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과학교육 11 나서하

인간은 나면서 사회 속으로 던져진다, 그 후로 인간은 삶의 여정 에서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그 결과 만들어진 관계망 안에서 살아 간다, 그렇게 인간은 한 가정, 학교, 직장, 널리 나아가면 국가나 세 계와 같은 집단 내에서 존재한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 안에서 구성원들과 살을 부딪기며 끊임 없이 소통해 나간다, 그러나 소통의 과정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 인간은 집단과 웃음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한편 갈등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학교 친구와 늘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인간은 이와 같이 함께 웃고 즐기면서도 다투고 질투하는 부단한 상 호작용의 결과, 그 집단을 대하는 데 가장 적합한 행동양식을 형성해 내는데 심리학자 융은 이를 페르소나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교생실습에 나선 사범대생은 교사라는 페르소나를 만들어 낸다, 그는 자신이 맡은 학급의 학생들이 아무리 자신을 화나게 하더라도 참아가며 웃는 얼굴로 그들을 대하는 한편, 교사로서의 자세를 잊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이는 사범대생이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학생을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사범대생은 페르 소나로써 학생들을 대하며 한 학기를 무사히 보낼 것이다, 페르소나라는 가면 뒤에 분노의 감정, 그리고 육체적 피곤함과 같은 욕구들을 감춰놓음으로써 집단의 구성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썼으니 말이다, 이와 같이 페르소나는 자신이 속한 집단과의 관계를 붕괴 시키지 않고 잘 유지해나가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페르소나가 도리어 우리의 삶을 피곤 하게 함을 느끼곤 한다, 우리가 속한 집단이, 혹은 그 집단의 구성원 이 우리에게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행동할 것을 요구할 때 우리 는 갈등하는 것이다, 가령, 동아리의 한 일원으로서 술자리에 참여하 라는 요구가 있지만 우리는 늘 그것을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냐하면 때때로 인간은 페르소나를 벗어버리고 페르소나 뒤에 감추어 진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우리는, 동아리 활동보다는 혼자서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데이트하고 싶을 때, 그리고 그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욕구가 감춰야할 것이 아니라 당연히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한다, 이는 개인보다는 집 단적 삶, 곧 페르소나를 중요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인 것 같 다,

실로 우리는 페르소나를 원하는 집단적 요구 앞에서 '싫어요'가 아니라 '다른 일이 있어서' 즉, 다른 페르소나 때문에 라는 핑계를 대곤 한다, 동아리 업무, 과 행사, 심지어는 다른 사람이 확인할 방법도 없는 집안일과 같은, 다른 집단의 일을 들먹이며 집단적 요구를 피하고자 한다, 그렇게 집단적 요구를 피하고서는 어디선가 들려올지도 모를 '쟤는 자기만 생각해'라는 둥의 뒷당화를 걱정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앓으며 불안해하는 것이다, 또, 핑계거리를 찾지 못하여 마지못해 집단적 요구를 들어줄 때면 억지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느라 온몸이 축 쳐지고 그 시간에 할 수 있었던 것들이 아까워 내심 답답 하고 후회스럽다, 그렇게 그 집단을 싫어하고 미워하게 된다,

페르소나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한 순간의 귀찮음과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페르소나에 집착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모른 채,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이는 자신을 더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우리들은 그 집단에서 인정하는 일만을 게 여기며 는 한편, 개인적인 욕구와 가치는 잘 보살피지 못한다, 곧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자기 안에서 찾지 못하고 집단에서 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집단적 삶이 최우선 상에 있는 사회는 서로 불행하다, 그 러나 서구의 개인주의풍조를 찬양한 나머지 집단적 삶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우리는 어 든 체육대회에서, 학 과 축제와 행사에서 많은 이들과 소통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다만 페 르소나를 강요하여 서로를 불행하게 하는 지나친 집단적 삶은 어느 정도 이완될 필요가 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라는 두 극단의 사이 에서 적정한 자리를 잡을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창 과 행사가 많을 때다, 우리는 학회원이기 이전에 각자의 욕 구를 가진 서로 다른 인간들이다, 서로 얼굴 붉힐 일 없는 과행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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