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14. 5. 6.

행동, 경험 등이 자기보다 앞서거나 높은 사람’, 즉 자기보다 앞서기 때문에 배우고 따라야 할 사람이 바로 선배인 것이다. 당신은 ‘선배’로서 후배들을 이끌었는가? 아니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후배들의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았는가? 이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좋은 선배입니까?”

“신입생들이 선배들이 주는 술을 거절하지 않고 모조리 받아 마시는 것이 ‘말 잘 듣는 예쁜’ 신입생이 되는 통과의례가 되었다. 만약 새내기들이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고 하거나 선배가 따라준 술을 나눠 마시는 일명 ‘밑잔 깔기’를 하는 것은 선배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이 되었다”   
-어느 후배의 이야기

“인사는 서로 하는 것이다. 후배가 어색해하면 먼저 다가가 손 흔들어 주면 그만이다. 고작 한두 살 나이 많은 것이 뭐가 그리 대수라고 선배노릇을 하려 하는가”
- 어느 선배의 이야기

학내 선후배 문화를 알아보기 위해 2014년도에 입학한 남녀 신입생 230명(남성 120명/여성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서는 ▲새내기미리배움터 신입생 장기자랑 ▲각 학과의 대면식 ▲각 학과 신입생 장기자랑 ▲선후배 음주 문화 ▲선후배 인사 문화 등을 다뤘다.
Q1. 입학 전 '새내기미리배움터(새터)'에서 진행되는 신입생 장기자랑 코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새내기미리배움터(이하 새터)에서 진행되는 ‘신입생 장기자랑’의 필요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신입생들의 의견은 반으로 나뉘었다. 장기자랑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처음 만나는 같은 학과 동기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 장기자랑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새터 장기자랑은 신입생에게 참가 여부를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강제성을 띠고 단기간에 이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느낀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타의견으로 ‘신입생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는 하지만, 선배들의 재미를 위한 부분이 크다’는 의견과 ‘재미도 없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신입생들 간의 친목 도모를 위한 다른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장기자랑이 굳이 필요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는 신입생뿐만 아니라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됐던 문제이다. 올해 새터준비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러한 학우들의 분위기를 반영해 신입생 장기자랑을 대체할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새터 준비 기간이 짧았고, 마땅히 대체할 프로그램을 찾지 못해 결국 기존의 방식대로 진행되었다. 신입생 장기자랑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이상 내년도 새터에서는 신입생 장기자랑 방식의 변화나 이를 대체할 프로그램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Q2. 현재 소속하고 계신 학과에서 진행되는 신입생 대면식에 만족하십니까?

신입생의 65%는 소속 학과의 대면식에 만족함이 드러났다. 신입생 장기자랑 행사가 존재하고 이에 신입생 전원이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비율이 높은 것과 관련지어 본다면, 신입생 다수가 이런 대면식 문화를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Q3. 현재 소속하고 계신 학과에서 진행하는 '신입생 장기자랑' 행사가 있습니까?

각 학과에서 진행하는 ‘신입생 장기자랑’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86%의 신입생들이 ‘있다’고 답했다. 신입생 장기자랑의 참여 방식은 ‘전원이 의무적으로 참여’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는데, 새터 장기자랑과 마찬가지로 신입생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신입생들이 학기 초 겪는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신입생 장기자랑이 없는 학과의 학우들도 기숙사 룸메이트 혹은 다른 경로를 통해 몇몇 학과의 장기자랑 방식에 대해 접하게 된다. 그 중에는 실제로 행해지는지 의심이 들 정도인 것들도 존재한다.

Q4. 응답자께서는 학과 선배나 동아리 선배로부터 음주를 강요당했거나 그러한 모습을 보고 들은 적이 있습니까?

선후배 간의 음주 문화에 대해 물어보았다. ‘선배로부터 음주를 강요당했거나 그러한 모습을 보고 들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없다’고 답한 신입생이 69%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대학가에서 신입생과 관련한 음주 사고가 매년 지속돼오던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학과 차원이든 학생 차원이든 음주 사고를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예전에 장난으로라도 후배에게 술을 강요했던 것들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음주를 강요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들도 선배들 전체가 아닌 ‘특정 선배’만 그렇다는 기타의견이 많았다. 대다수 학기 초 음주사고가 아직 주량을 모르는 신입생들의 과도한 음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선배들의 주의와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Q5. 학과 선배나 동아리 선배로부터 인사를 강요당했거나 그러한 모습을 보고 들은 적이 있습니까?

