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부담 가중시키는 섣부른 통합 지양해야
발행: 2014. 3. 17.
최근 교육부는 문과와 이과의 통합을 위한 준비로 바쁘다. 문·이과 통합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던 것으로, 작년 교육부가 2017학년도 대학입시 제도와 함께 교육과정 개정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현재 문·이과를 구분해 교육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다. 과거 계열 과정을 나눴던 여러 나라들도 현재는 각자 그들만의 방식으로 문·이과를 통합해 교육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문·이과를 나누는 대신 초등학교 4~5학년 때 학생의 진로를 취업과 상급학교 진학 중 양자택일토록 해 교육한다. 핀란드의 경우 계열을 분리하지는 않되 학생들이 희망하는 대학의 학과를 염두에 두고 선택과목을 이수하도록 해 문·이과 통합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심화 교과를 학습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교육과정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계열 과정이 나뉜 것은 제2차 교육과정부터였다. 이후 선택 과정은 제3~6차 교육과정을 거치며 과목 편제와 단위 배당 등의 변화를 거듭했다. 과정 구분이 폐지된 것은 제7차 교육과정 때의 일이었다. 과정 구분이 폐지되면서 학생들은 개인별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탐구과목을 문·이과별로 나눠서 응시하는 현행 수능의 특성 상 고등학교 현장에서 과정 구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현재까지도 남아있어 줄곧 통합의 필요성이 재기돼 왔다.
현재 준비되고 있는 통합 교육의 목표에 대해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의 한 연구사는 “모든 학생들이 인문․사회․과학에 관한 기초 소양을 갖추면서도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창조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이과 통합 과정은 내년 중순에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을 고시하고 최종적으로는 2017년 3월 또는 2018년 3월 신입생부터 적용될 계획으로, 모든 학생들이 기초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각 교과목을 재구조화하고 통합형 사회․과학 교과를 신설하는 등의 방향으로 실시된다.
준비가 진행 중인 통합 교육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우리대학 부설 고등학교의 교무부장과 우리학교의 김진수 교수는 “학생들에게 기초적인 지식과 소양을 가르칠 수 있고 전인교육이 가능해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며 통합 교육을 찬성했다.
그러나 섣부른 문·이과 통합은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이과 통합 교육은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과목이 늘어 수업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이며, 또한 현행의 대학입시 제도에 부응하지 못해 교육 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교육과정을 개정할 때 교육부 차원에서 대학입시 제도에 대한 개편을 선행하고 문·이과 각 계열별 심화과목의 수준과 난이도를 조정하여 학생들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김진수 교수는 “문과와 이과 통합 방법의 한 가지로는 과학기술과 인문학, 예술을 통합하는 STEAM 융합교육이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STEAM 융합교육은 2011년부터 교육부에서 도입한 통합 교육 방식이다.
고등학교 단계에서 문·이과를 분리하여 교육하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대학 전공 계열 이외의 학문 분야에 대해 문외한으로 만들며 전공에 대한 수학능력 또한 저하시킨다. 따라서 문·이과에 대한 통합교육은 균형 잡힌 인재 양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학 입시와 동떨어진 섣부른 통합은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