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기 위한 싸움이다. 공격하는 팀은 한 점이라도 더 내기위해, 수비하는 팀은 한 점이라도 덜 내기위해 노력한다. 특히 수비하는 팀은 매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마다 분석하고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려한다. 야구의 수비방법 중 하나인 시프트는 야수들의 수비 위치를 옮기는 작전을 가리킨다. 수비 팀은 타자의 타격 방법, 타자의 타격 성향·습관 등을 분석하여 타구가 가장 많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수비 선수들의 위치 를 움직여 효과적으로 타격에 대응한다.

1946년 7월 15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수비수들은 타석에 테드 윌리엄스가 들어서자 일제히 그라운드 우측으로 이동했다. 이러한 수비 포메이션은 극단적으로 당겨치기(우타자 기준으로 타격 타이밍을 빨리 가져가 공을 좌측으로 보내는 타격, 좌타자의 경우 반대)만을 고집하던 전설적인 왼손 타자 테드 윌리엄스의 타구를 잡아내기 위해 클리블랜드의 젊은 감독 루 부드로가 만들어낸 독창적인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부드로 시프트(Shift)’라고 불렀는데, 나중에는 모든 팀의 수비수들이 테드 윌리엄스를 상대로 같은 방식을 쓰게 되면서 ‘윌리엄스 시프트’라고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

테드 윌리엄스 외에도 배리 본즈, 이승엽, 김재현, 카림 가르시아 등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선수들을 아웃으로 만들기 위하여 수비하는 팀은 모든 수비수들이 우측 혹은 좌측으로 이동하는 수비 포메이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타격 습관은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타자를 분석하고 그에 맞춰서 수비 포메이션을 바꾸게 되었는데, 그럴 때마다 ‘배리 본즈 시프트’, ‘이승엽 시프트’와 같은 이름들이 등장했다.

시프트는 각 타자의 타격습성에 맞추어 다양하게 나는데 주로 ‘잡아당겨 치는 좌타자’에게서 많이 사용된다. 당겨치는 습관이 강한 타자들은 장거리 타자인 경우가 많다. 모든 타자들이 타격습관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특히 장거리 타자들은 타격밸런스가 무너지면 홈런을 치지 못하는 등 슬럼프를 겪을 수 있기에, 홈런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한 이유다. 또한 좌타자를 상대로 자주 수비시프트가 자주 나타나는 이유는 1루 베이스 때문이다. 우타자에게 맞춰 시프트를 사용하면 야수들이 3루를 향해 이동해야하므로 1루수가 1루 베이스를 비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다른 야수가 공을 잡더라도 1루수가 1루 베이스로 돌아가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타자주자는 세이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중·장거리 타자를 상대할 경우에 후진 수비를 하거나, 단거리 타자를 상대할 때에는 전진 수비를 하는 시프트도 등장했고, 시프트를 당하는 타자들은 타격감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타자본인의 타격습관에 맞춰 타격할 때, 안타성 타구가 극단적인 수비시프트에 의해 아웃이 되는 경우가 생겼기에 타자는 안타를 치기위해 자신의 타구를 다른 방향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타자의 타격밸런스가 무너져 오히려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시프트는 말하자면 타자의 약점을 노리기보다는 타자의 강점이나 습관을 노리는, 일종의 덫인 셈
이다.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에서 용병으로 활약했던 카림 가르시아(현 술따네스 데 몬떼레이 소속)의 경우도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타격을 구사했기에 타격시 타구의 위치를 파악하기 쉬운 선수 중 한명이었다. 수비 팀은 가르시아가 타석에 들어서면 수비의 위치를 우측으로 이동하는 ‘가르시아 시프트’를 사용했고 가르시아는 매번 반복되는 수비시프트에 타율과 안타가 줄어들었다. 2008년 타율 .283과 안타 130개를 기록했던 가르시아는 2009년 타율 .266에 안타 124개, 2010년에는 타율 .252와 안타 108개로 기록이 해가 매년 점차 하락했다. 김현수(두산 베어스)역시 2009년에 타구가 좌중간에, 2010년에는 좌측으로 몰렸다. 2010년 시즌 개막 전 타격폼을 바꿨던 김현수는 상대팀들의 집중견제와 수비시프트로 타격밸런스를 잃었고 2009년 .357을 기록했던 타율이 2010년에 0.317로 급하락했다. 마크 테세이라(뉴
욕 양키스) 역시 타율(.292 - .256 -.248)에서 하락을 보이고 있다.

타자의 밸런스를 무너뜨려 효과적으로 수비가 가능한 시프트는 서서히 그 약점이 드러났다. 타구가 야수들의 수비 위치와 반대의 방향으로 날아가면, 일반적인 수비 포메이션에 비해 중·장거리 타구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타자의 경우, 투수가 어떠한 투구를 할지 어느 정도 예측하여 소위 말하는 게스 히팅(guesshitting, 추측 타법)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수비시프트의 단점이다.

야구에서 수비시프트는 양날의 검이다. 수비시프트는 성공한다면 타자를 효과적으로 막고 전의를 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반대로 예측에 실패한다면 2·3루타나 홈런 등의 장거리 타구가 나올 수 있다.

수비시프트는 야구가 정밀해야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비시프트를 사용하려면 타자의 타구 방향, 당겨치는지 밀어치는지 등을 분석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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