학기 초 신입생들이 선배로부터 가장 많이 지적받는 것은 ‘인사’ 문제일 것이다. 선배로부터 인사를 강요당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있다’라고 답한 신입생이 34%를 차지했다. 인사는 상호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는 행위이다. 그러나 일부 선배들은 인사가 상하 관계를 토대로 이뤄진다고 여긴다. 그렇기에 인사는 ‘후배가 선배에게 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대부분의 후배들은 특정 선배를 존경하든 존경하지 않든 인사를 한다. 선배에게 무조건 인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을지라도 인사에 대한 결정권은 선배가 쥘 수 없다.  
이 문항의 기타의견에서 다소 이례적인 답변은 ‘인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이었다. 일부 신입생은 선배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하지 않았을 때 지적을 받고 강요를 받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인사는 ‘드리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면식은 말 그대로 신입생과 선배가 만나는 행사로 각 학과별로 이뤄지는 방식과 내용이 상이하지만, 대체로 ▲전체 학회원이 참여하는 신입생 환영회 혹은 ▲1학년과 2학년, 1학년과 3학년, 1학년과 4학년 간의 만남으로 이뤄진다. 아래 내용은 2014년도에 진행된 각 과 대면식에 관한 이야기다.

-체육교육과
체육교육과는 학년 간 대면식 외에 신입생의 장기자랑이 이뤄지는 신고식이 존재한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체육관에서 신고식 전 운동이 진행된다. 운동이 끝난 후 대면식이 이뤄질 술집으로 자리를 옮긴다. 술집 옥상에서 김밥으로 저녁을 대신한 후 7시부터 신고식이 시작된다. 3, 4학년은 자리에 앉고 그 앞에는 여러 개의 스탠드가 세워져 있다. 스탠드 불을 밝게 켜놔 신입생들에게는 3, 4학년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게 한다. 2학년은 밖에 나가 신입생들을 챙겨주는 역할을 맡는다. 신고식이 시작되면 신입생들은 한명 씩 앞으로 나와 ‘신고식 멘트’를 한다. 큰 소리로 졸업한 고등학교, 학번, 이름 등 정해진 형식에 맞춰 멘트를 한 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성공하면 소주 1병과 물 1병을 트로피에 넣어 한 번에 마시게 한다. 마신 후 신입생은 밖으로 나가는데 이때 2학년의 도움을 받아 게워내게 한다. 순서대로 다시 자리에 돌아온 후 개인별 장기자랑을 시작한다. 장기자랑은 통과해야 끝나고, 모든 순서는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준비한 행사가 끝나면 선후배 간 술자리를 갖는다.
이와 같은 방식의 신고식은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왔으나, 체육교육과는 지난 4월 체육교육과 내 군기문화가 TV에 보도된 후 관련된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신입생 전체와 회장단, 교수 간 대화를 통해 기존의 방식을 개선하기로 협의한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기존의 비인간적인 요소들을 완전히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아교육과
선배들이 앉아 있는 술집으로 신입생들이 줄지어 들어온다. 한명씩 앞으로 나와 큰 소리로 자기소개를 한다. 이후 장기자랑을 시작하는데 순서대로 몇 차례 반복한다. 장기자랑이 선배들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재미가 없다면 신입생에게 이를 지적한다. 재미없다고 여겨지는 장기자랑이 반복되면 선배들은 비속어를 사용하며 큰 소리로 지적을 한다. 재미있거나 열심히 준비해 온 티가 나면 선배들이 좋은 반응을 보인 뒤 다른 장기자랑을 더 요구한다. 준비된 것이 없거나 앞의 것보다 별로이면 다시 반응이 없어진다. 신입생들이 장기자랑을 하는 동안 선배들은 주문한 음식을 먹는다. 신입생들 쪽에는 수저, 그릇 등 놓여져 있는 것이 없다. 2시간 여에 걸친 장기자랑이 끝나면 선후배 간에 전화번호를 교환한다.
이에 대해 유아교육과의 재학생은 대면식은 각 학번에서 주도하고 그 중심은 내년에 새롭게 들어서는 29대 학생회에서 세우게 될 것이라고 알려왔다. 이에 덧붙여 유아과는 항상 선후배 간의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술교육과
미술관 실기실 중 한 곳에서 진행한다. 한쪽에 테이블에 선배들이 앉고 맞은 편에 일렬로 신입생들이 앉아 있다. 불은 꺼져 있는 상태에서 신입생 쪽에만 불을 비춰 선배들 쪽이 잘 안보이게 한다. 대면식이 시작되면 신입생들은 ‘동기사랑’이라는 것을 진행하는데, 일종의 의리주 형식이다. 일렬로 선 신입생들 중 양쪽 끝에 서 있는 신입생에게 한명은 소주 1병을, 다른 한명은 맥주 1병을 주고 원하는 만큼 마신 후 옆에 있는 동기에게 넘겨주어 마지막 신입생에게 도착하면 다 비우도록 하는 것이다. 다 마시는 것이 원칙이지만 남겨도 넘어간다. 신입생들은 차례로 단상에 올라가 실기실에 들어오기 전에 외운 교수님 성함, 기숙사 이름, 동기와 선배들의 이름을 말한 뒤 선배들이 질문하는 것에 답하고 장기자랑을 시작한다. 장기자랑으로 노래, 춤, 악기 연주는 금지되어 있어 개그를 많이 한다. 장기자랑을 하는 중에는 선배들의 반응이 없어 조용하다. 장기자랑이 끝나면 선배들이 불을 켜고 박수와 함께 수고했다는 말을 건넨다. 2학년이 몰래카메라식으로 일부러 반응을 안 해주는 것이 관례이고 장기자랑이 끝나면 앞선 분위기와 다르게 각자 동번 선배 앞에 앉아 준비된 음식과 술,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 미술교육과의 대면식은 작년보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고 알려왔다. 때문에 앞으로 이뤄질 대면식 방식의 변화에 대한 논의는 없었으나 내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밝혔다.

