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글쓰기와 읽기는 배운 대로 잘할 수 있다면, 모두 글 쓰고 읽어도 되어야 한다.' 칼마르크스의 말이다. 세상은 마치 우리 모두가 동등한 교육을 받고 올바르고 공평한 가운데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과정을 거쳐서 모두가 공평하게 수능이라는 시험을 본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구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교육현실이 공평하다고 말하기는 히들다. 벨 훅스의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에서는 이러한 모두가 다 교육을 받지만 모두가 다 글을 쓰고 읽어야 되는 상황에 이르지 못하는 경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러한 경계를 만들어내는 원인은 무엇일까? 나열하자면 끝도 없이 많이 나올 것이다. 성차별, 인종차별, 사회적 계급문제, 사회적 인식문제, 고정관념, 편견, 자본, 개인의 능력부족 등 경계를 만드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사회에 산재되어 있다. 이런 경계를 허물고자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흥(excitement)'이다.

GTO(국내 번역명: 반항하지마)라는 만화책이 있다. 깡패 선생님이 우연히 학교에 임용되어 수업거부를 하고 '선생 죽이기'를 하는 아이들에게 각자의 사연을 이해하고 다가가 아이들에게 학교를 즐겁게 다닐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내용이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능력 있는 선생님이 아니다. 오히려 학생들보다 시험을 못 보며 수업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을 좋아한다. 그러한 이유는 선생님이 권위를 포기하고 먼저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다. 깡패선생님은 선생님과 학생의 경계를 뛰어넘었다.

벨훅스가 말하려고 하는 것도 이런 것이다 그는 하나의 학생만 보려고 하지 않았다. 학생이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선생님의 관심을 거절하는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다가가고 그 과정 속에 선생님의 권위는 벗겨졌다. 결국 그 과정 속에 흥이 나며 교실 속에서 다양한 경험들이 축적되어 간 것이다. 분명히 현실에 산재되어 있는 교육현실의 문제를 '흥'이라는 경계 넘기를 통해 극복하기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너무 이상적이거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실 속에 있는 다양한 학생들을 통합하고 이야기하기 위해서 혹은 최소한 수업에 흥이 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사와 학생간의 수직적인 관계보다는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권위를 벗고 먼저 다가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현재의 노동문제 및 계급문제 또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책에 따르면 미국교육계에서 계급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느다고 나왔지만 이는 한국교육계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계급분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를 설명하는 것이 계급이라는 개념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이를 제대로 가르치려 하고 있지 않으며 올바른 사회 현실에 대해서 눈감아 버리고 있는 형국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노동자의 삶을 살고 있는 가운데 서로 간의 입장과 개념을 이해하려하지 않고 교육하지도 않는다면 경계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사회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 힘들 것이다. 계급 간의 건강한 대화와 올바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병든 사회가 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며 다양한 말과 입장을 들어야 한다. 결국 경계를 뛰어넘는 것이 대두되는 것이다.

책에서는 개인의 역할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회적 문제나 경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이나 정치 또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경계를 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식 변화에 따라서 사회 전체적인 변화에 이르도록 노력해야 함을 알려준다.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지금 현재 교실은 한계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장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라고 쓰고 있다. 앞으로 더욱더 많은 어려움과 장애가 있겠지만 장애가 있다고 해서 교육을 외면해선 안 된다. 벨 훅스가 말하는 자유 실천의 교육을 방해하는 공간도 교실이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공간도 교실이다. 마르크스는 시장에서 상품이 화폐로 바뀌는 과정, 즉 판매과정은 상품으로서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목숨을 건 도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렌 키에르케고르는 사랑을 '목숨을 건 도약'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교사가 학생에게 다가가고 경계를 뛰어넘는 것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목숨을 건 도약'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관게를 허물고 예전과는 다른 상황을 만들며 가치를 구성하는 것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다. 서로의 어떠한 새로운 관계를 재구성하느냐에 따라서 존재 이유나 삶의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거는 것, 즉 '단호한 결의', 용기와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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