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시국에 적극 대응하는 종교계의 사회참여 이어져

▲ 기도회에 참석한 시민이 표어를 들고 있다.

발행: 2014. 05. 18.

  지난 1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5대종단평신도 연합시국기도회(이하 기도회)가 열렸다. 종교계가 또다시 사회로 나와 그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탐욕스런 자본과 무능한 정권에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과 모든 이웃을 위해 개최된 이번 기도회는 5대종단 평신도시국공동행동 주관으로 6,000여 명(경찰 추산 2,000여 명)의 기독교와 불교, 원불교, 천주교, 천도교 평신도와 성직자, 시민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아이들을 살려내라’,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박근혜가 책임져라’ 등의 표어와 함께했다.

◇ 종단 관계자의 발언으로 평화롭게 시작된 기도회
  5월 8일 광화문 앞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 세월호 참사 관련 특검을 요구했던 감리교신학대학 학생들 4명의 발언으로 시작된 기도회는 ▲각 종단 관계자의 발언 ▲추모공연 ▲5대종단의 공동기도문 낭독으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종단 관계자의 발언은 원불교 박현공 교무, 기독교 김동한 평신도시국대책위원회 위원장, 천도교 김용휘 한울연대 공동대표, 천주교 박성희 가톨릭평화공동체 사무국장, 불교 전준호 대한불교청년회 중앙회장의 순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당시 종교인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자세를 반성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가 정부의 초동대응 미흡에서 나온 인재라는 점을 힘주어 주장하며 그 행정부의 수반인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질 것을 소리 높여 외쳤다.
  추모공연은 방기순 씨와 노래하는 나들(문진오, 김가영)의 무대로 나뉘어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특히 노래하는 나들의 김가영 씨는 “나도 고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의 어머니”라며 “딸같은 아이들이 그렇게 갔다고 생각하니 잠도 오지 않고 밥도 먹을 수 없었다”고 울먹이며 이번 참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 미안하다, 분노한다, 일어서자!
  추모공연이 끝난 뒤에는 5대종단 평신도시국공동행동 명의의 5대 종단의 공동기도문이 낭독됐다. ‘미안하다. 분노한다. 일어서자!’라는 이름의 공동기도문 낭독에는 기독교 우금환, 불교 김형남, 원불교 최유주, 천도교 이재선, 천주교 이은석이 참여했다. 이들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17세 여학생부터 60대 성직자까지로 이뤄져 폭 넓은 참여를 보여줬다.
  공동기도문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을 위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배의 선원들이 승객을 버리고 도망나오고, 군경과 관료조직은 승객 한 명 구해내지 못하고 쳐다만 보고 있던 당시 상황을 비판하며 “사고가 생기면 초동대처를 적극적으로 하는 시스템은 대한민국에는 애초부터 없었다. 왜 그럴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 의문에 대해 공동기도문은 ‘악귀 같은 탐욕 자본과 전현직 관료들, 정치인들, 앵무새 언론들, 그리고 꼭대기에서 호가호위하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청와대에 있는 자들’에게서 그 답을 찾는다. 권력을 가진 집단은 말로만 민생을 외칠 뿐,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정책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 시국에 대해 5대종단은 공동기도문에서 “이 책임에서 우리 종교인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종교인들은 명을 달리한 영혼들과 유가족들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진심으로 회개한다”며 종교인으로서 책임감을 느껴 들고 일어섰음 밝혔다.
  공동기도문은 박근혜 대통령과 야당 및 국회의원들에 대한 요구로 끝을 맺는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부정선거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날 것을, 야당 및 국회의원들에게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부정선거의 기획자이자 세월호 참사의 시발점인 이명박과 관련자들을 구속수사하고 처벌할 것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및 퇴진 투쟁에 나설 것 ▲이에 대한 의지가 없으면 국회의원직을 총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기도회는 이후 청계광장부터 명동까지의 가두행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기도회는 교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많았다. 초등학생 두 딸과 함께 기도회에 참석한 이광오(경기 고양, 50) 씨는 “학생들이 200명이나 죽어가는데도 나라는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나라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 딸에게도 이런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딸들과 함께 참석했다”고 말해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보였다.

◇ 속세를 벗어난 종교인들의 사회참여
  5대종단 평신도시국공동행동이 주관한 기도회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종교인의 소명으로 함께 행동에 나서기 위해” 결성된 5대종단 평신도시국공동행동은 지난 2월 19일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에 대해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첫 기도회를 가졌다. 하지만 일부에선 속세를 떠난 종교인들이 사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5대종단의 구심점이 된 기독교 평신도시국대책위원회의 안성용 집행위원장은 “모든 종교인들은 현실에서 행동해야만 하는 것이고, 대중의 삶이 곧 현실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가 어려울수록 종교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하며 종교인들의 사회참여에 대한 당위성을 밝혔다. 이어 “이번 기도회는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해 개최한 것”이라며 “단순 교인들 역시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행동해야 한다”며 교인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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