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언어영역을 공부하였던 수험생의 시절로 되돌아가보자. 언어영역 문제집을 풀면서, 한번쯤 김광규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시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시는 '우리'라는 화자가 4·19혁명 때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과정을 통해 4·19 혁명 때의 젊었던 화자의 모습과 나이가 들어 현실에 안주하는 화자의 현재 모습을 대비한 시이다. 이 시 구절을 빌려 말하면, 4·19 혁명 시기를 살았던 젊은이들은 하얀 입김을 뿜으면서 열띤 토론을 하고,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살리라 믿으면서 때묻지 않은 고민을 하며 살았다. 그렇다면, 2012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때묻지 않은 고민을 살 수 있을까? 혹은 각박한 현실에 치여 자신의 이상을 꿈꾸지 못하고 사는 것은 아닌가?
 어느덧 4·19 혁명이 벌써 52년째를 맞이하였다. 4·19혁명은 1960년에 제1공화국 이승만 정권이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부정선거를 하였고, 이에 반발하여 부정선거무효와 재선거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시위에서 비롯된 혁명이다. 이 혁명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세우는 데 시발점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살펴보아야 할 점은 4·19혁명이 일어날 때 학생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점이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에서 고등학생들이 "학원의 자유보장하라", "독재정치, 부정부패를 물리치자"는 구호를 앞세우고 대구 도심으로 시위를 벌였으며, 4월 18일 서울에서 고려대학생 3,000여 명이 구속학생의 석방과 학원의 자유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4월 19일 약 3만 명의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그 가운데 수천 명이 경무대로 몰려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부산·대구·광주·인천·목포·청주 등과 같은 주요도시에서 수천 명의 학생들이 가세했다. 이렇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 지켜보고 있던 대학 교수들이 시국 선언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생각하고, 시민들 또한 거리로 나와 혁명에 참여하였고, 그 결과 이승만 정권은 몰락하게 되었다.
 공부하던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은 민주주의라는 그들의 이상과 열정을 실현시키기 위한 발로(發露)라고 볼 수 있따. 이제 4·19혁명이 일어난 52년 후, 즉 2012년 현재를 살펴보자. 얼마 전, 4월 11일에 총선이 있었다. 나는 총선 당일 날 선거하는 대신 부재자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였다. 그런데 부재자 선거를 한 다음 날에 '부재자 투표소는 29개로 전에 비해 많이 설치되었지만, 대학생들의 투표참여가 예상보다 낮다'는 기사가 떴다. 그 뿐만 아니라, 4.11 총선 다음날에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투표율은 45.0%'라는 기사를 보았다. 전에 비하면 20대 투표율이 올랐다고는 말하지만, 결과적으로 절반 이상 투표를 안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20대는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일까? 우선,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다. 국회의원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누구나 '그 나물에 그 밥', '정말 뽑을 사람이 없다'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바꿔 놓아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여기면서 점점 정치와 무관심하게 된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10명 중 4명은 바꿔놓아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생각에 선거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치에 무관심해지면 어떻게 될까? 우리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면, 대학생들이 바라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을지, 교원대의 특성과 관련지어 이야기를 하자면, 임용고시 TO를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 것이다. 즉, 우리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해지면 위정자들은 우리의 의사를 무시하기도 하고, 우리가 원하는 이상, 꿈은 곱게 접어 하늘 위로 날아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상을 실현하기 전에 현실의 늪에 빠져 버린다. 취업하기, 스펙을 늘리는 것, 임용고시 통과 등이 그러한 예일 것이다. 어쩌면 투표하고 도장 찍는 1분보다, 그 1분에 한 글자 더 공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실의 늪에 빠져 버린 우리에게 이상은 언제 실현될 수 있는 것일까? 바로 작은 종이로 시작해 혁명처럼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선거의 때라고 본다. 재보궐 선거 때 박원순 시장이 선거로 서울시장으로 뽑힌 뒤, 서울시립대는 국내 1호로 반갑등록금을 실현하는 학교가 되었다. 이렇게 투표 하나로 사람이 바뀌고, 투표 하나로 이상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김성식은 사상계에서 4·19 혁명의 의의를 '혁명으로 시민의 전체적인 개혁이 시작되는 동시에 한국 학생들의 정치, 도덕적 갱신과 성숙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라고 말하였다. 물론, 지금 4·19 혁명 때 학생들이 민주주의라는 이상을 가지고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이상과 열정을 갖고 있다면, 올해 12월 대선에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며, 작은 일일지라도 투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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