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교육이 만났을 때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각기 다르지만 비슷해 보이는 스토리의 <여섯 번째 꿈>, <복수의 공식>, <π>, <일곱개의 고양이 눈> 등 네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이야기는 끝이 났음에도, 다른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앞 이야기의 연속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동일한 이야기는 아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여섯 번째 꿈>은 여섯 사람(혹은 일곱 사람)의 이야기다.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에 마니아적 관심을 보이는 여섯 명의 사람들은, 인터넷 카페 ‘실버 해머’의 우수회원이다. ‘실버 해머’를 통해 서로의 취향을 계속 공유해 오던 그들은 닉네임이 ‘악마’인 카페 주인의 초대를 받고 산장에서 만난다. 함께 ‘악마’를 기다리나 정작 그는 오지 않고 이상한 게임이 시작된다. ‘취향의 대상’으로 삼았던 연쇄살인을 직접 ‘자신의 몸’으로 겪게 되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되고, 자신 앞으로 죽음이 닥쳐오자 혼비백산한다. 이후 6명의 주인공은 계속해서 연쇄살인의 위협에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게 되고, 그제서야 ‘죽음’과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여섯 번째 꿈>의 주인공들과 우리는, 우리에게 닥칠 수 있고 버젓이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결국 그 일이 자신에게 진짜 닥쳐야만 진지하게 그 일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내가 어떤 ‘문제’를 겪지 않으면, 내가 그 일을 당하고 있지 않으면 그것은 나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간에 지금 나에게 해가 직접적으로 오지 않으니 내 알 바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해져 버린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중에 대표적으로 오염으로 인한 환경문제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심각한 문제다. 이에 TV나 신문에서는 환경문제와 관련한 많은 소식들이 연일 보도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보도되는 환경문제에 대해 심각성에 대한 내용을 단순히 수용할 뿐, 진지하게 문제를 바라보지 않을뿐더러 나와 관련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내 일이라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학교에는 환경교육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다. 오래 전 ‘환경에 관한 문제를 바르게 인식하고 환경보전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위해, 즉 진정으로 환경문제와 마주할 것을 목적으로 하여 마련했다. 현재 학교는 환경교육을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학교 재량시간으로 연간 34시간을 설정해 실시하고 있고, 중학교는 선택교과에 환경교과가 있으며, 얼마 전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교양 선택교과로 <환경과학>과목이 신설되었다. 하지만 이들 교과의 수업내용이나 수업방식 등을 살펴보면, 아이들이 실질적으로 배우는 것은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이론뿐인 것 같다. 결국 이런 교육 하에서의 아이들은 환경교육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내용을 단순 수용할 뿐, 자신과는 무관한 일로 여기게 된다.
교육이 아이들에게 환경문제가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닌 나의 일임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더 나아가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으로 이어지게 한다면 병들어가는 이 세상을 아이들의 손으로 직접 치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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