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르몽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5일 서거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볼리비아, 우루과이 대통령을 포함한 수십만 명의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남미 좌파의 리더 격인 차베스가 서거한 이 시점에, 그가 누구인지, 남미 정세의 전망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차베스는 1992년 쿠데타에 실패해 투옥됐다. 2년 뒤 그는 사면됐고, 사회주의 정당을 창당해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1998년에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취임했고, 헌법 개정을 감행하면서 작년 10월에는 4선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차베스를 장기집권을 한 독재자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우고 차베스 대통령 서거 뒤에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를 신적 존재로 모시고 있다. 이에 원광대학교 교양학부 김병남 교수는 "차베스는 부의 분배를 강조해 베네수엘라에서 인구의 70%정도 되는 빈민의 절대적인 지지로 당선됐고, 이들은 석유 자본을 활용한 차베스의 보건·교육정책으로부터 혜택을 본 계층으로 차베스를 신적 존재처럼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베스의 영향력이 굉장한 만큼 차베스 서거 이후에도 차베스가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오는 4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다"며 베네수엘라 대선을 전망했다.

마두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차베스 정권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 받을 확률이 높다. 차베스 정권 때의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남미 국가는 경제적으로 미국과 실용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에콰도르의 경우에는 반미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화폐는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김병남 교수는 "브라질은 거시적 경제를 위해 신자유주의를 활용하는 동시에 국민 복지에도 힘썼다. 이처럼 브라질은 실용 좌파의 대표적인 예로, 많은 남미 좌파국가가 브라질의 경제 정책을 표본으로 삼고 있다. 마두로 정권 역시 이를 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남미 국가는 남미국가연합(UNASUR, Union of south American Nations)을 통해 남미 국가 통합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역시 쿠바, 아르헨티나 등에 경제적 원조를 하면서 남미지역의 화합과 협력에 노력하고 있다. 이에 김병남 교수는 "베네수엘라는 남미공동시장에 참여한 5개국 중 하나다. 마두로 정권 역시 남미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EU 등의 경제 블록에 대비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베네수엘라는 남미국가연합을 바탕으로 미국에 종속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석유자본을 이용해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며 빈민을 구제해 왔다. 이는 마두로가 집권할 시에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마두로 정권에는 해결해야할 많은 과제가 남았다. 김병남 교수는 "차베스는 민주적 전제주의를 이루면서 정당정치를 왜곡했고, 경제를 에너지 의존적이고 국가 독점적으로 운영했다. 또한 빈민층의 복지에 집중해 중산층을 확대하지 못했다"며 차베스 정권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차베스는 장기 집권을 위한 개헌을 시도했으며, 차베스가 집권한 1998년에 야당은 대부분이 붕괴돼 현재는 주로 새로 창당된 야당이 존재한다. 또한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석유에너지에 의존해왔으며, 차베스는 그것을 국유화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많은 중산층이 현 정권에 대한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에 김병남 교수는 "베네수엘라에 있는 언론은 대부분 친 야당적이기에 중산층의 시위는 더욱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야당에 카프릴레스라는 젊은 인물이 이번 대선에서 빈민의 복지를 강조하면서 마두로에게 도전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차베스의 여운으로 마두로가 당선될 확률이 높지만, 차베스 정권의 명맥은 마두로가 주어진 과제를 잘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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