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목소리 커... 결과 따라 국립대 법인화할 수도
지난 26일 서울대는 교내 법학 교육 100주년기념관에서 법인화 정관 초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 다. 지난 17일, 20일에도 서울대는 지난 12일 정관 초안을 발표한 이후 이에 대한 논의 작업을 위해 공청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학생 들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되었다. 이번 공청회 역시 학생들의 단상 점거로 중단되어 결국 무산되었 다. 3차례 연속 무산된 것이다.
이날 공청회는 박종근 공대 교수 등 교수와 직원, 학생 대표 등 총 9명이 패널로 참석해 법인화 정관 초안에 담긴 주요 쟁점 사안을 논의했다. 회의 도중에 공청회에 참석한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임원들과 그 외의 재학생들은 계속해서 발언권을 주장했다. 이번 공청회 패널 중 학생패널이 한 명 밖에 배정되지 않았고, 그 한 명마저도 대학원생이어서 학부생의 의견을 표명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사회자가 발언 권 주장을 묵살하자 학생들이 오후 3시 40분께 단상을 점거해 공 청회가 중단되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행사진행직원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결국 안덕근 법인설립추진단 부단장은“학생들이 번번이 물리력으로 점거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공청회를 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공청회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법적 절차는 아니다. 온라인 을 통해 최대한 의견수렴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하며 공청회를 마무리했다. 이에 이지윤 총 학생회장은 “법인화법도 날치기로 통과하더니 공청회도 날치기”라며 “형식적으로 공청회를 열었다는 것을 자임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법인화는 1987년에 처음으로 제기되었던 사안이다. 이후 1995년 김영삼 정부시절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시된 이후에 간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2007년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 (2007~2025)’에서 2025년 까지 ‘세계 상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법인화가 필수적 이라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지 난 2008년 10월‘서울대학교 법인위원회’가 발족되었다. 이후 지난달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대한 법률’이 공포 되었고 내년 1월부터 서울대는 국립대학법인으로 새출발을 하게 됐다. 서울대 법인화란 서울대학교 에 독자적인 법인격을 부여함으로 써 국가나 정부로부터 독립하여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현재 서 울대학교가 지니고 있는 교육과학 기술의 산하 정부기관으로서의 ‘국립대학’에서‘국립대학법인’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부기관에서 독립되었다고 해서 서울대학교가 사립대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인화 후에도 서울대학교는 국립법인대학으로서 공적책임에 대한 의무는 유지된다.
서울대가 법인화를 통해 겪게되는 가장 큰 변화는‘▲행정 ▲인사 ▲재정’에 있어서 정부로부터 독립이다. 서울대학교 내의 의사 결정의 최상위기구가 바뀌는 것이 다. 기존 국립대학에서는 대학본 부를 거쳐 평의원회의 승인을 받 고 교육과학기술부나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의 정부의 통과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법인화가 된다면 대학본부에서 평위원회를 거 쳐 바로 이사회로 넘어가 주요 사안들이 결정되는 구조로 변경된다. 서울대학교 법인설립준비실행 위원회(이하 법인설준위)는 복잡 했던 의사결정구조의 단순화를 통해 경직성을 타파하고 자율성을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고의 권력을 갖게 될 이사회의 구성을 공정하게 타당하게 할 수 있는지에 관해 문제 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법인화를 통해 서울대는 수익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서울대 가 변하는 세계정세에 걸맞은 교 육과 연구를 해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재정적 열악함을 극복하고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법인설준위의 입장이다.
이 밖에도‘국립대학법인 서울 대학교 정관 초안’에 따르면 현재 사무국과 각 단과대학, 발전기금 등이 별도로 관리하던 서울대의 자산과 기금은 전문기구인 자산관 리본부가 전담해 운용할 방침이 다. 교수 부문은 전임강사제를 폐 지해 ▲교수와 ▲부교수 ▲조교수 로 교수 직급 체제를 단순화했고 단일화 된 교수평가 유형을 연구 형태에 따라 다양화하기로 했다. 또 탁월한 성과를 낸 교수는 정년 을 현행 65세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교직원은 공무원 신분에 서 법인 소속으로, 연금은 공무원 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바뀐다. 그밖에 심의기구인 ▲평의원회 ▲ 학사위원회 ▲재경위원회 ▲장학 복지위원회 ▲기초학문진흥위원회 도 설치된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법인화에 대 한 우려의 목소리와 반대의 움직임이 거세다. 반대하는 이들은 크 게 ▲등록금 인상 문제 ▲기초학 문 고사가능성 ▲대학 운영에서의 학생참여 배제 ▲학생에게 배타적 인 이사회 구성 ▲국공립대 격차 심화 등을 내세우며 법인화를 반대하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총장실을 점거하고 서울대 학생들의 ‘법인화 찬반’설문조사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법인화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대 한 재학생은 법인화에 반대하며 정문에 있는 철조물 위에서 고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대학교를 다른 국립대학 법인화의 시금석이라 여기고 사업이 큰 무리없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일 법인화된 서울대가 성과를 낸다면, 다른 국립대들도 법 인화를 진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구조개혁이 계속해서 진행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대학가에 계속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