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성이란 무엇인가

대법원은 이달 19일 2010년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대전지부 이찬현 전 지부장 등 3명의 교사에 대해 형사 처분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교원의 정치참여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한 번 불거지고 있다. 교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인가, 표현의 자유를 갖는 시민인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교사의 시국선언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여 공익에 반하고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하였다. 정치적인 의도에서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출한 불법 집단행동이라는 판단이다. 다수의 의견인 8명의 대법관의 의견은 위와 같지만 소수의 의견인 나머지 5명의 대법관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라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한 게 아니어서 공익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부 보수언론은 교원은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면 안 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사회에 통용되는 인식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고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교사들의 시국선언의 전면적 금지라는 일반화는 무리가 있다.
교원의 권리는 헌법 제7조에 의해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그러나 동시에 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7조에 나타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이승만 정권 때인 1960년 4월 19일 개정 헌법에서 신설된 조항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의 근거는 미국의 초기 엽관주의(獵官主義)를 반성하고 국가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도입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이 헌법이 신설될 당시 이승만 정권이 교사와 공무원을 정권의 홍보도구로 악용하였음을 반성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도록 하기위해 도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최창식 정책교섭국장은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다’는 것은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이 아닌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무원은 ‘공무수행주체’로서 공무수행 중에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지만 이와 동시에 국민인 ‘기본권주체’로서는 공무수행 이외에 사적영역에서 보장된 모든 기본권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교원이 학교와 수업에서 특정 정치성향을 강요하면 안 되지만 학교 밖에서는 정당가입이나 후원 등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원의 정치참여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안양옥 대표는 “정치권이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학교교육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교원의 정치활동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참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의식이 미성숙한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의견을 형성해 나가야 할 시기에 교사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데, 교사의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정치편향적인 수업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11월 한 국사교사가 수업시간에 욕설과 함께 특정 정치인을 욕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이 공개되었다. 이어 며칠 뒤 윤리교사가 현 정부의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수구꼴통의 전형’이라고 한 녹음파일이 인터넷에 올라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해 학부모단체들이 수업시간에 정치편향 발언을 한 고등학교 교사를 검찰에 고발했고 교과부는 진상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교원의 정치적 중립을 주장하는 입장은 위와 같이 교사의 직권을 이용하여 특정입장을 강요하는 것을 지양한다. 실제 이 사건에 대해 교총은 교실 내 정치이념 수업 퇴출운동을 전개하며 정치편향적 수업을 반대하였다. 전교조의 정책교섭국장 또한 학교 안과 밖의 활동을 구분하였으며 직권을 이용한 생각의 강요를 반대하였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박범이 수석부회장은 “교사는 학생들에게 정치적으로 객관적인 시각과 판단력을 키우는 것이 책무”라며 “(지난 2월) 교사가 학교 밖에서 어떤 당을 후원했다고 해서 기소하는 것은 과잉반응”이라고 밝혔다. 임영덕 우리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강사는 “학생의 정치 성향 형성은 교사의 정치활동과 필연적인 연관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정치는 이해관계에 대한 자연스러운 행위인데 과도한 제한을 두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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