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번 2012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이 사상 최고라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전문가들 은 수년전부터 대학입시의 중심이 정시전형에서 수시전형으로 이동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통 대부분의 수시 전형에서는 지원자들의 학교학업성적(내신성적)을 주로 반영해 선발한다. 그러나 수시전형에는 입학사정관전형이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기존의 시험 성적 위주의 획일적인 학생선발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신입생을 선발한다. 2008년 10개 대학에서 시작해 올해는 119개 대학이 전체 모집정원의 11% 정도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했다. 정부에서는 입학사정관전형 실시대학에 지원금을 주는 등 입 학사정관제 전형을 계속해서 장려하고 있다. 해마다 지원금을 늘려 올해는 325억원의 예산이 각 대학에 지원된다.
그간 정부는 과도한 성적 경쟁으로 인해 사교육이 과열된다고 보고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성적이 외의 다양한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는 입학사정관제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얼마 전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 수요의 증감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졌다. 학부모 조사에서는 오히려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학생의 학부모가 입학사정관제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결과도 함께 발표됐다. 사실상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에는 입학사정관제에 맞춘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 이 점점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입학사정관제에 맞춘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의 비용부담이 기존의 사교육보다 훨씬 높다.
아직 입학사정관제가 정착이 덜 된 초기단계이지만 본 취지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은 물론이고 여러 병폐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얼마 전 한 고액과외 선생님이 입학사정관 전형에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를 대필해 주었다가 들통이 났었던 사건이 있었다. 돈을 받고 봉사활동 을 위조해주는 업체가 적발되어 논란이 된 사건도 있다. 또한 입학사정관제 도입 전의 기존전형과 판박이인데도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분류한 것이 전체의 74.1%이고, 지원자격을 엄격히 제한 한 전형이 60%나 되며 특목고에 유리한 전형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채택한 대학도 다수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실 무턱대고 도입된 제도라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살펴보면 학생의 성적이 아니라 잠재력과 소질을 종합 평가하기에 반드시 정착돼야 할 바람직한 제도다. 이 를 위해 중요한 것은 규모전과 속도전이 아니라 내실이다. 정부는 규모 확대와 빠른 정착보다는 제도의 내실을 다 지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 제도의 핵심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 수 부족으로 인해 학생당 서류 검토 시간이 고작 몇 분에 불과하고 입학사정관의 정규직 비율이 약 20%에 불과하다는 점은 입학사정관제가 겉만 번지르르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단적인 증거다.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확보에도 노력해야 한다. 한 설문조사 결과, 고교 교사 10명중 7명이 입학사정관제가 불공정하다 여기며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역시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강화와 공정한 선발 시스템 확보를 우선시 해야 될 것이다.
한편 근본적으로 입학사정관제는 정말 우리나라에 맞는 제도인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입학사정 관제는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를 모델로 하여 들여왔다.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시스템과 미국의 교육시스템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입학사정관제가 학생의 선발을 평가하는 잣대는 지원자의 다양한 활동기록이다. 이를 통해 학생의 가능성과 잠재력, 적성등을 파악한다. 미국은 고등학교 때 학생들에게 수업을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들을 수 있게 한 다. 학생들은 자신의 흥미나 적성에 맞게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다양한 교과외활동이 존재하고 있고 그러한 활동이 보장된다. 미국학생들의 대다수는 수업이외에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통해 자신의 관심분야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다. 이는 곧 입학사정관제가 잘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말로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운다지만 획일화된 환경 아래서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교외활동을 하려면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우리나라에 입학사정관제를 뿌리내리고 싶다면, 정부는 선발방식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선발기준 에 부응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게 맞다. 학교 내 동아리 활동, 진로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봉사활동이나 지역사회 행사 등에 대한 정보제공과 참여지원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모두가 다 같은 대답을 외치도록 교육하면서 개개인의 특성을 보고 선발한다는 입시제도는 참 모순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