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무르익을 무렵, 수강신청의 시즌을 맞아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컴퓨터 앞에서 식은땀을 흘린다. 물론 이 식은땀에 맺힌 사연이야 각자 다르지만, 대개 교직필수과목을 놓치지 않기 위한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수강신청이 시작되고 치열한 접전의 시간이 10분 정도 흐르면 어떤 이는 미소를 머금으며 쾌재를 부르고, 몇몇 불운한 이들은 졸업에 대한 걱정을 하나 추가한다. 지난 세월 겪어온 무수한 경쟁에 익숙한 우리는 어색한 제도를 탓하기보다는 운이 없는 자신과 느린 인터넷을 탓하며 마지막으로 교육학과 사무실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수강신청마다 가슴을 뛰게 하는 이 구차한 사연이 교직이론과목 7개와 교직소양과목 2개를 패스하기 전까지 지속된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정녕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것일까.
지난 학기에 교육심리로 인해 격렬하게 홍역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학기도 어김없이 특수아동의 이해로 인해 교육학과 사무실은 북적인다. 이번에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지난 학기 교육심리 같은 경우는 교직이론과목에 속해 다음에 다른 과목을 선택하면 되는 기회가 있다. 물론 이 때에도 한 학기에 교직이론 몇 과목을 몰아서 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특수아동의 이해와 같은 교직소양과목은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야하는 필수과목이라 자신이 속한 학년의 차례에 수강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만약 자신이 속한 학년의 차례에 이처럼 교직소양과목을 듣지 못한다면 다른 학년 때 들어야 하는데, 이를 연거푸 놓치게 되면 졸업을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름 구구절절하지만 교직과목 신청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많은 학우들을 교육학과 사무실 앞으로 내모는, 이 안타까운 사태는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 것일까. 먼저 이번 특수아동의 이해 과목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이 벌어진 결정적 원인은 분반의 수 감소에 있다. 지난해에는 특수아동의 이해 수업의 분반을 학과별로 분배해 11개 분반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그렇지 않다. 학과별 분반이 개설되었을 때 학우들이 분반을 선택할 수가 없는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로 올해에는 학과별 분반 개설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과는 별개로 분반의 수가 9개로 줄었다. 덕분에 이러한 상황이 학우들에게 분반 선택권을 주기 위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분반수가 줄어서 선택지가 좁아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수업 자체를 듣지 못하게 되는 더 큰 피해를 떠안게 되었다. 교육학과 사무실에서는 이와 관련된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지만, 학사관리과 측에서는 분반 수 감소가 교육학과에서 강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학과별 분반 개설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과 분반 수 감소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것이 변명이 되기는 어렵다. 차라리 학과별 개설이 이루어지더라도 분반 수가 유지되는 것이 오히려 나았을지도 모른다. 강의 선택권을 받은 대신 졸업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말로 주고 되로 받은 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일련의 변화가 과연 학생들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이외의 교직과목이 수강신청에서 문제가 생기는 보편적인 이유는 각자의 전공필수과목 시간과 겹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교직과목은 월요일과 화요일에 잡혀있다.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교육학과의 잘못으로 보긴 어렵고 과간의 소통이 부족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학우들은 자신의 전공과목과 겹치는 시간을 피해 전공과목을 골라야 한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각각의 전공과목시간이 겹치게 되면 하나의 교직과목분반에 많은 학우들이 몰리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여기서 수강신청을 성공하지 못한 학우들은 결국 전공과목이나 교직과목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러한 경우 선뜻 전공과목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교직과목을 다음에 기약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가 몇 번이나 지속되다 보면 어느새 4학년이 돼서 수강해야 할 교직과목은 한 손으로도 다 셀 수 없을지도 모른다. 감당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교직과목으로 인해 5학년을 다니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에 대해 교육학과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모습이다. 문제가 생기면 선착순으로 몇몇 급박한 사정의 학생들을 수업에 끼워 넣어 주거나 이것이 한계에 이르면 4학년 때 수강하라는 알고리즘으로 학우들을 내몰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사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일이 더욱 커져갈 뿐이다. 지금 듣지 못한 학우들은 다음에 신청하게 되고 이것은 신입생들이 신청할 때마다 누적되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신용카드 포인트처럼 언제까지 미수강생 포인트를 쌓아 둘 순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강하는 사람이 집중되는 시간에 강의 수를 더 개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강사를 더 충원해서 강의 수를 늘리든가, 교수들의 수업시수를 추가하여 강의 수를 보충해야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교직필수과목을 줄여서 교직과목의 비중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미 교직과목은 포화상태고 전공과목과 선택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그 비중이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아직도 더 많은 교육학 과목을 학생들이 들어야 한다는 주장만하고 이를 도입할 인프라 구축하는 데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이렇듯 선급한 교직필수과목 늘리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우들에게 돌아가는 중이다.
교육학과 사무실에 번호표 뽑는 기계를 설치할 예정이 아니라면, 대책을 세워 북적이는 사무실을 비워줘야 한다. 언제까지 줄서서 과 조교의 고충에 감동하고 이해만 할 것인가. 학점을 채우지 않아서가 아니라 수업을 수강하지 못해 졸업하지 못하는 학우들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