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의 판타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
지난 10월 ‘창원세계아동문학축전’이 열렸다. 창원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고향의 봄’의 작사가 이원수 작가의 고향이기에 더욱 뜻깊다.
‘한국아동문학! 세계화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4일간 진행된 이번 축전은 국제아동문학 심포지엄 및 전국아동문학인대회가 열렸다. 또한 동심참여공연마당 및 꿈나무구연동화한마당 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많은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렇듯 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성과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개봉한 국내 최초로 200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이달 24일에 열린 제 5회 아시아태평양영화사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최우수 애니메이션 상을 받았다. 또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지난 10월에 스페인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최우수 가족영화상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부일영화상 음악상과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이젠 미국과 캐나다, 이탈리아와 독일, 브라질 등 26개국에 판매될 예정이다. 또 외국에서도 ‘사금파리 한 조각’에 이어 한국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세대 간 통하는 아동문학
아동문학이란 ‘동심을 지닌 작가가 어린이를 위해 동심의 세계를 그린 문학’이라는 뜻이다. 일반 문학과 대비하면 아동문학의 작가는 어른이고 독자는 어린이이므로 작가는 연령과 사고도 다른 독자를 위해 글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인 어른은 어린 독자를 위해 그 나이대의 마음을 되살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는 어찌 보면 일반 문학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세대 간 단절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기성세대에 속하는 작가들이 어린이의 공감을 얻는 작품을 쓰기란 쉽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신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호응하는 작품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마당을 나온 암탉’, 연어의 성장을 통해 감동을 주는 ‘연어’, 모든 것에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강아지 똥’,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어린왕자’ 등은 세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주며 서로를 잇는 다리가 되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의 ‘잎싹’의 여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잎싹’이 버려진 청동오리 새끼 ‘초록’을 키우며 족제비로부터 지켜내는 과정은 어른과 아이를 통틀어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마지막에 족제비의 자식들의 생존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 것을 통해 모두에게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동화 ‘연어’는 주인공 ‘은빛연어’의 탄생에서부터 성장과 사랑, 모천회귀를 위한 장대한 여행과 산란에 이은 죽음까지를 다룬 작품이다. 연어의 일생을 통해 어른과 아이는 사랑과 죽음, 성장과 모험, 그리고 희생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아동문학이 어린이만의 문학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출판계에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용어를 낳을 정도로 전 세대에 걸쳐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 아동문학의 판타지가 주는 깊은 감동
아동문학에서 판타지란 요소는 빼놓을 수 없다. ‘판타지’란 그리스어로 ‘눈에 보이도록 하는 것’이란 뜻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비현실적인 사건이나 현실 밖의 일을 눈에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강아지 똥’에서 실제로 강아지 똥이나 참새, 흙더미, 민들레 씨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생각하고 느끼는 유정물로 상정하여 아무리 더럽고 쓸모없는 강아지 똥도 민들레의 거름이 됨으로써 쓸모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아무리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라도 다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따뜻한 희망을 전해준다.
‘어린왕자’에서 소행성에서 온 어린왕자는 우주를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이런 허구적인 소재 속에서 어린왕자가 전하려는 말은 가슴에 와 닿는다. 흥미진진한 여행은 이야기를 계속 읽게 하고 어린왕자가 본 비현실적이지만 현실단면을 담은 상징화된 어른들의 삶을 보며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판타지로서 전하는 현실의 문제가 교훈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간은 아이든 어른이든 판타지 작품에서 리얼리티를 발견할 수 있다. 판타지를 통해 현실을 나타내고 그 속에서 느끼고 생각한다. 이는 아이들에게는 그 자신의 세계를 키우는 계기로, 어른들에게는 일상에서 잊고 있던 가치와 꿈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