-음악교육과
3학년들이 앉아있는 방에 1학년과 한명과 2학년 한명이 함께 들어간다. 들어가기 전 무대 도우미 규칙, 동기들의 이름, 번호, 전공, 교수님 성함과 전공, 우리 학교 교가를 외운다. 3학년이 이중 랜덤으로 질문하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외운 것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인 표현과 인격을 무시한 발언을 해 문제가 있었다. 이에 대해 학회원 다수가 개선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작년 2학기 음악교육과 종강총회에서 안건을 해결하기 위한 토론이 열렸다. 토론을 통해 학회장, 과대, 부과대의 소수 인원으로만 질문을 해 강압적인 분위기를 해소하고, 존댓말로 진행하자는 안이 결정되어 회칙에 명시되었다.

-역사교육과
역사교육과에는 신입생 환영회와 연합모꼬지에서 신입생들의 장기자랑이 이루어져 왔다. 두 번에 걸친 장기자랑에 신입생들이 부담을 느낄 것을 감안해 작년 2학기 종강총회 때 학회원들의 토론을 거쳐 두 행사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이번년도부터 신입생 환영회와 모꼬지가 통합되어 술자리와 장기자랑에 대한 부담이 줄어 신입생들은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지금 각 학과별로 행해지고 있는 대면식과 선후배 문화는 한 번에 모든 문제를 개선하기에는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다만 요구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문화에 대해 학과 구성원들 간에 충분한 대화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근거 없는 요구는 정당성을 얻을 수 없고,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지속되어서도 안된다.
또한 선배들은 자신 또한 후배였음을 알아야 한다. 신입생일 때 겪었던 어려움을 이제 선배랍시고 ‘좋은 추억’으로 치부해 버리면 안 되는 것이다. 후배들도 마찬가지로 ‘1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후배였을 때 강압적이었다고 느낀 것이 있으면 선배가 되어 기회가 생겼을 때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대학 측도 각 학과별 대면식 및 선후배 문화에 대해 신입생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강압적인 음주 문화가 행해지고 있지 않은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달 체육교육과의 군기문화가 ‘SBS 현장21’에 방영된 후 구성된 ‘SBS 보도 체육교육과 내 학생문화 대책위원회’가 계획했던 ▲학생문화 가이드라인 안내 ▲학생행사 개선(신입생 OT, 대면식 등) ▲재학생 전체 설문조사의 실시가 조속히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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