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서투름 그리고 소통이 공존하는 공간

 얼마 전 SBS에서 시청률 부진으로 종영된 웃찾사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개그 투나잇이 편성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개그 투나잇은 11월 5일 밤 12시 10분 첫 방송을 시작하여 약 1시간 10분 정도 방송되었다. 개그 투나잇의 안철호PD는 “공감과 사회성. 이 두 코드는 현 시점에서 시청자들의 기대와 맞닿아 있다. SBS는 이에 발맞추어 사회성, 풍자 그리고 공감이 있는 새 코미디를 선보이고자 ‘개그 투나잇’을 내놓게됐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개그 투나잇은 현재 KBS2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개그콘서트와 마찬가지로 공개 코미디를 지향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공개 코미디란 개그맨들이 무대에 올라 개그를 펼치고, 중간중간 음악이 이어지는 식으로 개그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즉, 대학로 무대 개그맨들을 방송으로 데려온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개그맨 박준형은 “대학로의 공연 시스템이 정착해서 성공한 게 ‘개그콘서트’다. ‘애정남’의 최효종은 아직도 대학로에서 세 번 해보고 ‘개그콘서트’에 선다. 그만큼 신뢰가 가는 시스템이다. ‘개그 투나잇’도 바로 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성공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결국 대학로의 공연이 있기에 개그 콘서트가 성공하고 개그 투나잇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공개 코미디의 모습을 살펴보기 위하여 대학로 웃찾사 전용관을 찾아보았다.

◇ 관객과의 소통

 서울 혜화역에 내려 웃찾사 전용관을 찾아가면 개그 투나잇에 출연하는 사람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입장료는 15,000원이고 공연 시간은 총 90분이다. 대학로의 공연이 일반 TV에서 방영되는 공연과 다른 점은 모든 공연을 관객이 직접 보고 체험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의 TV프로그램에서는 한 개그맨이 나와서 관객들과 잡담을 하거나 분위기를 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방송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코너는 관객과 소통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짜온 이야기를 보여줄 뿐이다. 무대를 구성하는 사람들과 관객과의 거리가 너무나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로의 공연은 다르다.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가깝다. 그렇기에 즉각적으로 관객의 표현에 반응하고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낸다. 대학로 공연에서는 공연이 처음 시작되면 한 개그맨이 무대에 오른다. 그 개그맨은 관객과 대화하며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코너 중간에도 이러한 소통은 이루어진다. 공연 중간에 관객석은 그리 조용한 공간이 아니다. 웃음 포인트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웃는 사람들이나 웃음 포인트에 웃지 않는 사람들 혹은 코너 중간에 웃는 어린 아이들을 향해 개그맨들은 호통을 치거나 애드리브를 쏟아낸다.

◇ 신선함과 열정 그리고 서투름

 대학로의 무대는 실험적인 공간이다. 신인 개그맨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재능을 펼치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대학로의 무대는 기회의 공간이다. 자신들의 능력을 펼치면서 즉각적으로 관객들의 현장반응을 살피며 자신들의 능력을 평가받는다. 이렇기에 대학로의 공연은 신선하고 새롭다. 하지만 새로운 만큼 서투르다. 또한 TV와는 달리 검열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가끔씩은 공연 중간에 성인의 개그코드가 들어가기도 하고 직설적인 개그를 하기도 하며 풍자의 강도가 강해지기도 한다.
 대학로 공연에서 보았던 몇몇 코너는 그 날 방송된 개그 투나잇 방송 프로에서 비슷한 형식으로 등장하였다. 대학로 공연에서 코너에 대한 실험과 평가가 이루어지고, 이러한 대학로 공연을 바탕으로 TV 프로그램에 진출하는 것이다.
 공연을 보던 중 가장 신선했던 코너는 무대의 조명을 끄고 진행한 코너였다. 관객들은 무대에 누가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무대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듣는다. 자신들이 슈퍼스타라며 알아달라는 무대 개그맨들의 말에 관객들은 웃음을 짓는 것이다.
 대학로의 공연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개그맨들은 대부분 무명 생활을 하고 있는 개그맨이거나 신인 개그맨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조명이 비치는 TV의 브라운관의 진출을 위해 대학로의 무대에서 노력한다. 현재는 조명이 켜지지 않는 무대에 소리로만 알리고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는 않지만 계속 노력하는 그들에게 언젠가는 밝은 조명이 비추는 날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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