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 우려돼

 지난 달 정부가 여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을 대상으로 보호시설에 입소한 사람의 개인정보의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이하 사복시) 기재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여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은 입소자의 개인정보를 사복시와 연계되는 정부 측의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하 사통망)에 기재하여 전산관리번호를 부여받아야 한다.
 이는 정부의 전자정부화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행정 업무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으로 정부조직 제반사항에 관련한 정보를 온라인망을 통해 관리해왔다. 이러한 전자정부화 정책의 일환으로 몇 년 전부터 지난 3월까지 여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에 입소한 자의 개인정보를 사통망에 입력하도록 '권장'해왔다. 지금까지 사용해온 수기 보고를 제출하는 방식은 조사 과정이 길고 복잡하다. 그에 비해 사통망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은 주민등록번호 하나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어 관리자의 입장에서 정확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여성폭력 피해자 개인정보를 사통망에 기재하는 것과 관련하여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한 관계자는 "오랜 기간 반대해왔다. 사통망에 쉼터 입소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순간 해킹 혹은 유출의 가능성이 있어 다른 사람에 의해 알려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3월의 조치로, 폭력피해자가 입소하고 있는 동안은 물론, 입소 기간에 관계없이 입소자가 퇴소한 후 5년간 주민등록번호가 보관된다. 한 번 주민등록번호가 알려지면 주민등록번호로 알 수 있는 사항이 모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의 관계자는 "쉼터에 오는 사람들은 위기상황에서 오는 것이다. 안전해야 할 쉼터가 위험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간 '권장'에 그치던 기존의 방침을 바꿔 지난 3월에 여성폭력피해자의 개인정보 기재를 의무화했다. 정부는 이를 따르지 않는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는 생계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했따. 이에 대하여 한국여성민우회의 관리자는 "쉼터에 오는 사람은 위험한 상황에서 맨 몸으로 들어오는 사람인데 사통망에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밥값 등 입소자에게 필요한 생계비를 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행정사으이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성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의 경우 가해자의 추적 및 사회적 시선과 같은 2차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개인정보를 특별히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여성단체들의 입장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2008년에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전자정부화대응모임이 만들어져 토론회를 열고 시위를 하는 등의 활동을 해 왔다. 이 모임에 소속된 '한국여성의전화'의 한 관계자는 "여성폭력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하여 정부 측과 협의를 해왔지만 원하는 만큼의 개인정보가 보호될 것 같이 않아 이 달 6일에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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