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독자 여러분은 혹시 ‘독서 노트’를 가지고 있는가? 그러한 학생들이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강의 노트마저 가지고 있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면 독서 노트는 정말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독서 기록장을 작성하느라 고생이 많았던 사람은 이 질문에 옛 생각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대학 학생들 중 어떤 사람은 고등학교 때 독서 이력을 관리하느라 독서 기록장을 붙들고 더욱 많은 고민을 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독서 노트는 학창시절에 관리해 왔던, 독후 감상을 적는 노트와는 큰 차이가 있다. 독서 노트는 독후 감상을 기록하는 개인적인 기록장이 아니라 독자가 자신의 독서 과정을 반성적으로 기록해 두는 전문적인 기록장을 말한다. 어떤 독서교육 전문가들은 이러한 독서 노트를 ‘저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 대학 학생들의 경험에 부합하는 대상을 찾자면, 교육실습을 갔을 때 기록하는 ‘교육 실습 일지’ 정도가 유사할 듯하다.
독자가 독서 노트를 기록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 글 읽기를 마친 후에 어떠한 과정을 거쳐 글을 읽었는지, 글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의문은 무엇인지, 글을 읽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며 읽었는지 등등에 대한 것이 그것이다. 물론, 글을 읽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잘 해결하지 못했다면 왜 해결하지 못 했는지, 그래서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여 기록한다.
이전 호에서 안내했던 SQ3R, PQ4R 등을 적용하여 글을 읽었더라도 동일하게 읽기 과정에서 경험했던 일, 떠올랐던 생각, 그것에 대처한 행동 등을 기록한다. 훑어보며 읽기를 적용했을 경우에도, 그리고 건너뛰며 읽기를 활용했을 경우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독서 노트를 기록한다.
이러한 사항을 독서 노트에 적으려면 독자는 자신의 독서 과정을 반성적으로 떠올려 보아야 한다. 독서 과정을 반성적으로 떠올려야 한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글을 잘 읽지 못했으니 반성하라고 하는가 보다 하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그런 뜻이 아니다. 독자 스스로 자신이 수행한 읽기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그와 관련된 사항을 노트에 기록하라는 말이다. 전에도 언급한 것처럼, 읽기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므로 읽기 과정을 되돌아본다고 해도 이미 지나간 과정을 온전하게 되살려 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독서 과정을 되돌아보는 활동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독서 노트의 원리에 맞게 읽기 과정을 기억해 내고 기록하는 것이 쉽지않다. 그러나 충실한 연습이 온전한 성취를 보장하듯, 독서 노트 쓰기를 연습하면 점차로 모범적인 독서 노트의 꼴을 갖출 수 있다.
독서 노트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 노트를 기록함으로써 독자 스스로 자신의 읽기 방법을 개선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자신이 글을 읽었던 과정을 독서 노트에 기록하면서 그 과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서 개선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수정하거나 보완해야 할 읽기 방법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 결과, 다음번에 이루어지는 글 읽기에서는 개선된 방법, 보완된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이것은 비유하자면,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후에 경기를 녹화해 둔 동영상을 다시 보는 것과 같다. 축구 선수들은 녹화 자료를 시청함으로써 경기 중에는 알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고, 따라서 이후의 경기에서는 더욱 나은 기량을 뽐낼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독서 노트를 기록하는 독자는 더욱 더 능숙한 독자로 성장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독서 노트는 읽기 과정에 대한 기록을 중심으로 삼고 있지만, 글의 내용을 포함하여 기록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반대로 글의 내용만을 기록하는 것은 독서 노트가 될 수 없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글을 읽으면서 파악한 주요 내용이나 핵심 내용을 요약하여 추가하여 기록하고, 더 보충하거나 보완할 내용을 추가하여 기록한다면 좋은 독서 노트의 예가 될 수 있다. 이때 그러한 내용을 파악할 때 어떠한 접근법을 적용하였는지, 그 방법이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등을 더 기록한다면 금상첨화다.
독자 스스로 독서 노트를 기록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효과적으로 완성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무엇을 되돌아보아야 하는지가 막연할 수도 있고,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가 막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협조적인 동료’를 구하는 것이 좋다. 협조적인 동료는 한 명이어도 좋고 여러 명이어도 좋다. 선배여도 괜찮고 후배여도 무방하다. 서로가 협조적인 동료가 되어 상대가 읽은 글을 화제로 삼아 대화(토의나 토론)하면서읽기 과정과 관련된 질문을 던져 주면된다. 상황에 따라 글의 주요 내용을 화제로 삼을 수도 있다. 서로가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흥미롭게 대화한 다음, 그 내용을 반영하여 기록하면 독서 노트를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독서 노트는 상위인지를 자극함으로써 읽기 능력을 효과적으로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장치이다.
- 기자명 박영민(국어교육) 교수
- 입력 2018.03.26 00:59
-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