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onal Association for Gifted Children 58th Annual convention을 다녀와서

코너 [청람원]

 

“Let's Change the World!"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이번 NAGC 학회에서 General Session의 첫 번째 연사인 Bill Nye가 미국의 영재교사들에게 외친 말이다. NAGC 학회는 미국 전역의 영재교사, 영재 프로그램 운영자, 연구자, 학부모, 카운슬러 등 영재교육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 자신이 연구한 주제를 발표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이다. 영재교육 관련해서는 미국에서 가장 큰 학회이며 호주를 비롯하여 한국, 대만 등 여러 나라 연구자들도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다. 이 축제의 문을 여는 한마디가 바로 “Let's Change the World!"였다. 교사들이 영재 학생들을 잘 가르친다면, 20년 뒤 그들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것이다. 영재교육을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 미국의 영재교육이 지향하는 바가 간단하면서 극명하게 나타나는 한마디였다.

학교 현장에 있을 때 교육청 영재반 수업을 맡아보기도 하고 영재학급 운영을 담당해 보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이 아이들은 정말 영재일까?’라는 의문부터 시작해서 ‘대체 영재란 뭘까? 뭘 가르쳐야 하지?’, ‘이 선발 문제가 과연 영재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적합한 걸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영재교육에 들이는 국가적 예산이나 교사들의 노력, 학부모들의 관심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매주 학생들을 만나 ‘영재교육’이란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기본적인 의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영재교육에 대한 철학이 제대로 서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을 할 수 있을지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부족함을 채우고자 대학원 영재교육 협동과정에 진학하여 한 학기 동안 공부를 하였지만, 공부가 많이 부족하여 그런지 여전히 많은 의문이 해결되지 않은 채였다.

미국의 영재교육에 대해 직접 가서 보고 오겠다는 문화탐방 계획서를 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각 주마다 특색 있는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뿐 아니라 대학에서의 연구도 활발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NAGC 학회에서 다루는 여러 주제들을 살펴보니 내가 가진 많은 의문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학회는 4일간에 걸쳐 진행되었고 매일 수십 건의 세션이 열렸는데 예술, 창의성, 초등, 중등, STEM, 카운슬링, 부모와 지역사회, 커리큘럼 등 주제별로 다양한 내용의 발표가 있어서 흥미 있는 주제를 선택하여 들을 수 있었다. 현장 교사, 영재 센터 운영자, 영재교육 연구자 등 발표자들도 다양했는데 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경험하거나 연구한 성과를 발표하고 참가자들이 그에 대해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며 토론을 하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보태기도 하였다.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던 중 시사점을 얻은 내용이 몇 가지가 있었다. 우선 부모교육이 매우 활발하다는 것이다. 학회 중 하루를 부모의 날로 정해서 학부모가 학회에 참가하여 의견을 공유하도록 하여 교사와 연구자, 학부모가 함께 교육에 대해 고민하도록 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실 현장에서는 교사와 학부모간에 영재교육에 대한 철학이나 영재성에 대한 정의가 달라 의견이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영재교육담당이 되면 민원 전화 받는 것이 업무의 반이다) 이렇게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면 아이들을 위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는 대인관계 카운슬링이 매우 실제적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학회 전시장에는 영재교육에 관련된 책도 많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는데 그 중 상당량이 영재학생들의 대인관계 기술에 대한 내용이었다. 예를 들면 ‘영재학생이 왕따 당하지 않는 법’, ‘영재학생이 왕따를 시키지 않도록 지도하는 법’, 심지어 ‘영재 학생들 속에서 영재 교사가 살아남는 법’(!)까지 있었다.

NAGC 학회에 참석해서 느낀 즐거움 중 하나는 논문이나 책에서만 보던 유명한 학자들을 실제로 만나는 것이었다. VanTassel-Baska, Treffinger, Rimm 등 세계적인 석학들의 발표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못 알아본 유명한 학자들도 아마 더 있었을 것이다. NAGC학회장의 지도교수였다는 분은 우리가 못 알아보자 매우 섭섭해 하셨다) 영재교육 연수를 받거나 수업을 들으면 첫 날, 첫 시간에 반드시 등장하는 세고리 모형으로 유명한 Renzulli의 강연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발표 주제는 ‘정규곡선 밖의 지능’이었다. 정규곡선 밖의 지능? 지금까지 영재교육 내용들은 높은 지능, 창의성 등 지적인 것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는 이제 리더십, 윤리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말 세상을 바꾸는 것은 똑똑함뿐만이 아니라 리더십이고 사회성이며 마음이라는 이야기이다.

카이스트부설 영재학교 선생님이 한 말이 떠올랐다. 정말 똑똑한데 인사도 안하는 애가 있다며 영재학교 교사로서 그 아이에게 지금 더 많은 과학지식을 알려주는 데만 집중해야 하는지 아니면 인사교육부터 제대로 시켜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었다. Renzulli에 따르면 답은 바로 나온다.

교사로서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더욱 살기 좋게 바꾸도록 키우고자 한다면 결국 따뜻한 가슴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가르쳐야 한다. 첫 세션에서 말한 세상을 바꾸는 힘은 교육이고 선생님이다. 그리고 우리 교사가 아이들에게 키워주어야 할 것은 정규곡선 안의 지능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진정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학회에서 내 의문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가장 근본적인 철학은 재정립할 수 있었다. 그것이 이번 학회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자 깨달음이다.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