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탈선 위험 우려와 청소년의 권리 사이 갈등

지난 1월 26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에 ‘청소년전용 클럽’이 문을 열었다. ‘건전한 문화를 선도하는 청소년 메이저 클럽’을 설립 목표로 내세운 이 청소년 클럽은 곧 거센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다.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청소년도 놀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청소년 클럽을 없애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소년 클럽을 둘러싼 논란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 청소년만 입장 가능, 술 대신 음료수 판매하는 청소년 클럽
청소년 클럽에 입장 가능한 나이는 현재 중·고등학생인 05~99년생이다. 입장 시 입구에서 학생증 또는 청소년증을 제시해야 하며, 담배나 라이터를 소지한 청소년은 입장할 수 없다. 주류 대신 콜라, 환타 등의 음료를 판매하며 영업시간은 밤 10시까지다. 11시가 되면 청소년 클럽은 성인 클럽으로 바뀐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분위기가 고조되면 냅킨을 뿌리는 등의 행동은 일반 클럽과 별로 다르지 않다.

◇ “탈선 위험”, “청소년도 놀 권리 있어” 대립
청소년 클럽은 문을 열자마자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인터넷에서는 “청소년들을 탈선으로 끌어들인다”, “아직 성인처럼 놀지 말라고 미성년인건데 술은 안 마셔도 분위기에 취해 선을 넘으면 어떡하나”, “클럽에서 나와서 술 마시고 사고 치면 누가 책임지나” 등의 우려가 줄을 이었고, 클럽이 문을 연지 3일 만에 ‘청소년 클럽을 없애야 한다’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왔다. 청원자는 클럽을 없애야 하는 이유로 “아무리 술을 없애도 클럽은 청소년들에게는 부적절한 장소”, “청소년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거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스킨십을 한다”, “청소년들이 서로 싸워서 다칠 수 있다” 등을 들며 “교육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곳이다,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소년들이 놀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불법으로 술집, 성인 클럽에 가는 것보다 낫다”, “술, 담배 없이 아이들끼리 춤추며 노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도 있었다.

◇ 성인과 접촉 가능성, 범죄 위험성 있어
청소년 클럽을 반대하는 입장의 근거는 ‘보호’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클럽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죄와 사고의 위험성으로부터, 또는 클럽 문화의 ‘불건전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중 범죄의 위험성은 분명 존재한다. 시사저널의 르포 기사에 따르면 청소년 클럽 입구의 학생증 검사는 성인도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 이는 청소년을 향한 성인의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청소년 클럽이 끝나고 한 시간 뒤에는 성인 클럽으로 바뀌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된다. 10시가 지나도 클럽을 나가지 않고 화장실 등에 숨어 있다가 성인 클럽에 참여하는 청소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불건전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
클럽의 불건전성과 탈선 위험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청소년 클럽 관련 기사에서는 ‘노출 심한 옷’, ‘봉을 잡고 섹시댄스’ 같은 표현이 강조되었으며, 댓글창에는 “양아치”, “발랑 까진 것들”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sns에서는 청소년 클럽에서 남녀가 키스하는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흥, 옷차림, 스킨십 등 사적 영역에 속하는 부분을 불건전한 것으로 규정하여 청소년의 참여를 제한함으로써 보호하겠다는 생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치이즈 활동가는 이를 ‘나이주의’라고 말한다.

◇ 나이주의란
나이주의(ageism 또는 adultism)는 ‘나이에 따른 차별, 그리고 나이에 따라 사람을 규정하며 사회적 규범을 요구하는 제도나 이데올로기, 넓게는 사회 구조’를 뜻하는 말로, 본래 노인 차별을 의미하다가 최근 어린이, 청소년을 향한 차별로 그 의미가 넓어졌다. 청소년 또는 노인이 미성숙해서, 또는 판단력이 흐려져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편견부터 학교나 직장에서 1, 2년 차이로 선후배를 나누고 ‘군기’를 잡는 문화까지 전부 나이주의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클럽을 향한 일부 비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치이즈 활동가는 “청소년의 유흥을 금지하는 행동의 저변에는 ‘감히 너희들이 어른의 영역에 오려고 하냐’는 시선이 있다. 성인들이 다니는 클럽에서도 불건전한 일이 엄청나게 많이 벌어지고 있지 않나. 그렇다고 ‘클럽이 성인에게 악영향을 끼치니까 가면 안 된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냥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뭘 하는 모습이 보기 싫은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청소년들은 학교나 집에 가만히 있지 왜 나돌아 다니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하지. 왜 자유롭게 다니지.’ 이런 것을 아니꼽게 보는 것 같다”며 청소년클럽을 향한 비판을 분석했다.

◇ 보호에 대한 여러 의견
치이즈 활동가는 “보호라는 이름으로 청소년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실수하고 부족하더라도 기회를 제공받고 시도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건데, ‘너희는 보호해줄 테니까 아무것도 하지 마’ 이런 것이 청소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비판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우리학교 한 익명의 학우는 청소년클럽에 대해 “내가 미래에 교사가 된다고 해도, 학생들에게 교사나 보호자가 어디까지 간섭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게 무척 조심스럽다. 본인들이 절제하고 위험을 방지한다고 하면 어른들이 반박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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