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14. 5. 6.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뒤 애도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유족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힘든 것이었고 브라운관 너머 속 그들의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국민들 역시 밤을 뒤척이며 함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일부 사람들은 끊임없이 눈물이 나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다며 후유증을 호소할 만큼 슬픔은 많은 사람들을 짓눌렀다. 이러한 애도의 물결 속에서 많은 축제, 공연, 행사들이 잇따라 취소됐다. 우리대학 역시 대동제가 연기되고 음악교육과 정기연주회가 축소되는 등 그러한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행사의 진행 방식은 제3자에 의해 강제될 수 없다. 그러나 행사 관계자들은 애도와 위로를 목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거나 구성원 간 충분한 합의를 통해 행사를 취소할 수도 있다. 이는 그 자체로 유족들에게는 위로를 전할 수 있고, 우리에게는 애도와 더불어 참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처럼 행사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은 그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들 간의 합의이다. 그러나 고양문화재단에서는 뷰티풀민트라이프 2014 음악페스티벌(이하 뷰민라)의 취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하여, 뷰민라 주최 측과 연주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고양문화재단에서는 공연 하루 전 날 “공공기관으로서의 재단은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의 희생자, 실종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 한 채 어떤 형태로든 뷰민라의 정상진행에 협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연의 취소를 통보했다. 이에 공연 예정이었던 59팀의 음악가들은 때 아닌 날벼락을 맞아야 했다.
뷰민라 측은 애초 음악으로 위로와 희망의 뜻을 전하겠다며 애도의 뜻을 표한 바 있다. 애도의 방식이 꼭 침묵일 필요는 없다. 음악 공연의 진행이 애도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는 음악의 목적이 단지 즐기는 데 있다는 오해에서 불거진 것이다. 음악,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은 누군가를 위로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번 참사가 벌어진 뒤, 뷰민라 뿐만 아니라 많은 행사와 공연이 취소됐다. 이에 따라 관계자 및 예술가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진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들의 생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누군가가 피해를 보는 애도를 진정 뜻 깊은 애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여주기 위한 애도 대신, 진정성 있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