진행하였으나 참여한 인원은 11일 30여 명, 12일 20여 명에 그쳤다.
◇ 비공개로 진행되는 징계위원회
지난 9월 19일 ‘교육학과 L교수 문제에 대한 한국교원대학교 성문제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에 엄중한 징계를 요청한 것을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사건에 대한 정보는 완전히 차단되었다. 징계위는 학생과 외부 전문가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으며, 발언 기회라도 달라는 총학생회의 요구 역시 공정성을 해칠 염려가 있음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계위의 인원과 성비, 논의의 날짜, 장소, 과정은 현재 철저히 비공개로 부쳐지고 있다.
◇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서명운동 진행, 1273명 참여
대책위의 외부발표문이 “피신고인의 행위가 성희롱 및 성폭력에 해당하며 공무원 품위유지의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며 사실상 L교수의 혐의를 인정한 지금, 학내 곳곳에서는 그의 파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학교 여교수회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현수막을 통해 입장을 밝혔고, 사건대책위는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사도교육원 식당 앞, 학생회관, 인문과학관 등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학부생, 대학원생, 그리고 일부 교직원과 교수 등 다양한 학내 구성원 1273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사건대책위 위원장 김선유(교육학·16) 학우는 “지금 총장이 국외 출장중이라고 한다. 화요일은 돼야 학교에 출근할 거라고 해서, 그때 연락을 취하고 서명을 전달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사건대책위는 서명운동과 더불어 “징계위원회와 L교수를 보아라”라는 주제로 서명운동 참여자들의 주장을 포스트잇에 모은 후, 이를 L교수의 사무실 문과 벽에 부착했다.
◇ 학내 여러 단체의 연대 활동
서명운동을 비롯한 사건대책위의 활동은 학내 여러 단체와 연대하여 이루어졌다. 사건대책위와 연대한 단체로는 ▲학부 총학생회 ▲윤리교육과 H교수 사건 비상대책위원회 ▲동아리 행동하는예비교사모임(이하 ‘행예모’) ▲초등교육과 학생회가 있다. 사건대책위원장은 “총학생회, 행예모, 초등교육과 학생회는 감사하게도 먼저 연대 의사를 밝혀 주셨다. 윤리교육과 비상대책위원회의 경우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도움을 요청했다”라고 연대의 과정을 설명했다. 연대에 참여한 초등교육과 학생회장 이동환(초등교육·16) 학우는 “현재 L교수 문제로 드러난, 학내 성폭행과 관련된 문제 및 이에 대한 학교의 미흡한 대처구조는 특정 학과만이 아닌 학교 전체의 문제이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는 학내 구조를 만드는 것이 초등교육과 학우 전체의 합치된 의견이라 생각한다. 초등교육과 학우들, 더 나아가 전교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존재한다는 학생회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연대하여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연대를 진행하게 되었다.”라고 연대의 배경을 설명했다.
◇ L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집회 진행
지난 11일과 12일 오후 5시 30분, 사건대책위와 연대 단체들은 ‘L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집회’를 진행했다. 학생회관 앞에서 시작된 집회는 성명서 낭독과 자유발언 후 ▲교원대는 책임져라 ▲L교수를 파면하라 ▲징계과정 공개하라 ▲전수조사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학본부 앞으로 행진했고, 다시 자유발언과 구호 제창 후 마무리되었다. 자유발언에 참가한 한 학우는 “사회의 공정성은 어떤 범죄가 일어났는지가 아니라 그 범죄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통해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03년 이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대학원생들의 운동을 다룬 한국교원대신문 기사의 제목은 ‘우리 대학 자정력 반영하는 시험대 될 터’였다. 지금은 2018년이다. 1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다. 대학의 징계과정은 아직도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고, 징계 과정에 누가 참여하는지, 징계위원회가 어디서 어떻게 열리는지 우리는 알 수 있는 것이 여전히 없다. 학부 전교생이 2400명이 안 되는 지금, 학내 구성원 1273명이 L교수의 파면과 징계과정 공개, 정기적인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총장은 국외 출장 중이라는 이유로, 또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L교수사건대책위원회장을 만나주지 않고 있다. 대학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학교를 학교답게 정비할 의무가 있습니다. 징계위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서 침묵하지 않고 이 사건을 잘 이끌어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그런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주장했다. 김선유 학우는 “일단 집회를 꾸준히 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매일 집회를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한 주의 특정 요일을 정해 매주 계속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라며 향후 집회 계획을 알렸다.
◇ 사건에 대한 관심 부족 우려도
그러나 사건에 대한 일반 학우들의 관심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11일과 12일 집회의 참여 인원은 11일 20여 명, 12일 30여 명에 그쳤으며, 청람광장에서도 사건과 관련된 글은 사라진지 오래다. 집회 자유발언에 참여한 한 학우는 “이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학교가 이렇게 평화롭고 조용한 게 굉장히 괴롭다. 집회를 주최하는 입장으로서, 홍보가 부족한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홍보해야 사람이 모일 문제인지 의문이 든다. 이 사건은 특정한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다. 내 문제일 수도 있고, 내 친구의 문제일 수도 있고, 내 가족의 문제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내 눈 앞에서 당장 벌어진 일인데 너무나 조용한 학교가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김선유 학우는 “우리가 사도교양교육원 관리동 앞 게시판에 붙인 자보가 세 번이나 떼어졌다. 누가 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심적으로 괴롭다. 사람들의 관심이 적다는 것이 직접적으로 느껴질 때도 아쉬움을 느낀다.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의 일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며 학우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