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의 공존 속에 주체성 찾아가기
흔히 사람들은 청소년 시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한다. 또한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또래 친구들이나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여러 가지 고민과 방황 속에서 자신만의 삶의 목표와 가치를 찾아 성인이 된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 바를 서서히 정립하게 된다. 때로 청소년들은 쇼핑이나 술, 담배, 마약, 섹스 등으로 공허함을 달래려고 하기도 한다. 부모의 자동차를 몰래 몰고 나가 과속을 하다 사고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삶의 즐거움은 그러한 것 따위로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종국에는 깨닫게 된다.
‘클루리스’는 지난 1995년에 만들어진 미국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 셰어(알리시아 실버스톤 역)는 미국 LA의 고급 주택가인 비버리 힐스에서 쇼핑을 즐기며 아무 근심 걱정 없는 듯 사는 10대 고등학생이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변호사인 아버지와 공부를 잘하는 양오빠 조쉬와 함께 산다. 패션과 다이어트 식단에 관심이 많은 셰어는 조쉬를 학교 공부밖에 모르는 쑥맥이라고 생각하며,그가 집 거실에서 CNN 뉴스를 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그렇게 셰어가 유행의 첨단을 달리며 즐거운 고등학교 생활을 하던 어느 날, 학교에 몬타나 시골에 살던 타이라는 학생이 전학을 오게 된다. 셰어는 문득 타이의 촌스러움을 벗겨주고 그녀를 화려하게 변신시켜줘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래서 타이와 함께 쇼핑을 하고 파티에 가고 그녀에게 남자친구를 소개시켜 주기도 한다. 그러나 타이와 남자친구의 사이가 안 좋아지자 그 불똥이 셰어에게까지 튀게 된다.
셰어는 그 이후로도 여러 학교 친구들과 관계가 틀어지게 되어 몹시 괴로워한다. 셰어는 괴로움을 달래고자 한밤중에 나이트클럽에 놀러갔다 마리화나를 피우게 되고, 혼자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강도를 만나기도 한다.
어느덧 순박한 시골 소녀였던 타이는 비버리 힐스 고등학교의 최고 인기녀가 되어 있었고, 자신의 단짝 친구 베티는 남자친구와 장래를 약속하여 함께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순간 셰어는 자신이‘답 없는’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셰어는 결국 오빠 조쉬에게 이러저러한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듣는다. 그리하여 그녀는 다른 친구들의 장점을 존중하게 되고, 자신만의 삶의 가치를 찾아가기로 결심하게 된다. 타이도 베티도 모두 각자의 장점과 가치를 갖고 있는 존재들이고, 자신 또한 자기다운 가치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클루리스’에서 나오는 청소년들은 좌충우돌 끝에 자신만의 삶의 가치와 진로를 찾게 된다. 일탈은 있지만 다양한 경험을 성인이 되기 전 쌓을 수 있게 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학 입시의 부담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쌓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자신의 적성과 가치를 찾느라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로는 성인인데 정신적으로는 청소년 때 해야 할 고민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제는 청소년 시기에 자기 자신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끝낼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