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될 위기의 59대 민생법안 처리된다
지난 24일에 열린 국회 본회의 의석은 텅 비어있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24일까지, 소위 ‘국회선진화법’이라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연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무산되었다는 보도를 내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18대 국회 임기(5월 29일) 내에 법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6천여 건의 법안은 폐기되어 원점으로 돌아가 의원입법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그러나 26일 새누리당과 통합민주당이 국회선진화법에 잠정 합의함에 따라, 다음달 2~3일에 국회 본회의가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회법 개정에 가려진 59개의 민생법안도 다음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본회의에서 의결될 주요 민생법안으로는 ▲판로지원법 개정안 ▲성폭력범죄처벌법 개정안 ▲약사법 개정안 등이 있다.
◇ ‘판로지원법’, 중소기업의 활로 열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판로지원법)은 원자재 이외에 볼펜, 팡리과 같은 소모성 자재를 공급하는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사업에 중소기업의 활로를 틔워주려는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판로지원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대기업이 각 기업들은 물론, 정부‧공공기관의 소모성 자재 시장으로 대거 진출하여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행 판로지원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정부 방침에 따라, 정부‧공공기관이 소모성 자재를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공공기관은 소모성 자재의 조달계약을 체결하려는 때에는 중소기업의 수주 기회가 늘어나도록 해 왔다. 그러나 법률 제정 이후에도 일부 대기업은 기업을 분할하거나 다른 중소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정부‧공공기관 시장에 지속적으로 진출하려 했다.
이번의 개정안은 이러한 대기업의 중소기업의 영역잠심을 막기 위해 정부‧공공기관의 소모성 자재 구입 시, 중소기업과 우선적으로 계약을 맺도록 했다. 또, 대기업에서 분할되었거나, 대기업에 실질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중소기업의 정부‧공공기관의 소모성 자재에 대한 중소기업자간 경쟁 입찰 참여를 제한하도록 한다. 이에 대해 황율복 중소기업청 사무관은 “대기업들이 기업을 분할하여 설립한 중소기업의 입찰 참여가 제한되기 때문에, 다른 일반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수주 계약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아동‧청소년에 이어 성폭력장애인도 법률조력인 제도 적용
지난해 개봉한 영화 ‘도가니’로 아동 성폭력 범죄에 대한 관심이 모인 결과 일명 ‘도가니법’이라 불리는 아동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처리되었다. 그 결과 정부는 지난 달 16일부터 성폭력 범죄 피해아동‧청소년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주어 소송 전반적인 과정에 법적 도움을 주는 법률조력인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법률조력인 제도는 현재 미비한 채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장애인 성폭력 범죄 처벌법 개정안 또한 다음달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성인 장애인에게도 법률조력인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성인 장애인에 대한 법률조력인 제도가 적용될 경우, 검사가 지정한 국선변호인이 피해자를 모든 소송행위에 포괄적으로 대리해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도 수사절차와 재판과정을 거치면서 겪는 2차적인 고통과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편의점, 슈퍼마켓에서 일반의약품 판매한다
약사법 또한 다음달 개정될 주요 민생법안의 하나로 일부 의약품을 약국 외에서 판매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그간 위험성 및 접근성의 문제로 논란거리가 되어 왔다. 오랜 기간 시민들은 약국의 위치가 의료기관 주변으로 집중되고 약국의 영업시간이 의료기관의 진료시간에 맞춰 줄어감에 따라 불편함을 토로해 왔다. 그러나 약국 외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경우, 시민 혹은 약국 외 판매자의 부주의로 인해 약을 잘못 복용하거나 복용한 약의 부작용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처리가 미뤄져 왔다.
약사법 개정안은 그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 약국 외 판매 의약품의 정의를 지정하고 매 5년마다 정기적으로 품목조사를 받도록 한다. 또한 약국 외 의약품 판매자는 주민의 접근과 위해의약품의 회수가 용이한 등의 조건을 갖추고 안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연합의 한 관계자는 “약사법 개정안은 국민 요구에 따라 이미 국회에서 충분히 합의 과정을 거친 사안으로 18대 본회의에서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이 중단된 상태이다. 이번에 다른 법안과 함께 원만하게 합의되어 처리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