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 2014. 4. 21

현 총장 취임 이후 교원대 학부생들은 여러 사안에 걸쳐 대학본부와 갈등을 겪었다. 2012년 9월에는 등록금심의위원회 규정 개악으로 당시 총학에서 직접적으로 항의한 바가 있으며, 2013년 3월에는 미래도서관 위치 선정 문제로 학부생은 물론 교수님들까지 뿔이 났다. 2013년 5월 "미래도서관을 유치한 공로를 인정해"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에게 명예 교육학 박사 학위를 수여한 일은 화룡정점으로, 서로 다른 가치를 자의적으로 동일시해 버린 발상이었다. 일개 학부생이 기억하는 일만 이 정도니, 교수님들이 앓은 때 아닌 불통은 더욱 많으리라.
 그러나 이제껏 내가 대학 본부의 행보를 과소평가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앞서 화룡정점이라 적은 사건도 근래의 학과 통폐합 건에 비하면 작은 붓질 하나에 지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지난 2일 대학본부는 교육부의 지방대학특성화 사업에서 지원금을 받기 위해 학과 통폐합을 시행하겠다는 '시안(試案)'을 내놓았다. 시안이 나온 지 하루 만에 환경교육과에는 2015년도 신입생을 받지 말라는 통보가 전해졌다. 기획처장은 3월 31일 발행된 한국교원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감축방법과 감축인원, 통폐합 대상 학과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러 계획을 숨긴 것이 아니라면, 불과 며칠 만에 통폐합 계획을 확정하고 거기서 나온 시안을 마음대로 '시책'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다. 대단한 추진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고, 누구와 어떻게 합의한 것인지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다.
 문제는 절차상의 비민주적 행태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번 사안 자체에는 더 많은 문제가 내포돼 있다. 먼저 대학본부는 정원 감축 자체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야 어땠는지 알려주지 않았으니 알 길이 없지만, 정원 감축에 대한 검토는 밀실에서 이루어질 사안이 아니다. 1년 만에 55명을 줄이는 것이 너무 급진적이진 않은지, 10% 정원 감축이 우리학교 실정에는 맞는지 좀더 많은 머리를 맞대고 고찰해야 했다. 몇몇 학과를 제외하지 않은 채 말이다. 이 당연한 이야기를 문제점이라고 지적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백 번 양보해 현재의 정원 감축이 대학본부가 얻은 최고의 결론이라고 하자. 학교를 위해 모두가 조금씩 희생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대학본부는 단 한번도 그들이 지정한 7개 학과가 통폐합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 적이 없다. 그들은 '임용률'을 이유인 것처럼 들이밀지만, 그것이 이유가 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모든 학과를 초등교육과로 통합시키는 게 맞다. 학과를 만들 때는 그 학문의 교육적 필요에 따라 만드는데, 폐지할 때는 왜 관련도 없는 수치를 가져오는가? 어떤 학과가 통폐합되려면 그 학문의 교육적 가치가 변했다는 점이 합리적으로 제시돼야 마땅하다. '임용률'은 어떤 학과를 통폐합할 이유가 아니라 대학본부가 내세운 독특한 분류 기준일 뿐이다. '임용률'보다는 차라리 가나다 순으로 정렬해 고르는 편이 순박하니 보기에 좋겠다.
 이번 통폐합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는 말을 좋아한다. 현실적으로 해당 학과가 '마이너한' 학과고, 다른 학과들보다 존재 의의가 부족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들의 말마따나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라. 이처럼 '임용률'을 중요시할수록 교원대의 존재 의의는 사라진다. 교원대가 사라져도 임용시험에 합격할 사람은 충분히 많다. 국고 부어가며 임용시험 붙이느니 사립 사범대에 장학금 좀 주는 편이 가성비가 잘 나온다. 이 탓에 숱한 폐교설, 통합설이 나오지만, 여전히 교원대가 존속하는 까닭은 교육을 상징하는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임용률' 거론하는 것보다 교육을 상징한다고 주창하는 편이 '현실적으로' 교원대의 경쟁력을 위해서 훨씬 낫다는 이야기다. 교육부의 이번 정원 감축 요구에도 이를 생각해 보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번 학과 통폐합을 지지하며 '잡과' 운운하는 학부생들께 한마디만 해드리고 싶다. 당신들은 비겁하다. 여러분들은 자신의 주장이 현실적이고 솔직하다는 착각 아래 양지에서 소리치는 학생들을 비웃고 7개 학과 학생들을 조롱하신다. 그러나 당신들의 주장에는 아무런 철학도 고민도 없음은 물론, 그것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억지부렁보다도 못한 채 학벌 헤게모니에 범벅이 된 꼰대 유망주의 자기만족에 그칠 뿐이다. 그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기에 음지에서만 활동하는 여러분들이 아니신가. 교육학을 배우면서 교육학이 가지는 의의나 한국의 학벌 사회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은 없으신지. 넓은 아량으로 자신의 행동을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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