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은 왜 학교에서 나와 자신만의 학교를 세웠을까?
종로구 조계사의 한 건물에서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민주화 운동 기념사업회’에서 개최하는 ‘청소년 사회참여 발표 대회’를 위한 설명회를 하기 때문이다. 정규과정으로 인정되지 않는 수업을 이곳의 학생들은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인다. ‘희망의 우리학교’에서는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자신이 선택해서 듣기 때문이다.
희망의 우리학교의 대표학생 최훈민(18) 군은 올해 2월에 자퇴서를 내고 ‘죽음의 입시경쟁교육’ 중단을 위한 광화문 1인 시위를 하면서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희망의 우리학교를 설립을 계획했다. 희망의 우리학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12일 문을 열게 되었다.
이 학교의 설립 목적은 ▲학생이 만든, 학생이 주인인 ‘우리학교’ ▲행복하게 배워보자, 더불어 살아보자, 즐겁게 놀아보자 ▲학벌과 스펙이 아닌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운다는 것 등이다. 학교의 커리큘럼은 학생들 스스로 토론을 통해 결정하여 맹목적인 입시교육과 획일화된 교육과 정과는 차별을 둔다. 또한 선생이 없고 나와 모두가 선생인 학교를 추구한다. 선생과 제자라는 수직적 관계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 학부모, 멘토 등 모두와 함께 수평적 관계에서 배운다는 의미다. 멘토를 구할 때 재능 기부의 형태로 요청하기도 하는데 학교의 소식을 듣고 참여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하는 멘토도 많다. 청년단체 ‘파란’ 대표, 현직 선생님, 화가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다. 운영에 필요한 돈은 배움활동비를 자율적으로 내거나 후원을 받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나가는 학교인 것이다.
희망의 우리학교의 학생들은 오전 10시 30분에 모여 반 시간 동안 회의를 한다. 행정, 지출, 홍보 등의 일을 각 학생들이 맡아서 하기 때문에 회의 시간은 항상 바쁘다. 이후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멘토들의 수업을 듣거나 학생들끼리 함께 배운다. 이 외의 시간은 개인이 주체적으로 시간을 짜서 활동한다. 학교는 6시에 마친다.
최 군은 교육은 “시장 논리가 아닌 각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희망의 우리학교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최 군은 “입시시험이 없다면 학교에서 하는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배우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또한 얼마 전 정부에서 ‘학교폭력 전수 실태조사결과’를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입시 경쟁으로 일어난 학교폭력 문제를 조사결과 공개로 또 학교 간에 경쟁으로 해결하려하는 교육당국에게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고 하였다. 희망의 우리학교가 기존의 대안학교와 다른 점에 대해 최 군은 “대안학교가 기존의 입시체제를 따르는 기존의 학교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희망의 우리학교는 배울 것을 강요받지 않고 학생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밝혔다.
희망의 우리학교에 다니는 서윤주(19) 양은 디자이너가 되어 사회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였다. 서 양은 “하고 싶은 공부를 즐겁게 하고 싶어서 여기 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한얼(16) 군은 초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의 권유로 홈스쿨링을 하다가 이곳에 합격하였다. “여기에서는 형, 누나들과 함께 회의하여 커리큘럼을 짜서 공부하니 즐겁고 계획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며 희망의 우리학교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장윤서(19) 양은 희망의 우리학교에 와서 “지금 이 순간이 하고 싶은 것을 찾고 도전하는 중요한 순간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장 양의 원래 목표는 요리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축구해설위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 중이다. “목표를 바꾸면서 ‘지금 시작하기에는 늦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지만 릴레이 1인 시위의 책임을 맡고 74일 만에 희망의 우리학교를 개교하는 성과를 거두니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장 양은 고등학교에 있었을 때를 회상하며 “친구들은 대부분 자신이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수동적이라 생각한다. 난 그들의 잘못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하였다. 학교의 억압과 제도의 잘못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니 자책하지 말자는 것이다.
희망의 우리학교의 멘토인 손미숙(풍문여자고등학교·2학년 담임) 선생님은 “지인을 통해서 이곳을 알게 됐지만, 아이들끼리 하는 제도권 밖의 교육이 걱정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며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이 학교의 상담을 맡고 있는 권옥주 씨는 자신의 15살 딸을 이 학교에 보냈다. “학교에서 아이가 재능과 흥미를 보이는 문학공부를 할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권 씨는 입학상담을 하면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며 “입시공부로만 아이들을 평가하는 교육 때문에 학생들의 자살율이 늘고 경쟁의 압박이 학교폭력을 부추긴다”고 하였다.
현재 희망의 우리학교의 학생들은 총 12명이다. 부모님의 반대로 중도에 포기한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학교의 소식을 듣고 입학신청을 하는 학생들이 매일 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온라인 툴을 이용해 많은 학생들과 수업을 나누고 멘토링을 할 예정이다. 대표학생 최훈민 군은 “희망의 우리학교가 퍼져나갈 수 있는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